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풍경 4

장마

by 도린

눅눅하고 근질근질거리던

추녀 끝에

투두닥, 투둑—

떨어지는 빗방울


움에서 꺼낸 당근 하나

뜨개바지에 쓰윽쓰윽 문지르고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막내


입안 가득 퍼지는 흙내음

우산도 없이 밭일 나가신

엄마 생각에

떠오르는 얼굴,

보고 싶은 얼굴


천둥번개 요란하더니

금세 어두워진 사방천지

비늘처럼 튀어 오르는

거대한 소나기 떼


걱정이 몰려와

당근 한 입 베어 물고

찢어진 우산이라도 들고

마중 갈까 망설이다

또 한 입, 또 한 입


오도카니 앉아

비가 그치기를

엄마 오시기를

기다리다

당근 하나

다 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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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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