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남상미 시인---"벚꽃"》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남상미

*필명:아람

*월간 문학바탕 2007년

시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국제문학바탕문인협회 평생회원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월간 문학바탕 작품 다수 수록

동인지 <시와 에세이> 13, 16, 18

다수 참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 국문학과 졸업


〈벚꽃〉


남상미


뜨겁게 끓어오르는 꽃잔디 위로

붉은 태양 저녁잠만은 깨우고 있지요

먼 남쪽 바다에서 끝없이 피어오르는

왕버들같이 흐드러지게 벚꽃의 향연은

지난밤 피어났던 하양 상고대마저

멀리서 이별하듯 녹이고 있지요


흩날렸던 푸른 날 생경하게 고개 든

꿈 많던 세월조차 벚꽃처럼 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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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미 시인의 〈벚꽃〉은 계절의 노래이자 생의 순환에 관한 시이다.

봄의 언어를 빌렸으되, 그것은 단순히 꽃의 피고 짐이 아니라 인간의 시간과 존재의 열기를 상징한다. 시는 ‘끓어오르는’이라는 동사로 시작하여 즉시 생명의 움직임을 불러낸다.

정지된 사물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깨어나는 존재의 열기다.

‘붉은 태양’은 생명의 원천이며 동시에 덧없음의 불씨다. 시인은 그 뜨거운 빛 아래서 피어나고 스러지는 삶의 온도를 감각적으로 포착하여 나아간다.



‘먼 남쪽 바다에서 끝없이 피어오르는’이라는 표현은 봄의 이미지를 수평적으로 확장시킨다.

땅이 아니라 바다에서 피어난다는 역설은 생명의 근원이 한 곳에 머물지 않음을 말한다.

삶의 시작은 언제나 바다처럼 아득하고, 그 끝도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왕버들같이 흐드러지게’라는 표현은 그 생명의 흐름이 무겁지 않게, 춤추듯 이어진다는 암시다.

이 시에서 벚꽃은 땅의 꽃이 아니라 시간의 파도 위에서 피어나는 존재다.



‘지난밤 피어났던 하양 상고대마저 / 멀리서 이별하듯 녹이고 있지요’라는 대목은 감정의 축이 바뀌는 지점이다.

하얗게 얼어붙었던 상고대는 겨울의 기억이다.

그것을 녹이는 것은 봄의 따뜻한 손길이다.

그러나 그 녹음조차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이별하듯’이라는 말속에서 슬픔을 품는다.

피어남은 이별의 시작이고, 따뜻함은 차가움을 녹이며 사라지게 한다. 이 구절에서 봄은 환희의 계절이 아니라 무상의 계절이 된다.


이어지는 ‘흩날렸던 푸른 날 생경하게 고개 든’이라는 문장은 청춘의 기억을 부른다.

푸른 날은 젊음이요, 그 시절의 뜨거운 생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것을 ‘생경하게’라고 표현하였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마주한 청춘의 빛은 낯설다. 생경함은 잊었던 감각이 다시 깨어나는 순간의 떨림이며, 추억이 현재 속에서 부활하는 장면이다.

과거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현재의 꽃잎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마지막 구절 ‘꿈 많던 세월조차 벚꽃처럼 피었네요’는 결말이자 회복이다.

이 문장은 삶의 덧없음을 애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라진 세월조차 다시 피어날 수 있음을 노래한다.

벚꽃의 피어남은 시간의 재생, 인간의 환생을 뜻한다. 시인은 봄의 한순간 속에서 생의 영원성을 본다. 그가 말하는 ‘벚꽃’은 단순한 계절의 상징이 아니라, 존재가 다시 자신을 복원하는 기적의 순간이다.


이 시의 언어는 감각적이면서도 논리적이다.

모든 동사는 시간의 변화를 품고 있다. 끓어오르고, 피어오르고, 녹이고, 흩날리고, 피어난다.

언어가 곧 시간이다.

시를 읽는 동안 계절이 바뀌고, 시간은 피고 지며 다시 돌아온다. 색채의 흐름 또한 정교하다.

붉은 태양의 열, 하얀 상고대의 순수, 푸른 날의 기억. 이 세 가지 색은 인간의 인생 곡선을 따라간다. 열정에서 순수로, 순수에서 성숙으로 이어진다.


남상미 시인의 벚꽃은 순간의 찬미가 아니라, 순간 속의 영원을 본다. 피어남과 사라짐은 대립이 아니라 동시의 사건이다. 벚꽃은 피는 동시에 지며, 지는 동시에 새로운 생을 낳는다. 존재는 언제나 소멸 속에서 자신을 다시 태운다.

시인은 그 순환의 질서를 아름다움으로 전환하였다. 역설적으로 허무를 품은 생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생이 될 수 있다.


〈벚꽃〉은 봄을 노래하면서도 삶 전체의 시간을 담아낸 작품이다. 뜨겁게 피어나고, 녹고, 다시 피어나는 생의 순환 속에서 시인은 인간이 시간의 일부임을 받아들인다. 시인의 벚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세월이 남긴 기억의 형상을 담았다.

남상미 시인의 시는 감각과 사유, 생명과 철학이 하나의 결 속에서 빛나는 향연을 삶 속에 벚꽃처럼 피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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