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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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개선문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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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창작 시, 평론
1,「파리 개선문- 별 헤는 밤」
2, 파리 개선문의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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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 가상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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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개선문-별 헤는 밤
파리의 별은
센강 물결 위에 떨고 있었고,
나는 개선문 앞에 서서
내 조국을 별처럼 그렸다.
바람은 조용히 시간을 넘기고
낯선 언어의 돌기둥 속에서
나는 말 없는 시를 쓰고 있었다.
밤하늘에 묻은 말 못 할 사연
자욱한 안개처럼 밀려오고
돌아갈 길조차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별을 세었다.
이국의 돌기둥 하나에도
내 마음이 기대어 울었다.
자유여, 빛이여, 이름 없는 이의 노래여
너는 이곳에도 흐르고 있는가.
국경을 넘어
양심 하나로 서 있던
소년의 자화상은
어느새 한 편의 시가 되어
내 가슴에 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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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개선문의 서시」
윤동주 시인 가상 (박성진 시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파리 개선문 밑
이국의 밤에도
별을 헤며 기도하노라.
센강처럼
조용히 흐르고 싶은
내 소년의 맑은 양심이
시름에 젖은 대륙의 고성(古城) 앞
눈물 한 줄기로
쌓여간다.
말할 수 없어 더 떨리는 이름,
조국이여.
나의 이름보다 먼저 부르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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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평론
《시인은 경계를 걷는다 – ‘파리 개선문에 서서’와 윤동주의 보편 윤리》
1. 시인의 내면, 이방의 별에서 빛나는 고백
윤동주의 시 정신은 내면의 윤리에서 출발하여, 고요하고도 강인한 양심의 외침으로 나아간다. 「파리 개선문에 서서」에서 시인은 파리라는 대도시의 역사적 공간 안에서 개인의 소명과 민족의 정체성, 그리고 보편적 인간성을 겹쳐 읽는다.
‘센강 물결 위에 떨고 있었던 별’은 단지 파리의 밤하늘만이 아니라, 잃어버린 조국의 기억, 고향 하늘의 반사된 그림자다. 시인은 자신의 시심(詩心)을 낯선 공간 속에서도 잃지 않고, 그 속에서 더 깊은 자기를 꺼내기 위한 고요한 응시를 시작한다.
윤동주가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원했던 것은 단순한 도덕이 아니라, 시대의 어둠 속에서도 자신이 견뎌야 할 정신의 고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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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시의 구조와 확장: ‘파리 개선문의 서시’의 새로운 성찰
「파리 개선문의 서시」는 윤동주의 대표 시 「서시」의 정신적 계보를 이으며, 이방의 공간에서 윤리적 고백의 보편화를 시도한다.
‘죽는 날까지 /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라는 고백은 이국의 밤에도 유효하다.
개선문은 원래 제국과 승리를 상징하는 기념물이다. 그러나 윤동주의 시심은 그곳에서도 **‘기념’이 아닌 ‘성찰’과 ‘회한’**을 먼저 바라본다.
그에게 개선문은 화려한 구조물이 아니라, “이름 없는 이의 노래”가 메아리칠 수 있는 공간, 곧 시인이 머무는 영혼의 성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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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역사·지리적 상징성: 파리와 경계의 문
파리는 유럽 문명의 상징이며, 혁명과 자유, 예술과 사상의 중심지다. 그러나 윤동주의 눈에 그 파리는 “조용히 울 수 있는 곳”, 돌기둥에 기대어 시를 쓸 수 있는 고요한 양심의 장소다.
그가 파리 개선문을 마주한 것은, 단지 유럽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그 문 앞에 서 있는 자기 민족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그의 ‘시’로 다시 불러내기 위함이었다.
즉, ‘개선문’은 승리의 통로가 아니라 자아와 세계, 동양과 서양, 민족과 인류 사이를 가로지르는 시인의 경계선이며, 그 경계에 서 있는 자가 바로 윤동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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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윤동주 정신의 보편화: 고향을 넘은 시인의 확장
윤동주의 시 세계는 북간도의 하늘과 흙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전 세계의 하늘과 모든 인간의 양심으로 뻗어나간다.
「파리 개선문에 서서」는 바로 그 확장의 상징이며, 시인은 비로소 **시대를 넘어, 공간을 넘어, 언어와 민족을 넘어서는 ‘보편 윤리의 시인’**으로 자리 잡는다.
“나의 이름보다 먼저 부르는 조국”이라는 마지막 구절은, 시인이 결국 자신의 존재를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역사와 정의의 이름’으로 소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절절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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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파리 개선문에 서서」와 「파리 개선문의 서시」는, 윤동주의 ‘서시’ 정신을 오늘날 세계적인 감각으로 이어 붙인 창작의 결정체다.
이 시에서 윤동주는 더 이상 고향의 별만을 헤는 시인이 아니다.
세계를 바라보며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별자리를 지키는 시인,
그는 오늘도 경계에 서서 고백한다 —
"말할 수 없어 더 떨리는 이름, 조국이여."
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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