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혜광스님 시인-하나의 사랑》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하나의 사랑〉

혜광스님


나는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그 사랑은 하늘처럼 넓고

용서처럼 깊습니다.


나는 부처님을 사랑합니다.

그 사랑은 연꽃처럼 고요하고

자비처럼 따뜻합니다.


하늘과 연꽃,

빛과 자비는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 하나의 사랑,

하나의 진리에서 온 숨결입니다.


믿음과 자비가 서로를 비출 때

종교의 이름은 사라지고

오직 사랑만 남습니다.


오늘도 두 손을 모읍니다.

하나님 안에서 부처님을 보고

부처님 안에서 하나님을 봅니다.

그 빛이 마음을 밝혀

모든 생명 위에 평화가 피어납니다.



〈하나의 사랑〉

**혜광스님의 종교초월적 사랑의 미학과 보편 구원의 시학**




<서론>

신과 부처, 그리고 인간의 자리


이 시는 단순한 신앙 고백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과 우주의 본질을 ‘사랑’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응축하였다.

혜광스님은 기독교의 하나님과 불교의 부처님을 나란히 호명함으로써, 종교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존재의 중심에 자리한 ‘하나의 진리’를 찾는다.

시인은 두 신앙의 충돌을 넘어 공명하는 사랑의 에너지를 드러내며, 그것을 인간 영혼의 본성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이 시는 교리를 초월한 인간적 사랑의 선언이자, 보편적 구원론의 서사로 읽힌다.




하늘과 연꽃의 상징


“하늘처럼 넓고 용서처럼 깊은” 사랑은 신의 초월적 품성을 상징한다.

“연꽃처럼 고요하고 자비처럼 따뜻한” 사랑은 불교적 내면의 정화와 깨달음을 상징한다.

하늘은 창조의 원점이며, 연꽃은 구원의 완성이다.

하늘은 위로부터 내리는 은총이라면, 연꽃은 아래에서 피어나는 수행의 결과이다.

혜광스님은 이 두 상징을 병치시켜, 초월과 내재, 신과 인간, 영원과 일상의 조화를 그려낸다.

그 조화의 이름이 바로 ‘하나의 사랑’이다. 그것은 하늘과 연꽃이 만나는 곳에서 피어나는 우주적 자비의 꽃이 되었다.



종교의 본질 이름을 넘어선 진리


“믿음과 자비가 서로를 비출 때 종교의 이름은 사라지고 오직 사랑만 남습니다.”

이 한 구절은 시 전체의 핵심이자 사상적 결론이다.

시인은 종교의 본질이 교리나 의식에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믿음이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신앙은 공허하고, 자비가 사랑으로 확장되지 않으면 수행은 형식이 된다.

궁극적인 종교는 사랑을 향한 통로이다. 진리는 사랑 그 자체라는 것을 시인은 선언한다.

그 사랑은 특정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생명에 내재된 우주의 숨결이다.



기도와 명상의 리듬


이 시는 기독교의 기도문과 불교의 명상문이 한 몸처럼 엮인 구조를 지닌다.

“나는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 나는 부처님을 사랑합니다.”

이 구절은 신앙의 고백인 동시에 수행의 호흡이다.

언어는 짧지만 그 여운은 길고, 침묵은 문장 사이를 메워준다.

시의 운율은 기도처럼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에는 명상처럼 멈춘다.

그 정적의 순간이 바로 깨달음의 순간인가

시인은 독자를 다시

그 고요 속으로 이끌어 나간다.

이 시를 읽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예배이자 수행으로 작용하게 나아간다.



신학과 선학의 교차


혜광스님은 두 사유체계를 대립시키지 않고 서로를 거울로 비춘다.

기독교의 ‘용서’는 불교의 ‘자비’로 이어진다.

불교의 ‘연꽃’은 기독교의 ‘빛’으로 확장된다.

그는 신학이 가르치는 구원의 개념을, 선학이 보여주는 깨달음의 실천으로 확장 연결한다.

결국 신의 은총과 부처의 자비는 같은 근원에서 흘러나온 물줄기라는 것을 시로 증명하였다.

이 지점에서 시는 철학이 되고, 철학은 시의 숨결이 되었다.



<사랑의 윤리와 평화의 확장>


마지막 연은 시의 메시지를 윤리적 차원으로 확장한다.

“그 빛이 마음을 밝혀 모든 생명 위에 평화가 피어납니다.”

사랑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다. 인류 전체의 구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구절에서 ‘빛’은 지식의 빛이 아니라 깨달음의 빛이다. ‘평화’는 정치적 평화가 아니다. 영혼의 화해이다.

시인은 인간의 내면에서 시작된 사랑이 결국 세계 전체의 평화로 번져나간다.

이때 사랑은 신학적 진리가 아니라 윤리적 실천이다. 믿음과 자비의 결합으로 완성되는 삶의 행위인 것이다.


결론 — 종교를 넘어선 인간으로 귀환


〈하나의 사랑〉은 종교 간 화합의 시가 아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의 시이다.

하나님과 부처님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선언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사랑의 통합을 상징한다.

신과 불의 이름을 지운 자리에서 드러나는 것은 결국 인간 자신의 순수한 영혼이다.

영혼은 ‘하나의 사랑’을 실천할 때, 신과 부처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가 하나의 숨결로 이어진다는 진리가, 혜광스님의 시 속에서 고요히 꽃 피운다.

이 시는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한 신성(神性)과 불성(佛性)의 화해를 보여주는, 현대 종교시의 하나의 사랑을 위한 종교를 하나로 보는 혜광스님의 선언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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