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풍경 6

블랙베리 2

by 도린

복분자 한바게쓰 따서

집에 들어서니

막내가 끼린 국 냄새가

우찌나 구시~하던지


사남매 어릴 적,

국 한 그릇에 밥 한술 말아 먹고

동분서주, 죙일 바빴던 그 시절이

눈에 선하이 떠오르데


논일에,밭일에,집안일까지,

하루가 어찌나 짧든지.

동트기 전에 일어나가꼬

달이 뜨고 별들이 시러질 때까지

허리 한 번 펼 시간이 없었데이


다른 반찬?

그걸 우예 챙기묵노


태산같은 할 일을 앞에 놓고는

그저 밥 한술, 국에 말아 후루룩—

퍼뜩 삼키고 일 나서기 바빴째


고깃국은 귀하고

된장국, 배추국, 시래기국…

그냥 있는 거 끼려 묵었째


그래도 뜨끈한 국물 한 그릇이면

속도 풀리고 배도 든든했지


코에 단내나는 삼복더위엔

오이냉국 말아먹고,

식은 밥에 찬물 부어

풋고추에 쌈장 하나면 족했고


한여름 지나고 찬바람 불기 전에

누런 호박 뚝 따서

다시국물 자박하이 붓고 끼리노만,

입이 깔깔해 묵기 귀찮아도

달큰한 늙은 호박 맛이

또 별미였째


아무리 바빠도

모내기철 빼고는

너거 밥상은 따박따박

챙기놓고 나갔니라


감자 채 쳐서 볶아놓고,

막내 좋아하는 노가리라도 있음

양님 발라 밥 위에 찌고

파리떼 호식 못하게

밥뿌재미 덮어놓고

새북잠 깰까 싶어

사북사북 마당을 나섰째


니는 막띠라고

서러지 한 번 안 시키고

귀히귀히 키웠는데,

요래 맛난 국 끼릴 줄은

어데서 배우고,

우째 알았노


삭신이 쑤시고 아파도 일이 보배였지.

몸이 부서져라 정신없이 일 하면서

너희 사남매 건사하고 키울 때가…

엄마는 그때가 제일 좋았네라


콩이야, 팥이야 굽이굽이 살았어도

나는 복 많은 늙은이다


미느리도 안 주고

정짓문 닫고 혼자 먹는다는

그 아욱국을

카나다까지 날아와서

막내 니 손맛으로 다 먹어보네


아욱국이...

참말로 속까지 푸근타


"막내야, 내일은 김서방 하고 복분자 술 담아보자."


*밥뿌재미: 밥상보

* 정짓문: 부엌문

익어가는 블랙베리와 뜨끈한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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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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