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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프로방스 Apr 13. 2023

그대 거기 머물러 있으라  그대는 참으로 아름답도다!

화사한 봄꽃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행복의 서곡이다.


하지만 그 축복의 서사시는 얼마나 짧고 허무한지.


                   가곡 동심초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이 맺지 못하고

     한갓 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가


     바람에 꽃이 지고 세월 덧없어

     만날 날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

    


봄에 부르는 엘레지 동심초는 이 땅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훔쳐갔던가.  세월의 아득한 지평선을 타고 울리는 눈물과 그리움의 정서는 사랑의 열정 불다.


몸과 맘으로 부딪치는 봄날의 로망스 가운데 이만한 울림도 없을 다. 당나라 여류시인 설도의 시 춘망가를 번역한 김억의 글 옮김도 길이 남을만하다.


                   봄날에 받은 러브레터 한 통


애절한 이 가곡은 또  한 번의 봄을 만 상춘객들에게  한 편의  러브레터다.

 

봄날의 아름다움은 형체가 없는 그림자요 꽃밭에서  졸다가 본  환이다. 능하면 어나기 싫은 환각작용 말이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무형의 실체인 아름다움은 모두가 소유하고 싶은 영원한 유토피아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손에 잡힌 모든 것을 권력이라 칭할  때 그것은 속성상 부패의 성질을 띠고 있다.


이름다운 용모도 또 하나의 권력이다. 사람들은 미모의 스러짐을 얼마나 안타까워하는가. 


찬란했던 아름다움을 싣고 속절없이 날아가는 시간을 붙잡으려 발을 동동 굴러본다.


어느새 가을바람 불어와 낙엽 쓸 사라진 미모의 쇠잔한 모습만 확인하는 것 말고 아무것도 찾을 수 없지만.


인간의 추한 권력의지에 비친 무상함이여!

런 아름다움은 권력의 욕망을 상품화한 것에 지나지 않으리.


봄은 의 추한 민낯을 드러내고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신기루 같을 뿐임을 깨우쳐 준다.


봄날이 베푸는 짧은 아름다움에 더욱더 목말라하는 이유가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봄은 사방의 꽃과 수목을 씨실과 날실로 엮어 그리움이란 직조물을 짜낸다.


                    봄이  알려주는 키워드


봄은 그리움이다.

미의 옷을 입고 찾아온 꽃들은  마음속에 그리움의 씨앗을 심어놓고 그림자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리움은 기다림이다.

다시 만날 기약도 없고 소망도 없어 보이나 기다림 자체가 소망이요 그리움의 선물인 것이다.


눈을 들어 온 세상을 보면 연초록의 옷을 입고 꽃의 잔치를 배설한 계절이 생의 중심부에 우뚝 서 있음을 확인한다.


이 순간을 살고 있음이 감격이요 축복이며 엄청난 기적이다. 만물이 나를 향해 두 팔 벌려 환호하며 기쁘게 웃고 있지 않은가.


이럴 때 근심과 걱정이나 우울한 얼굴로 시간을 낭비함은 하늘과 자연을 향한 배신다름 아니다. 


 그 어떤 생채기가 있다 해도 충분히 행복하고 더 많이 기뻐할 수 있는 넉넉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움은 미래를 향한 동경이다.

아직 이루지 못한, 아직 내 현실에 당도하지 않은 그 무엇을 향한 느낌이며 감동인 것이다.


           봄의 선물 노스탤지어


오늘날의 부국 스위스가 가난했던 시절

젊은이들은 용병으로 팔려 나가 피를 뿌리고 그 대가로 고국의 부모 형제를 구해냈.


죽음을 앞 용병들은 알프스 너머 고향을 향해 무언가 큰 소리로 외쳤다고들 하는궁금하지 않은가.


고향을 향한 애절한 탄식과 그리움의 눈물 말고 다른 게 아니었을 게다. 여기서 연유되어 나온 말이 노스탤지어 nostalgia 곧 향수다.


향수는 내 안에 존재하는 미칠듯한 그리움이요 동경이다.

대상이 무엇이무의식 속에 남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성가신 도펠갱어  바로 그 친구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은 봄이 내게 키워드로 새긴 기록물들이다.


그리움은 내 안에 오랫동안 잠복되어 있다가 어느  꽃비가 내릴 때 갑자기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내 깨어나 보면 나 역시 본래 고향을 향한 애절한 동경과 사모함이 있을 알고 깜짝 놀란다.


노스탤지어는 다름 아닌 각자의 유전자에 깊이 새겨진 로맨티시즘의 불꽃이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리움과 동경을 찾아 먼 길을 나서는 나그네들이다.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며 산다는 것은 살아 있음의 징표가 아닌가.


미풍에도 떨고 있는 봄꽃을 바라보면 행복이 얼마나 미세하고 예민한 지를 으로 들을  수 있다.


잠깐 동안 찾아온 행복은 너무 가늘고 섬세하여  나비처럼 금방 사라지고 말 테니까.


                  봄날에 부르는  찬가


오늘도 봄꽃은 바람에 날리고 향기는 만리를 날아간다.

푸른 창공의 조각구름은 산 위에 걸쳐있고 종달새는 하늘을 날며 찬양한다.


복사꽃 한 송이가 물 위에 떠 가는데 하늘과 맞닿은 강언덕을 넘어가며 안녕이라 소리친다.


이 봄이 다 가기 전 나도 괴테와 함께 이렇게 찬양하고 싶다.


그대 거기 머물러 있으라

그대는 참으로 아름답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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