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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80주기 윤동주 시인에게 헌정 수필》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윤동주 시인에게

〈윤동주 팔십 주기 헌정 수필〉


박성진 문화평론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늘 조용하다.

바람이 크게 불어도, 마음이 흔들려도,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 하늘을 볼 때마다

윤동주라는 이름을 떠올린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이름.


그가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그의 시는 조금도 낡지 않았다.

종이에 쓰여 있는 문장인데도

사람의 목소리처럼 가슴에 남는다.

그 말투, 그 숨결, 그 멈춤.

모든 것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가끔 그

동주의 하숙방을 상상한다.

작은 책상과 낡은 의자,

창가에 드문드문 내려앉는 저녁빛.

그 속에서 한 줄의 시가 태어났을 텐데

그 순간의 고요가 지금까지 이어져

우리 마음에 머무는 것 같다.


윤동주의 시를 읽으면

자꾸만 나를 돌아보게 된다.

누구를 비난하거나 설교하는 글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묻는 글이다.

그 묻는 마음이 참 맑고 아프다.

그래서 오래 남는다.


팔십 해가 흘렀다는 말이

사람에게는 먼 시간 같지만

동주의 시에는 조금도 먼 느낌이 없다.

오히려 가까워진다.

새벽 공기처럼 선명해지고,

짧은 숨결처럼 바로 곁에 와닿는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그가 지금 시대를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기뻐할까, 슬퍼할까,

아니면 잠시 고개를 떨구고

작은 기도처럼 마음을 가다듬을까.

그 어떤 모습이어도

동주의 말과 눈빛은

조용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윤동주라는 이름은

큰 목소리로 부르면 금세 멀어지는 이름이다.

조용히 불러야 다가오고

마음 깊이 기울여야 들리는 이름, 윤동주

그의 시도 그렇다.

읽는 것이 아니다.

살포시 건너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손에 쥐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스스로 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오늘도 동주의 시 한 줄을 떠올린다.

이름을 부르듯,

별을 바라보듯,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듯.

그 한 줄만으로도 마음의 속도가 느려지고

숨이 조금 더 편안해진다.


팔십 주기라는 말 앞에서

거창한 말은 필요 없다.

오래된 약속을 다시 꺼내보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말보다 마음이 앞서는 약속.

빛을 잃지 않으려는 약속.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으려는 약속이다.


글을 마치며 창밖을 바라본다.

흔들리는 별 하나가

희미한 불빛으로 떠 있다.

그 별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그가 떠오른다.

그의 시, 그의 침묵, 동주의 마음.


오늘은 동주의 마음을 생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윤동주 시인의 2025년 80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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