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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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낙엽 슬픈 대화
한강에서 마지막 파티를 하는
'바위틈새에 들어간 낙엽들'
쓰리고 아팠던
한강의 소년을 회상하게 한다.
피카소를 끝까지 목숨 바쳐
피카소의 무덤을 지켜주던
쟈클린느도 멋진 자태로 변신하여
마법처럼 빛나는
낙엽밑에 조약돌이 되어
반짝거린다.
아흔이 넘은 피카소 젊은
여인의 향기를 맡으면서
붓을 놀리듯
한강의 붓을 들어 보이는
제2의
한강의 낙엽
슬픈 대화가 시작되었다
캔버스에 숨겨둔
수두룩한 여인들
'단 한 명 너만 그렸어'
시치미 떼는 피카소의 기침소리를
듣고 있는 '나'도
허름한 붓을 들어 본다.
오늘 바로 이 순간, 마법처럼
한강의 기적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