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못 자는 밤'에 부쳐)

시인 박성진

by 박성진

- "잠들 수 없는 시대, 윤동주의 내면 시학"



박성진 시인의 평론


―『잠들 수 없는 시대, 윤동주의 내면 시학』


(윤동주 「못 자는 밤」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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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밤’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다 ― 암흑의 시대


> “하나, 둘, 셋, 네—

밤은 많기도 하다.”




이 시의 첫 연은 단조롭다. 그러나 그 단조로움은 바로 단절과 체념의 리듬이다.

숫자를 세는 행위는 어린 시절엔 잠을 청하기 위한 습관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숫자는 시인의 고단한 저항이자 셀 수 없는 절망의 나날로 바뀐다.

이 ‘밤’은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라는 거대한 어둠이며, 역사 속에서 길게 늘어진 민족의 질병이다.


윤동주에게 밤은 하루의 쉼이 아니라 도래하지 않는 아침,

양심을 껴안고 벌을 받아야 했던 지식인의 감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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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침 소리, 시계 소리 ― 몸과 마음의 내밀한 아픔


> “불 켜진 방 안에

기침 소리와

머리맡 시계는

이상하게 큰다.”




이 구절은 윤동주 특유의 고요한 절망의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기침은 병든 몸의 반응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기침은 단순한 육체의 문제가 아니다.

억압과 체념, 말하지 못한 말들이 울분이 되어 토해내는 기침이다.

그 속에는 자유를 잃은 민중의 쉰 목소리, 혹은 자책하는 청춘의 죄의식이 담겨 있다.


머리맡의 시계가 “이상하게” 크게 들린다는 것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견딜 수 없는 내면의 공포와 절박함이다.

윤동주는 이 침묵의 방 안에서도, 시간의 가혹함을 듣는다.

그것은 심문처럼 들리고, 고백처럼 들리고, 조국의 울부짖음처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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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냘픈 숨소리 ― 공동의 아픔, 잠들 수 없는 민족


> “여기저기서

오늘을 넘기는

가냘픈 숨소리.”




이 짧은 행은, 공동체적 고통의 감각을 보여준다.

여기저기, 즉 방마다, 거리마다, 도시마다 잠들지 못한 ‘숨소리’가 있다.

그 숨소리는 분노도 아니고, 웅변도 아니며, 조용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저항의 숨결이다.


이 시는 개인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민족 전체의 기록이다.

‘가냘픈’ 숨소리일지라도 그것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존재의 증명이며,

무너진 현실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간의 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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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밖은 아직 캄캄하다.” ― 아직 오지 않은 새벽, 그러나 기다림은 있다


마지막 행은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 “밖은 아직 캄캄하다.”




이 ‘아직’이라는 단어는 윤동주의 시 전체에서 자주 등장하는,

절망 속의 미세한 희망, 그러나 도달하지 못한 내일을 상징한다.

‘캄캄한 밖’은 세상의 현실이요, 일제의 탄압이요, 시대의 무게다.


그러나 이 시는 그저 무력한 고백이 아니다.

불이 켜진 방 안에서, 시인은 여전히 숨소리를 들으며 깨어 있다.

이 깨어 있음이 바로 윤동주 문학의 윤리이며, 시대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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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그의 시는 작은 방의 고요로 시대를 우레처럼 고발했다.”


윤동주가 「못 자는 밤」을 통해 보여주는 세계는 거창한 혁명도, 직접적인 저항도 없다.

그러나 이 조용한 시 속에는 그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시대를 품은 자의 내면의 고뇌가 있다.


박성진 시인은 이 시를 이렇게 요약한다


> “그는 기침을 했다.

말을 잃은 시대에 말 대신 기침이 있었다.

그는 숨소리를 들었다.

총소리보다 깊은 인간의 숨결을.

그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침묵은 역사를 증언하는 가장 큰 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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