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실에서 박두익 시인의 고백》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입원실에서》


박성진 칼럼니스트

문화, 문학평론가


입원실에서

시인 박두익 시인 시


깊은 수렁 속에 빠져

어쩌면 딴 세상에 엎드려

두 눈망울은 허공을 맴돈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는

별 세상 사람들이고

나는 나락에 떨어져 버렸다.


옛 기억 속에서 찾아낸 어머님의 품 안

가로 새로 감싸주던 벗들은

입원실 밖에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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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1. 서론 ― ‘입원실’이라는 문턱


박두익 시인의 「입원실에서」는 단순한 병상의 기록을 넘어, 인간 실존의 깊은 층위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입원실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생과 사가 동시에 드나드는 문턱이며, 한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을 직면하는 가장 진지한 무대다. 이 시는 그 문턱에서 느낀 아픔과 아픔을 철학적 사유를 압축해 낸, 서사적 울림을 지닌 서정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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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본론 ― 아픔과 철학의 교차


첫 연에서 화자는 "깊은 수렁 속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병의 고통은 일상을 단절시키고, "딴 세상"에 엎드린 듯한 체험을 불러온다. 여기서의 "허공"은 단순한 공허가 아니라, 존재의 근본적 불안을 비추는 심연이다. 병상 위 눈망울은 육체의 아픔 너머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응시한다.


둘째 연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별 세상 사람들"로 묘사된다. 병자는 이들을 생명의 수호자로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자기와는 다른 세계에 속한 이들로 느낀다. 이는 아픔이 만들어낸 단절의 감각이며, "나는 나락에 떨어져 버렸다"는 고백은 환자가 경험하는 철저한 고독을 상징한다.


셋째 연에서 시인은 어머니의 품을 기억 속에서 찾는다. 아픔의 그림자가 드리운 병상에서 떠오르는 것은 사회적 지위도 명예도 아닌, 오직 근원적 위안의 상징인 어머니의 품이 시인의

따뜻한 치유이며 위안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며, 현재의 화자는 "입원실 밖에 흩어져" 있는 고립된 존재일 뿐이다. 이 지점에서 시는 아픔이 불러온 실존적 단절과 회귀의 역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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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철학적 의미

존재의 허공, 인간의 보편성


「입원실에서」는 단순히 한 개인의 병상을 묘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아픔 속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철학적 상황을 드러낸다. 허공은 곧 무(無)의 심연이다 입원실은 존재가 시인이 시험대에 오르는 극적인 무대이다.


하이데거가 말한 ‘고통과 아픔으로의 선취’처럼, 환자는 입원실에서 삶의 아픔을 예감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시인은 어머니의 품을 기억하고, 가로 새로

너른 품의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과거의 벗들을 떠올린다. 병실 밖 친구들이 격려하는 가로 세로 시인을 감싸 주는 따뜻한 마음들이 서정시의 시를 포근하게 감싼다

역설은 아픔이 오히려 인간을 존재의 본질적 근원으로 이끌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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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대서사시***


이 시는 짧지만, 그 속에 담긴 울림은 장대한 서사에 가깝다. 한 개인의 입원 체험이 곧 인류 보편의 실존적 증언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입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은 시인의 언어 속에서 삶과 죽음, 고독과 회한, 기억과 구원이 교차하는 보편적 무대로 변모한다.


따라서 「입원실에서」는 병자의 기록을 넘어선 삶 전체의 진지한 압축이며, 아픔 속에서 태어난 철학적 대서사시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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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박두익 시인의 「입원실에서」는 병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시작해 인간 존재 전체로 확장되는 작품이다. 고통은 단순한 개인적 체험이 아니라, 인간이 누구나 겪게 될 운명의 보편적 단면임을 이 시는 웅변한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아픔과 철학이 교차하는 자리에 선, 삶의 진지함을 새겨둔 서정적 대서사시이며

고비를 만난 시인의

상태는 마치 조각가가

마지막 혼신을 다하여

손끝에 감각의 마침표를 찍어 조각칼을 내려놓으며 안도하듯이

시인의 담백한 입원실에서의 시인의

시는 고백이며 절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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