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시인 박성진
■ "초병의 봄"
언제 오나요
스산한 하늘
엉켜진 삼팔선 들풀들아!
초병들이 순찰하는 길
손에 잡힐듯한 북녘의
길은 오늘도 지뢰밭 길이다.
엉킨 풀들은 떨어지지 않는
76년 고통의 세월 이념이 되어
서로 붙어서 힘을 겨루고 있다
6.25 한국전쟁의 한은
아득히 멀어지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산비둘기는
영문도 모른 체 삼팔선을
푸드덕푸드덕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피 흘렸던 그날에 긴 철조망
한국전쟁 불멸의 혼불은
정녕 영원하다.
어제의 참담함을 달래 보는
한반도는 아직도 느꺼워
눈물로 잠들어 누운
어린 병사들에 맺힌 애증
풀어내고
오늘도 초병들의 목숨이
위협받는 줄도 모른 채
사슴과 노루들은
눈발을 가로지르며
예쁜 눈망울 깜빡거리며
철없이 높이 뛰기
자랑을 한다
긴 철조망들의 울음소리
평화의 풀벌레 합창소리
들려오는데
길고 긴 철사들 X자로 엉키어서
시리고, 아픈 철조망 뼈 마디마디여!
다가오는 일백 년이 성큼 오기 전
부끄러운 철조망을
거두어 가려무나
오늘도 차가운 눈발들이 거칠게
쏟아지는데 초병들의 눈망울은
수정처럼 반짝인다.
잠에서 깨어나자
길고 긴 잠에서 깨어나자
삼팔선은 오늘도 겨울
"초병의 봄"은
정녕 언제 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