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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별들의 서시》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별들의 서시


박성진 시인


하늘을 우러러 나는 별을 부른다.

수많은 별들 사이

그 하나 빛나고,

깊은 밤 어둠 속에도 꺼지지 않는 별빛.


밤이 깊을수록 별빛은 또렷해져

내 마음도 다시 깨어난다.

그대와 나, 고요를 안아

빛으로 번진다.


별빛이 사라져도 이름은 남으리.

어디서 무엇이 되어도

우리 다시 만나

끝내 하늘에

영원한 별이 된다.




윤동주의 시혼으로 읽는 「별들의 서시」



서시와 별의 원형

윤동주의 「서시」는 한국 근대시의 기원이자 영원한 기도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라는 첫 구절은 시인의 삶 전체를 압축하는 신앙적·윤리적 다짐이었다. 「별들의 서시」는 이 정신을 계승하며, 별을 직접 부르는 행위로 출발한다. 하늘을 우러름은 양심을 비추는 성찰의 몸짓이며, 별을 부르는 것은 그 성찰을 역사와 공동체 속에서 확장하는 행위다. 윤동주가 별을 하나하나 세며 개인의 고독을 노래했다면, 박성진은 별들을 다수의 존재로 불러내어 집합적 서시를 새롭게 써 내려간다.


별의 다층적 의미


별은 윤동주 시의 핵심 상징이었다.

별은 조국의 운명, 양심의 등불, 시 자체의 영원성을 의미했다.

「별들의 서시」의 “수많은 별들 사이 그 하나 빛나고”라는 구절은 무수한 존재 중에서도 꺼지지 않는 정신을 가리킨다.

그것은 곧 윤동주의 불멸한 시혼이자,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영혼의 불씨다.

별은 다수 속의 하나이자 하나 속의 다수로, 보편과 특수를 동시에 아우르는 상징으로 작동한다.



어둠과 빛의 변증법

윤동주 시는 늘 어둠과 빛의 긴장 위에 서 있었다. 일제의 억압과 죽음의 위협 속에서 그는 별빛을 더욱 또렷하게 불러냈다. 박성진의 시 역시 “깊은 밤 어둠 속에도 꺼지지 않는 별빛”이라 노래한다. 이는 절망과 희망의 변증법을 드러낸다. 어둠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대적 고통의 상징이고, 빛은 그 속에서 더욱 강렬히 드러나는 정신의 불멸성을 의미한다. 절망이 깊어질수록 희망은 더욱 강해진다.



존재의 각성과 깨어남

“내 마음도 다시 깨어난다”는 구절은 단순한 감정의 환기가 아니라 존재론적 각성이다. 윤동주는 무감각의 시대 속에서도 늘 깨어 있으려 했다. 시를 쓰는 행위는 곧 정신의 각성이자 윤리적 실천이었다.

박성진의 시는 이 전통을 이어받아 별빛이 또렷해지는 순간, 시인의 마음 또한 다시 깨어남을 증언한다.

별빛은 곧 각성의 불씨이며, 시는 존재를 깨우는 기도다.



‘그대와 나’의 공동체적 확장

윤동주의 시학은 고독한 ‘나’의 서정을 넘어서, ‘너’와 ‘우리’로 확장되었다.

「별 헤는 밤」에서 그는 잃어버린 이름들을 불렀고, 그것은 민족 전체의 고통을 대변했다. 박성진은 “그대와 나, 고요를 안아 빛으로 번진다”라 썼다. 이는 개인의 서정을 넘어 공동체적 연대를 노래하는 것이다. 별빛은 이제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며, 함께 나누어야 할 희망의 언어가 된다.



별빛과 이름의 불멸성

윤동주는 이름을 불러 존재를 회복시키는 시인이었다.

이름은 곧 생명이며 기억의 표지였다. “별빛이 사라져도 이름은 남으리”라는 구절은 이 정신을 계승한다. 빛은 사라질 수 있으나, 이름은 역사 속에 남아 불멸한다. 윤동주의 시가 오늘까지 살아 있는 이유는, 그의 언어가 이름으로 남아 시대와 세대를 넘어 빛나기 때문이다.



영혼의 재회와 신앙의 차원

“어디서 무엇이 되어도 우리 다시 만나”라는 구절은 윤동주의 시학에 스며든 기독교적 세계관과 직결된다. 죽음 이후에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은 그의 신앙의 뿌리였다. 「별들의 서시」는 이 신앙적 지평을 오늘의 언어로 재현하며, 별빛 속에서 영혼의 재회를 노래한다. 이는 개인적 위안이 아니라, 보편적 희망의 증언이다.



‘우리의 하늘’로의 귀속

윤동주 시는 언제나 조국의 하늘을 지향했다. 개인적 별빛은 결국 민족 공동체의 하늘에 모여든다. “끝내 우리의 하늘에”라는 구절은 그 귀속을 보여준다. 흩어진 별빛들이 모여 다시 하나의 하늘을 이룬다는 이 표현은, 분열된 민족사의 현실 속에서도 결코 잃지 않는 공동체적 귀속의 자리다.


윤리적 별의 증언

윤동주에게 별은 단순히 아름다움의 상징이 아니었다. 그것은 양심의 등불이며, 삶의 윤리적 기준이었다. 별을 바라보는 것은 곧 자기 성찰의 행위였다.

박성진의 시는 이 윤리적 의미를 계승한다. 별빛을 부른다는 행위는 스스로의 양심을 호명하는 일이며, 부끄럼 없는 삶을 향한 다짐이다.



종교적 차원

윤동주의 시에는 신앙이 깊이 스며 있었다. 별빛은 신의 창조 질서 속에서 인간 영혼의 순결을 드러내는 표지였다. 「별들의 서시」 또한 별빛을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영원의 질서 속에 놓인 신성한 빛으로 노래한다. 하늘을 우러름은 곧 신 앞에서의 자기 성찰이며, 부끄럼 없는 신앙의 고백이다.



예술적 차원

윤동주에게 시는 별빛과 같았다.

시대가 어둡고 몸이 사라져도, 시는 남아 별처럼 빛난다. 「별들의 서시」의 별빛은 곧 시의 언어를 상징한다. 꺼지지 않는 별빛은 세대를 넘어 살아남는 언어의 힘이며, 예술의 불멸성이다. 박성진의 언어는 윤동주의 별빛을 오늘의 시학으로 다시 불러낸다



역사적 울림

윤동주는 일제 강점기의 어둠 속에서 별을 불렀다. 그것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증언하는 행위였다. 오늘날의 시점에서 박성진이 별을 부르는 것은, 분단과 갈등, 세계적 불안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어둠은 반복되지만, 별빛은 꺼지지 않는다. 이 역사적 울림은 윤동주의 시혼이 오늘도 살아 있음을 입증한다.



현대적 계승

윤동주의 별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오늘의 시인들에게 계승되어야 할 정신이다. 박성진은 「별들의 서시」를 통해 윤동주의 별빛을 현대적으로 이어받는다.

별은 단순히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실천이다. 우리가 별을 부르는 한, 윤동주의 정신은 여전히 우리 속에 살아 있다.



보편적 메시지

윤동주의 별빛은 민족을 넘어 인류 전체를 비추었다. 그의 시는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서 태어났으나, 그 속에 담긴 양심의 언어는 세계의 언어가 되었다. 박성진의 시 또한 이 보편성을 계승한다. 별빛은 국경을 넘어 모든 이들의 하늘에 빛나며, 인류 전체의 연대와 희망을 호소한다.


결론: 윤동주 시학의 계승과 초월

「별들의 서시」는 윤동주의 시혼을 계승하면서도 초월한다. 개인적 고백에서 공동체적 연대, 역사적 어둠에서 영원의 빛으로 나아가는 이 시는, 윤동주 시학의 총체를 오늘의 언어로 재탄생시킨다. 윤동주는 죽음 속에서도 별이 되었고, 박성진은 그 별빛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불러낸다.

이 시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서시로

비추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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