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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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내리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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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泉 모상철 시
바람이 찾아왔다
가을이 오는 소리 향기도
가을이라고 말했다
갈바람이 두어 차례 흔들자
고목의 이파리가 우수수
여름을 보내고 아쉬움이
담긴 듯 비비며 안타깝다
회색빛 하늘이 왠지 슬프다
옷깃을 여미고 재촉하는 발걸음을
따라나선 바람이 가을비를
데리고 왔다네
우산 위에 후드득 떨어진다
굵어진 빗줄기를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가슴속을 두드린다
인적이 끊어진 거리를
깜박깜박 서두르는 신호등
가로등 불빛은 비 내리는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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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박성진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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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정조와 배경
모상철의 「밤에 내리는 비」는 계절의 경계, 특히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시는 단순히 ‘비 오는 밤’의 정경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변화와 상실, 그리고 그로 인한 쓸쓸한 정조를 담아낸다.
시적 화자는 비를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계절의 전령자’, ‘쓸쓸함을 불러오는 메신저’로 느낀다.
이 작품의 본질은 자연과 인간 정서의 긴밀한 상호작용에 있으며, 이는 한국 현대시 전통 속에서 지속적으로 탐구되어 온 주제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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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행의 울림 “바람이 찾아왔다”>
시의 첫머리 “바람이 찾아왔다”는 단순한 상황 묘사이면서도 시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짓는다. 찾아온다는 동사는 자연을 능동적인 주체로 인격화한다. 바람은 그냥 ‘분다’가 아니라 ‘찾아온다.’
이는 인간 화자와 자연이 마주하는 만남의 장면을 연출한다.
이 만남은 곧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이며, 독자는 ‘가을’이라는 계절적 전환을 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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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의 소리와 향기>
“가을이 오는 소리 향기도 / 가을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가을은 청각적, 후각적 이미지로 제시된다. 자연이 소리와 향기를 통해 말하는 것이다.
이는 감각의 융합적 경험으로, 한국 시 전통에서 자주 사용된 수사이다. 정지용의 「향수」에서처럼 ‘후각적 이미지’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듯, 모상철 시인은 ‘향기’를 통해 독자의 기억 속에 있는 가을을 불러낸다.
동시에 소리와 향기가 “가을이라고 말했다”라는 의인화된 문장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의 언어는 시적 화자의 내면에 직접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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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의 슬픔과 여름의 아쉬움>
“갈바람이 두어 차례 흔들자 / 고목의 이파리가 우수수.”
갈바람은 가을의 대표적 상징이자 낙엽을 흔드는 존재다.
낙엽이 떨어지는 광경은 계절의 상실을 드러낸다.
특히 “여름을 보내고 아쉬움이 담긴 듯”이라는 구절은 자연현상에 정서를 투사한 전형적인 심상이다. 여름이라는 풍성함의 계절이 끝나고, 결핍과 허전함의 계절이 시작되는 전환점에서 화자는 자연의 슬픔을 자기 정서와 동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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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색빛 하늘과 인간의 정서>
“회색빛 하늘이 왠지 슬프다.”
여기서 하늘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화자의 심리적 거울이다. 회색빛은 애매모호한 중간색으로, 계절의 전환기와 인간의 감정적 불안정성을 상징한다.
이는 고독과 허무,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을 반영한다. 한국 현대시에서 ‘회색’은 종종 슬픔과 허망함을 상징했는데, 이 구절은 바로 그 맥락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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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삶의 리듬>
“따라나선 바람이 가을비를 / 데리고 왔다네.”
바람이 비를 ‘데리고 온다’는 표현은 자연의 유기적 움직임을 드러낸다.
비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도래한다.
이는 인생의 숙명적 측면을 상징하기도 한다. 인간의 삶 또한 불가항력적 사건들로 점철되어 있으며, 가을비는 그 숙명을 은유하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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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의 청각적 이미지>
“우산 위에 후드득 떨어진다.”
청각적 이미지는 독자에게 즉각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후드득’이라는 의성어는 빗줄기의 강도를 생생히 전한다. 이는 시각적 묘사보다 오히려 직접적이고 생생한 경험을 선사하며, 비 오는 밤의 현장감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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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면의 울림 “안타까움이 가슴속을 두드린다”>
굵어진 빗줄기를 보며 화자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는 단순한 기상 변화가 아니라 존재론적 정서다. 인간은 비를 통해 자기 내면을 비추고, 그 속에서 회한과 슬픔을 발견한다. 이 구절은 시의 정조가 단순한 풍경시가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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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고독한 이미지>
“인적이 끊어진 거리를 / 깜박깜박 서두르는 신호등.”
도시는 여기서 인간의 부재를 상징하는 무대가 된다. 신호등은 기계적 질서를 유지하지만, 사람 없는 도심에서 그것은 공허한 장치일 뿐이다. 깜박임은 허무를 드러내고, 도심의 외로움을 극대화한다.
이 장면은 도시적 삶의 고독과 비인간성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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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불빛 결말의 상징>
“가로등 불빛은 비 내리는 도심을 /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가로등은 의인화된 ‘관찰자’로 제시된다.
인간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빛과 비뿐이다. 이는 자연과 사물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해 세계를 응시한다는 존재론적 전환을 보여준다.
동시에 시는 절정에서 여운으로 가라앉으며, 독자는 비와 불빛, 고독이 교차하는 도심의 한밤을 함께 응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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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 해석>
「밤에 내리는 비」는 계절적 풍경에서 출발하지만, 단순한 서정시를 넘어선다.
자연과 도심, 인간과 사물의 관계가 교차하며, 독자는 계절의 슬픔을 넘어 현대인의 내면적 고독을 체험한다.
이는 전통적 서정시와 도시 시의 접목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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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적 맥락>
모상철 시인의 시는 김소월의 자연 서정과도 연결되지만, 더 나아가 도심적 감각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현대적이다.
또한 윤동주의 「별 헤는 밤」처럼 자연을 통해 내면을 비추는 방식, 기형도의 도시적 고독의 정조와도 이어진다.
즉, 자연의 변화 속에서 개인의 감정을 읽어내는 전통적 서정과, 도시적 고독을 형상화한 현대적 서정이 결합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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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비의 은유
비는 단순히 기상 현상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삶의 무게, 회한의 감정을 상징한다.
밤에 내리는 비는 고독한 인간 존재를 드러내는 배경이며 동시에 화자의 내면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모상철 시인의 시는 그 비를 통해 ‘쓸쓸하지만 깊이 있는 인간 존재의 노래’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