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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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문화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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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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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 박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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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꽃이다
여기 봐도 꽃
저기 봐도 꽃
너도 꽃이고
나도 꽃이네
나뭇잎도 꽃
풀잎도 꽃이며
산야도 꽃이고
호수
바다
초원도 꽃이네
하늘과 땅
천지가 꽃이니
가을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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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의 결이 빚어낸 맑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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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새롭게 보는 단정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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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가장 큰 힘은 단순한 말속에서 느껴지는 확신과 온기다.
가을을 흔히 ‘스러짐의 계절’로 떠올리지만, 시인은 그 시선을 가볍게 뒤집는다.
“가을은 꽃이다.”
이 한 문장은 시인이 바라보는 세계가 얼마나 맑은지, 또 얼마나 따뜻한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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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라는 말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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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꽃’은 식물의 꽃만을 뜻하지 않는다.
너도 꽃이고, 나도 꽃이라는 대목은
가을이 단순히 풍경의 계절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빛나는 시간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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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과 풀잎까지 꽃이라 부르는 마음,
산과 호수까지 꽃이라 부르는 시선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숨겨진 아름다움을 끌어올리는 시적 감각을 보여준다.
가을빛이 닿는 모든 것이,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 생명들까지도
꽃처럼 보이는 순간,
그 시심은 이미 세상을 한 계단 더 깊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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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을 함께 품에 안는 따뜻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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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중심에는 '관계'가 있다.
자연의 모든 요소가 꽃이듯,
시인은 사람 또한 그 일부라 말한다.
“너도 꽃이고 나도 꽃이네”라는 짧은 문장이
시 전체에 잔잔한 온기를 더한다.
가을의 바람도, 저무는 빛도,
산야의 곡선과 호수의 숨결까지
모두 하나의 큰 꽃밭으로 읽어내는 시인의 마음이
작품 전체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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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구절이 남기는 맑은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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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가 꽃이니 / 가을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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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론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존재를 받아들이는 방식,
그리고 자연을 향한 애정이 응축된 문장이다.
한 계절을 꽃이라 부를 수 있는 마음은
스스로도 꽃과 같은 시선을 지녔다는 뜻이다.
박길동 시인의 시는 그 마음의 깊이를 조용히 보여주는 서정시의
부드러운 속삭임에
꽃, 풀, 식물, 하늘과 땅까지
아우르는 시인의 포용력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