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
마을 입구에서 OO을 보았다. 이름이 통 생각나지 않는다. 긴 장대 끝에 오리를 깎아 놓은 것으로 마을을 재앙으로부터 보호하는 수호신 역할을 하는 건데, 이름이 뭐더라.. 보통 옆에는 장승이 서있기도 하는데, 뭐라고 부르더라? 천하대장군도 기억나고 지하여장군도 생각나는데 오리가 편안하게 앉아 하늘을 올려보고 마을을 내려다보는, 저 것은 정녕 무엇이더냐. 머리에서는 오만 생각이 나는데 입 안에서는 이름이 뱅뱅 돌지도 않는다.
“자기야, 마을 입구에 서 있는 것 말이야. 긴 장대에 오리가 앉아 있는 그 거, 이름이 뭐지? ”
“솟대?”
“맞다. 솟대. 하루종일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답답했어. 근데 왜 솟대야?”
“높이 솟아 있다고 솟대잖아.”
“아~ 솟아 있다고 솟대라고 하는구나. 그러면 ‘대’는 무슨 뜻이지?”
“막대기.”
“아~ 아~ 그렇구나. “
요즘 단어를 깜빡깜빡한다. 사람이름도 자주 잊는다.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 잊는 건가? 아니다 나이 들어 그런 것 같다. 젊을 때는 별별 것을 기억해서 곤란하더니만 이제는 일상에서는 쓰는 말이 기억나지 않아 ‘이거 그거 저거’라고 할 때가 많다. 내 고민을 어떻게 알았는지 유튜브가 해결방법을 찾아 주었다. 기억에 나지 않은 낱말을, 그러니까 오늘 같은 경우 솟대를 일기장이나 공책에 10번씩 읽으면서 손글씨로 쓰면 기억력 감퇴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영상을 보았다. 금방 공책 한 권 다 채우겠다는 쓸데없는 걱정을 잠시 하고는 다짐했다. 나는 짧은 글을 쓰기로 했다. 언제까지 이 다짐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은 시작이다.
생각난 김에 솟대 위의 오리가 궁금해졌다. 왜 오리인가? 꼭 오리여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솟대의 오리는 물새로서 농사에 필요한 물을 가져다주고 불의 피해로부터 보호하고, 홍수를 막아주는 등 마을 수호의 의미라고 한다. 오리가 많지만 지역에 따라 갈매기, 기러기, 까치, 왜가리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름을 기억한 김에 새로운 지식을 배웠는데 얼마나 내 머릿속에 남아있을지? 요즘은 정말이지 머릿속에 대따 커다란 지우개가 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시작이다.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