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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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참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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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평론
『윤동주의 「참회록」—어둠 속에서 자신을 겨눈 시인의 칼날』
1. 고백의 시, 피맺힌 참회의 언어
윤동주의 「참회록」은 단순한 고백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대 앞에서 침묵한 자신을 향한 무서운 채찍질이며, 양심이 지닌 가장 예리한 언어의 칼날입니다.
> “파아란 하늘을 제압한 / 까마득한 날에 /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 시구는 소망이 아니라 고통입니다.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그가 이미 부끄럼의 자리에서 쓴 시라는 증거입니다. 그는 시대의 불의 앞에서 침묵했던 자신을, 조국이 고통받을 때 시로만 살아간 자신을, 시인은 시인의 칼로 자해하듯 고백합니다.
2. 시대와 ‘내면의 형무소’
윤동주에게 있어서 일제강점기의 억압은 외부의 형무소만이 아니라, 내면 깊숙이 감춰진 도망자의 심리였습니다. 그는 저항하지 못했던 침묵, 두려움, 불완전한 시인의 태도에 대해 스스로 단죄합니다.
>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해도 / 나는 나에게 죄를 지었노라”
이 고백은 단지 종교적 회개가 아니라, 시인의 윤리적 태도에 대한 실존적 고민입니다. 타인을 비판하기 전에 스스로를 부수는 일. 그것이 윤동주의 위대함이며, 오늘날 우리 시대가 배워야 할 시인의 자세입니다.
3. 아름다움이 아닌, 책임의 시학
윤동주의 시는 서정적이고 맑지만, 그 맑음은 눈물로 닦인 유리입니다. 「참회록」은 윤동주의 시가 결코 '아름답기만 한' 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까발립니다. 부끄러움을 알기 때문에 그는 시인이며, 참회의 언어가 있기에 그는 인간입니다.
4.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써야 할 참회록
오늘 우리는 어떤 「참회록」을 쓰고 있는가요? 세상이 불의 앞에 침묵할 때, 우리는 윤동주처럼 자기 혀를 깨물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윤동주는 죽음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썼고, 우리는 삶 속에서도 변명으로 하루를 넘깁니다. 윤동주가 쓴 참회는 죽어서도 살아남은 시가 되었고, 우리는 살아서도 죽은 말들을 남기고 있지는 않은가요?
박성진 시인의 맺는말
윤동주의 「참회록」은 시대의 증언이 아니라, 시대 너머로 건너온 인간의 본질에 대한 절규입니다. 그가 자신을 벌한 언어는 지금도 우리를 묻습니다.
“너는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그 질문은 어쩌면 윤동주의 시보다 더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히는 가장 깊은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