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의 현대시조풍으로 본 자화상

시인 박성진

by 박성진

윤동주 자화상 <현대 시조풍, '평'>


박성진 시인 평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 원문


>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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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현대시조풍 「자화상」


자화상 — 거울 앞에서

박성진


1.


거울 속 나를 보니

낯선 그림자 하나

어제의 나인가, 오늘의 타인인가


2.


눈빛은 허공 짚고

입꼬리는 굳었는데

마음 깊숙이 바람이 흔들린다


3.


내 안의 또 다른 나

침묵으로 대답하고

고요한 죄의식은 끝끝내 무겁다


4.


욕망은 번쩍이며

의로움의 외투 벗기고

나는 누구인가, 또 누구 되어가나


5.


시계는 계속 가고

세상은 나를 밀지만

그 속의 나는 아직 한숨을 셉니다


6.


비추어진 나의 눈

누군가 울다 닦은

거울의 자국처럼 흐려져만 갑니다


7.


그림자를 끌어안고

오늘도 길을 나서며

묻습니다, ‘나는 정말 괜찮은가’


8.


그래도 나의 모습

끝내 지워지지 않아

이토록 고요한 나, 끝내 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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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현대의 자화상, 시조로 비추는 거울"


박성진 시인의 「자화상」은 윤동주 시의 정신을 품격 있게 현대화한 시조의 형태로, 내면의 성찰을 치열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윤동주가 우물이라는 정적의 공간을 통해 자아를 들여다보았다면, 박성진은 ‘거울’이라는 일상의 사물을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 혼란과 양가감정을 투영한다.


윤동주는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가고 가엾어져 다시 돌아보는” 반복적 심리를 통해 죄의식과 연민을 드러냈고, 박성진은 “나는 누구인가, 또 누구 되어가나”라고 직설적으로 자문함으로써, 현대인이 마주하는 윤리적 갈등과 자기 불일치를 생생히 보여준다.


형식상으로는 시조의 정형을 따르면서도 리듬과 운율은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었고, 내용 면에서는 윤동주가 보여준 내면의 순결성과 고뇌를 시대에 맞게 치환하였다. “그림자를 끌어안고 오늘도 길을 나선다”는 구절은 윤동주의 ‘추억처럼’에 맞먹는 서정성과 철학성을 담고 있으며, 마지막 연 “이토록 고요한 나, 끝내 나였구나”는 자아의 수용이라는 마침표로 시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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