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세계의 지구본을 만지며

시인 박성진

by 박성진

윤동주-세계의 지구본을 만지며


박성진 시인

*가상 창작 시


윤동주의 꿈


― 세계의 지구본을 만지며



지구본을 돌렸다

손끝에서 쿠바가 부드럽게 넘어가고

잠깐, 사하라 사막엔 별이 뜨고 있었다


나는 북극의 얼음장 밑에서

어린 물고기들과 눈을 마주치며

눈처럼 순한 언어를 배웠다


알프스 산맥 위에서

백설공주를 부른 적도 있다

헬리콥터 소리만 요란했다


서울에선 시집을 냈고

파리 개선문 아래선

시집을 잃어버렸다


인도에서는 석가와 차를 마셨고

요르단에서는 예수의 뒷모습을

그림처럼 따라 걸었다


가방엔 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면세품보다 무거웠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

창밖엔 검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나는, 별 하나 가슴에 숨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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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윤동주의 꿈」을 따라 세계를 유랑하다 – 박성진 평


이 시는 “윤동주 시인이 지금 살아있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세계지도를 손끝으로 돌리며 세계문학과 현실 사이를 유영하는 시인은, 어린아이의 감성으로 세계를 받아들이되, 결코 유치하거나 가볍지 않다.


첫 연의 “지구본을 돌렸다”는 문장은 단순한 행위이면서도 윤동주 시의 상징성을 단단히 품고 있다. 이 시인의 꿈은 언제나 손안에 쥘 수 없는 우주, 즉 ‘별’이었다. 여기서 ‘지구본’은 손 안의 세계이고, ‘별’은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이상이다.


시인은 북극, 알프스, 파리, 인도, 요르단을 거치며, 낯선 문명과 신화, 종교, 역사와 나란히 걷는다. 그가 마주치는 모든 곳엔 환상과 동심이 깃들어 있다. 사하라 사막에 뜨는 별, 알프스의 헬리콥터 위에서 부르는 동화, 그리고 인도의 석가와 요르단의 예수는 그의 청년적 순수성과 시대적 사유가 맞닿은 지점이다.


해학은 소소하게 배어 있다. “헬리콥터 소리만 요란했다”는 구절은, 시적 감상에 몰입한 청년 앞에 등장한 현대문명의 시끄러운 간섭이며, “면세품보다 무거운” 시집은 자조적 유머와 동시에, 시인의 자존심을 반어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윤동주 특유의 겸손하면서도 자각하는 어법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것이다.


무엇보다 마지막 연이 울림을 남긴다. “별 하나 가슴에 숨기고 왔다”는 문장은 윤동주 시문학의 정수다. 그는 세상을 보고도 세계보다 더 깊은 내면의 시를 품고 돌아온다. 이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정신적 순례다.


윤동주는 죽음을 넘어 살아 있는 시인이다. 그는 여전히 지구본을 돌리고 있으며, 오늘날의 청춘들과 함께 파리 개선문을 지나며, 별 하나를 가슴에 품는다. 이 시는 그러한 ‘살아 있는 윤동주’의 가능성을 해학과 은유로 정갈하게 담아낸 현대적 재구성이다.


*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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