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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움직이는 도서관

시인 박성진

by 박성진

신기한 뼈들이 걸어 다닌다.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락내리락 걸어 다니는 뼈들... 삐걱삐걱 소리도 안 들린다. 뼈들은 저마다 빠르게 움직인다.


나는 걸어가면서 글을 쓴다. 시를 쓴다. 신기하다. 글 쓰기 전에는 요란한 전철소리가 들려오고, 글을 쓰면 아무것도 안 들린다. 전철에 앉아있어도 서있어도 조용한 도서관이 된다.


글쓰기 삼매경에 깊이 빠진 날은 목적지보다 한참을 더 가서 마침표 찍고 나면 화들짝 놀란 발걸음... 다시 반대로 가서 또 전철을 탄다. 전철에서 핸드폰에 글쓰기 하면 좋은 성적표가 나온다.


전철을 타면 또 다른 행복을 기대하는 나에게 전철은 조용한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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