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충돌방지 스티커를 붙인 이유
새가 죽었다. 며칠 전에 우리 집 유리창에 부딪혀 죽었다. 예전에 높은 건물의 유리창이나 유리 방음벽에 새가 부딪혀 죽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로드킬이라고 할 수 있다.
고층 빌딩과 방음벽처럼 크고 넓은 유리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다. 통유리창이지만 다른 집에 비해 처마가 길고, 데크에 설치된 굶은 기둥들이 유리창을 중간중간 가리고 있어 괜찮을 줄 알았다. 아무리 우리 집 유리창이 크다고 해도 가정집 유리창 아닌가. 우리 집 유리창에 새가 부딪히면 얼마나 부딪치겠어? 어쩌다 부딪친다고 해도 설마 죽을까?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새를 잡을 줄이야.
새는 ‘유리’의 특성을 모른다. 투명해서 유리창 너머가 보인다. 집안에서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동네 풍경이 좋았다. 집 밖에서는 유리에 반사된 풍경이 빛이 바랜 사진처럼 보여 좋았다. 새들은 유리에 반사된 하늘과 숲의 모습을 보았을 테고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날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으리라. 게다가 새의 눈은 정면이 아니라 측면에 있어 정면을 인식하기 어렵다고 한다. 천적을 피하기 위해 정면이 아니라 측면에 눈이 있는데 유리창이라는 새로운 위험물이 등장한 셈이다.
이번 죽음이 이사 오고 세 번째이다. 처음은 이사 온 직후였다. 아침에 나가보니 죽어 있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두고 보기로 했다. 죽음이 반복되면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1년 동안은 더 이상의 죽음은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벌써 2마리가 죽었다. 당황스럽고 속상하고 슬프다. 길냥이들이 다니지 않을 것 같은 장소를 골라 땅을 파고 새를 묻었다,
부랴부랴 새 충돌방지 스티커를 붙였다. 지난번에 놀래서 구입한 것이다. 크기가 맞지 않아서 , 설마 또 부딪치지는 않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에 내버려 두었던 것을 찾아 붙였다. 충돌방지 스티커는 5cm간격으로 작은 점들이 찍힌 것이 전부다. 촘촘하게 찍힌 점 사이로 새가 지나갈수 없다고 판단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제발 더 이상 새의 죽음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