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다. ‘우’를 짧게 ‘리‘는 길게 발음한다. 난 정말 몰랐다. ‘우리하다’가 사투리일 줄이야. 말이 안 된다. 지금껏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는 의사의 질문에 나는 ‘우리하다’고 대답했고 그들은 내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대학 졸업 때까지 대구에 살았으니 당연히 어릴 때 만난 의사는 ‘우리하다’는 나의 말을 알아들었을 테다. 어쩌면 먼저 말을 했을지도 모르지. ‘여가 아프다고? 어떻게 아프노? 우리하나?’ 이렇게 말이다. 게다가 어릴 때는 우리하게 아플 일도 거의 없다. 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서 30년 동안 대전과 경기도에서 살았다.( 슬프게도 특별시민이었던 적은 없다.) 그때 내가 만났던 의사들은 모두 경상도 출신이었나? 환자의 고통을 흘려듣지는 않았을 테고, 촉으로 감으로 이해했나? 나, 지금 말이야. 매우 당황스럽다.
그렇다면 우리하게 아픈 것을 우리하다고 말하지 않고 어떻게 말해야 하지? 어떤 상태인지 표준어로 설명을 한다면 뭐라고 해야 하나? 나는 그저 우리해서 우리하다고 하는 건데 말이다. 우리한데 우리하다고 말도 못 하고 이를 어쩌나.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신체의 일부가 몹시 아리고 욱신욱신한 느낌이 있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으로 설명되어 있다. 조금 부족한 설명이다. 그런데 나도 뭐라고 딱 맞게 표현을 못하겠다. 그냥 우리하게 아픈데…
헉~ 세상에나. 사투리로 증상을 설명한 경우 의료 사고 발생 시 보호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자신의 증상을 정확하고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란다. 사투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진단하고 치료한 의료진의 과실이 더 만만찮은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예전에 내가 우리하게 아프다고 했을 때 저를 치료하신 의사님들, 제대로 알아들으신 것 맞죠? 더 아프지 않고 잘 나았으니 맞으리라.
우리하다. 우를 짧게 리는 길게 발음한다. 사투리라는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