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꺅”
8월 어느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용도실 창문을 열었다. 이중창의 하나를 열고 또 나머지 하나를 열었더니 창틀에 청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창 밖이 아니라 안 쪽에 앉아 있었다. 깜짝 놀라서 무조건 반사의 속도로 창문을 닫았다. 전날 밤 자기 전에 창문을 닫을 때는 분명히 없었다. 도대체 어디로 들어왔을까? 청개구리는 창문과 방충망 사이에 있었다. 방충망의 빗물 구멍으로 들어왔나? 빗물 구멍보다 개구리 몸통이 더 커 보인다. 우리도 그 뭐야, 개구멍으로 불리는, 사람 몸집보다 작은 그 구멍으로 들락날락하니 청개구리도 가능한가? 그건 그렇고 재는 되돌아갈 수 있을까? 방충망을 살그머니 열어 두었다.
여름 내내 개굴개굴 청개구리가 자꾸만 집안으로 들어왔다. 어디로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CCTV를 달아서 알아보고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 사람들의 집이 청개구리가 살 만한 공간이었던가? 그건 모르겠고 집안에 둘 수는 없어 보일 때마다 집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일이었다. 맨 손으로 잡기는 찜찜해서 휴지와 비닐을 사용해보기도 하고 장갑을 끼고 잡아보았지만 물컹하고 찐득한 기분이 들어 내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일회용 컵을 전용 도구로 정해놓고 사용했다. 손으로 만지지 않아도 되어 편했다. 컵을 살짝 기울여 들어가게 하면 몸을 사리며 가만히 있는다. 컵 채로 마당에 두면 잠시 눈치를 보다가 컵에서 빠져나와 잔디로 뛰어갔다.
그랬던 청개구리가 9월이 되자 잘 보이지 않는다. 시시때때로 소파에서 폴짝, 창틈에서 꿈뻑꿈뻑, 화장실 천장에서 툭툭 떨어져서 놀라게 하던 애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볼 때마다 놀래놓고는 안 보이니 궁금하다. 집에는 안 들어와도 밖에서는 보일만한데 마당에서도 보기 힘들다. 벌써 겨울잠 자러 갔나? 낮은 여전히 무덥지만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개구리는 이만큼 선선한 바람에도 추위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와서 청개구리가 보이지 않는 건가? 청개구리가 보이지 않으니까 가을인가? 그거나 이거나 같은 의미이다.
그러고 보니 벼가 황금빛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밭농사를 수확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성질 급한 벚나무 잎들이 하나둘씩 노랗게 물들고 있다. 가을 꽃하면 생각나는 코스모스가 마을 길에 하늘하늘거린다. 하늘이 파랗고 높아졌다. 나도 입맛이 돈다. 가을이 오나 싶다가 다시 여름처럼 더웠지만 며칠째 내리는 비로 가을이 깊어진다. 이불을 바꿀 때가 되었다.
올여름은 내가 처음이라 많이 놀랬지만 내년은 청개구리를 집 안에서 보아도 그러려니 할 것 같다. “또야” 이러면서 살짝 들어 올려 ( 맨손으로는 못하겠지만 ) 마당으로 내 보낼 것 같다. 그러다 청개구리가 안 보이면 가을이구나 할 것 같다. 나에게 새로운 계절 알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