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수 시조 시인의 봄비

시인 박성진

by 박성진

김어수 시조 시인의 봄비

김어수(金魚水, 1909–1985) 시조시인의 「봄비」 원문과, 이를 바탕으로 한 박성진 시인의 문학적 시각으로 해석한 평론입니다.





김어수 시조 「봄비」 — 원문


> 꽃잎 지는 뜨락

연둣빛 하늘이 흐르다

세월처럼 도는 선율(旋律)

한결 저녁은 고요로워


그 누구 치맛자락이

스칠 것만 같은 밤

저기 어스름이

방울지는 여운餘韻마다


뽀얗게 먼 화폭畵幅이

메아리쳐 피는 창가

불현듯 뛰쳐나가서

함뿍 젖고 싶은 마음


놀처럼 번지는 마음

그 계절이 하 그리워

벅찬 숨결마다

닮아가는 체념諦念인가

호젓한 산길을

홀로 걷고 싶은 마음





---


박성진 시인의 심층 평론


― “봄비의 울림, 내면의 서사”


박성진 시인은 이 시조를 통해 봄비라는 외피 속에 담긴 감각과 기억, 정서의 깊이를 세밀하게 포착합니다. 다음은 그 평론을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1. ‘꽃잎 지는 뜨락’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경계선


첫 행은 **‘꽃잎 지는 뜨락’**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떨어진 꽃잎은 봄의 끝자락, 즉 시간의 흐름과 덧없음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박성진은 이를 **‘삶의 유한성과 계절의 전이’**로 해석하며, 관찰자의 서늘한 눈길이 느껴진다고 분석합니다.



다음의 **‘연둣빛 하늘이 흐르다’**는


단순히 봄의 색채가 아니라, 감정과 기억까지 흘러가는 흐름입니다.


비가 시작되는 정서적 배경 역할을 하며, 내면 풍경과 외부 풍경이 융합하는 시점으로 봅니다.




---


2. ‘세월처럼 도는 선율’이 음률로 바뀌는 시공간


“세월처럼 도는 선율(旋律)”은


**시간의 회전(Self‑recurrence)**을 음악적 이미지로 전환한 탁월한 비유입니다.


박성진은 시인이 ‘시간은 돌고 돈다’는 철학적 사유를 음악적 흐름으로 읽어내며,


이 선율이 **‘한결 저녁은 고요로워’**의 정적과 대비되어 음과 음 사이의 공백까지 의미 있게 채운다고 풀이합니다.




---


3. 청각적 섬세함: ‘치맛자락 스칠 듯 밤’과 ‘방울지는 여운’


> “그 누구 치맛자락이 / 스칠 것만 같은 밤”

이 구절은




접촉 직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인간적 상실과 회상의 정서를 보드랍게 떠올리게 합니다.

박성진은 "치맛자락"이라는 몸의 은유가 감정의 여운을 미묘하게 증폭한다고 봅니다.



> “저기 어스름이 / 방울지는 여운”

이어서




시각과 청각이 만나는 경계를 보여주며,


저녁의 아스름(희미한 밝음)의 이미지가 방울처럼 흔들리며, 마음 깊이 파고드는 울림을 만든다고 평가합니다.




---


4. ‘뽀얗게 먼 화폭’에서 생겨나는 시적 초상화


> “뽀얗게 먼 화폭이 / 메아리쳐 피는 창가”

이 이미지는




회화적 시선으로 시인을 이동시키며,


봄비가 그리는 **‘시각적 잔영(Eidetic Image)’**으로 읽힙니다.

박성진은 이 부분을


"봄비의 여운이 화폭에 번져,


시인은 그 앞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겹쳐보며 창가에 선다"라고 해석합니다.




---


5. 자연 속 몸의 욕망: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


> “불현듯 뛰쳐나가서 / 함빡 젖고 싶은 마음”

이 부분은




자연과 하나 되고픈 육체적 소망이며,


몸의 감각을 온전히 열고픈 시인의 욕망입니다.

박성진은 이 구절에서


“비에 젖는 행위는


**감정의 방수막을 허물고 내면 투명화를 시도한다”라고 해석합니다.




---


6. 감정의 확장과 내면 불안: ‘놀처럼 번지는 마음’부터 ‘체념’까지


> “놀처럼 번지는 마음 / 그 계절이 하 그리워”




**‘놀’**이란 단어는 물결처럼 감정이 퍼지는 동적 이미지입니다.


박성진은 이를


“그리움이 멀리서부터 천천히, 그러나 은밀하게 번지는 움직임”이라 분석합니다.




> “벅찬 숨결마다 / 닮아가는 체념인가”




**‘벅참’과 ‘체념’**은 서로 다른 정서이지만,


박성진은 이를


“열망과 포기의 동시적 경험”으로 해석하며,


시인은 희망과 체념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숨 쉰다고 풀이합니다.





---


7. ‘호젓한 산길’로 수렴되는 고독과 회복의 욕망


> “호젓한 산길을 / 홀로 걷고 싶은 마음”

이 결말은




내면 여행의 출발이며,


혼자 있다는 고독의 긍정적 전환입니다.

박성진은


“비에 젖고, 감각을 여는 과정을 거쳐


시인은 내면의 고요와 자각의 길로 향한다”라고 종결합니다.




---


총평 요약


요소 박성진 시인의 해석


시간 & 계절 꽃잎·하늘·선율로 흐르는 시간은 삶의 순환과 감정의 전이

감각 & 감정 청각·촉각·시각의 합일에서 내적 여운과 고독의 입체적 체험

욕망 & 체념 젖고 싶은 욕망과 체념 사이에서 인간 내면의 긴장감

고독 & 회복 산길의 고독은 자기 회복의 길, 내면 자족의 순간




---


*결론


김어수 시조시인의 「봄비」는


풍경의 재현이 아닌,


감각과 감정, 철학적 성찰이 어우러진 내면의 서사입니다.

박성진은 이 작품을


**“봄비를 매개로 한 내적 여정”**이라 부르며,


시간의 흐름 → 감각의 개방 → 감정의 파동 → 고독의 회복이라는 구조를 통해


독자에게 마음의 투명성과 존재의 고요를 선사하는 시조라고 평가합니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에드바르 뭉크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