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2
복분자 한바게쓰 따서
집에 들어서니
막내가 끼린 국 냄새가
우찌나 구시~하던지
사남매 어릴 적,
국 한 그릇에 밥 한술 말아 먹고
동분서주, 죙일 바빴던 그 시절이
눈에 선하이 떠오르데
논일에,밭일에,집안일까지,
하루가 어찌나 짧든지.
동트기 전에 일어나가꼬
달이 뜨고 별들이 시러질 때까지
허리 한 번 펼 시간이 없었데이
다른 반찬?
그걸 우예 챙기묵노
태산같은 할 일을 앞에 놓고는
그저 밥 한술, 국에 말아 후루룩—
퍼뜩 삼키고 일 나서기 바빴째
고깃국은 귀하고
된장국, 배추국, 시래기국…
그냥 있는 거 끼려 묵었째
그래도 뜨끈한 국물 한 그릇이면
속도 풀리고 배도 든든했지
코에 단내나는 삼복더위엔
오이냉국 말아먹고,
식은 밥에 찬물 부어
풋고추에 쌈장 하나면 족했고
한여름 지나고 찬바람 불기 전에
누런 호박 뚝 따서
다시국물 자박하이 붓고 끼리노만,
입이 깔깔해 묵기 귀찮아도
달큰한 늙은 호박 맛이
또 별미였째
아무리 바빠도
모내기철 빼고는
너거 밥상은 따박따박
챙기놓고 나갔니라
감자 채 쳐서 볶아놓고,
막내 니 좋아하는 노가리라도 있음
양님 발라 밥 위에 찌고
파리떼 호식 못하게
밥뿌재미 덮어놓고
새북잠 깰까 싶어
사북사북 마당을 나섰째
니는 막띠라고
서러지 한 번 안 시키고
귀히귀히 키웠는데,
요래 맛난 국 끼릴 줄은
어데서 배우고,
우째 알았노
삭신이 쑤시고 아파도 일이 보배였지.
몸이 부서져라 정신없이 일 하면서
너희 사남매 건사하고 키울 때가…
엄마는 그때가 제일 좋았네라
콩이야, 팥이야 굽이굽이 살았어도
나는 복 많은 늙은이다
미느리도 안 주고
정짓문 닫고 혼자 먹는다는
그 아욱국을
카나다까지 날아와서
막내 니 손맛으로 다 먹어보네
아욱국이...
참말로 속까지 푸근타
"막내야, 내일은 김서방 하고 복분자 술 담아보자."
*밥뿌재미: 밥상보
* 정짓문: 부엌문
익어가는 블랙베리와 뜨끈한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