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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박길동 시인-가을은 꽃이다》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


〈가을은 꽃이다〉


석영 박길동


가을은 꽃이다


여기 봐도 꽃

저기 봐도 꽃


너도 꽃이고

나도 꽃이네


나뭇잎도 꽃

풀잎도 꽃이며


산야도 꽃이고

호수

바다

초원도 꽃이네


하늘과 땅

천지가 꽃이니

가을은 꽃이다


***********



〈평론 —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의 결이 빚어낸 맑은 선언〉


가을을 새롭게 보는 단정한 시선


이 시의 가장 큰 힘은 단순한 말속에서 느껴지는 확신과 온기다.

가을을 흔히 ‘스러짐의 계절’로 떠올리지만, 시인은 그 시선을 가볍게 뒤집는다.

“가을은 꽃이다.”

이 한 문장은 시인이 바라보는 세계가 얼마나 맑은지, 또 얼마나 따뜻한지 말해준다.


‘꽃’이라는 말의 확장


이 시에서 ‘꽃’은 식물의 꽃만을 뜻하지 않는다.

너도 꽃이고, 나도 꽃이라는 대목은

가을이 단순히 풍경의 계절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빛나는 시간임을 알려준다.


나뭇잎과 풀잎까지 꽃이라 부르는 마음,

산과 호수까지 꽃이라 부르는 시선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숨겨진 아름다움을 끌어올리는 시적 감각을 보여준다.


가을빛이 닿는 모든 것이,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 생명들까지도

꽃처럼 보이는 순간,

그 시심은 이미 세상을 한 계단 더 깊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을 함께 품에 안는 따뜻한 울림


이 시의 중심에는 '관계'가 있다.

자연의 모든 요소가 꽃이듯,

시인은 사람 또한 그 일부라 말한다.

“너도 꽃이고 나도 꽃이네”라는 짧은 문장이

시 전체에 잔잔한 온기를 더한다.

가을의 바람도, 저무는 빛도,

산야의 곡선과 호수의 숨결까지

모두 하나의 큰 꽃밭으로 읽어내는 시인의 마음이

작품 전체를 밝히고 있다.


마지막 구절이 남기는 맑은 여운


“천지가 꽃이니 / 가을은 꽃이다.”


이 결론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존재를 받아들이는 방식,

그리고 자연을 향한 애정이 응축된 문장이다.

한 계절을 꽃이라 부를 수 있는 마음은

스스로도 꽃과 같은 시선을 지녔다는 뜻이다.

박길동 시인의 시는 그 마음의 깊이를 조용히 보여주는 서정시의

부드러운 속삭임에

꽃, 풀, 식물, 하늘과 땅까지

아우르는 시인의 포용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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