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눅눅하고 근질근질거리던
추녀 끝에
투두닥, 투둑—
떨어지는 빗방울
움에서 꺼낸 당근 하나
뜨개바지에 쓰윽쓰윽 문지르고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막내
입안 가득 퍼지는 흙내음
우산도 없이 밭일 나가신
엄마 생각에
떠오르는 얼굴,
보고 싶은 얼굴
천둥번개 요란하더니
금세 어두워진 사방천지
비늘처럼 튀어 오르는
거대한 소나기 떼
걱정이 몰려와
당근 한 입 베어 물고
찢어진 우산이라도 들고
마중 갈까 망설이다
또 한 입, 또 한 입
오도카니 앉아
비가 그치기를
엄마 오시기를
기다리다
당근 하나
다 먹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