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묻고 내가 답한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주고받는 말이다. 동네를 오가다 오랜만에 아는 엄마를 만나거나 가끔 만나는 친구와도 시작이 그렇다.
나는 처음엔 그런 질문이 그저 인사치레인가 싶었다. 그러니 별 대꾸 없이 웃으며 넘겨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따금 내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왜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지 집요하게 물어오는 이가 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공격받은 듯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이야기해야 하는지 참 난감하게 느껴진다.
'블로그, 브런치, 독서, 필사, 카페 순례, 등산, 헬스, 요가, 쇼핑, 주식, 캠핑, 영화, 육아, 집안일 …’
준비되지 않은 관심에 답하려니 머릿속이 뒤죽박죽 섞여 얼버무리기 일쑤다.
우리나라 직업의 종류에 의하면 나의 본캐는 전업주부. 부캐는 작가 지망생이다.
지난해, 나는 우연한 기회에 시에서 주최하는 글쓰기 공모전에 응모한 적이 있었다. 호기심으로 도전했던 첫 공모전에서 운 좋게 입상하고 난 뒤부터였다.
경력단절 10년이 훌쩍 지난 마흔에 누군가에게 다시 인정받은 것 같아 스스로 기특했다. 쓰는 일이 즐거웠고 자연스레 쓰는 시간이 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행운이고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평생 쓰며 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작가 지망생. 내가 글을 쓴다고 하면 겉으로는 다들 멋있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배부른 소리라고들 한다. 그 시간에 어디 아르바이트라도 해서아이들 학원비라도 보태는 게낫지 않겠냐고 대놓고 얘기하는 이도 있다.
예전 같으면 악다구니를 쓰며 덤벼들었겠지만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성적인 생각 너머 감성적인 나의 세계에선 순위 밖의 일이다.
작년, 봄이 다가올 때 즈음 블로그를 시작했다.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한 도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매일 한 편씩 발행한 글들은 이제 200편이 넘었고 이 글들이 랜선을 타고 어디선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블로그 애드포스트에 등록되고 나니 한 달 수입이 생겼다. 하루 몇 원에서 몇천 원까지. (웬일이니!)
요즘 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 블로그와 브런치 글쓰기.
수익형 블로그는 아닌지라 상업적 체험단이나 원고 작성은 지양하지만, 도서 리뷰는 하고 있다. 어차피 아이들 문제집은 사야 되니까... 우수 리뷰로 뽑힌 대가로 받은 편의점 상품권이나 이벤트 상품까지 이것저것 꼽아보니 5만 원은 되겠다. 한 달 커피값 정도다.
온종일 집에 틀어박혀 뭐 하고 지내는지 궁금해하신 여러분!
"저는 한 달 5만 원을 버는 브런치 작가입니다."
하루 5시간 이상 노트북만 바라보는 중노동을 해도 최저임금이 안 나오는 무식한 글쟁이지만 나름 대만족 중.
얻은 건 거북목이며 시력감퇴, 어깨결림, 고작 5만 원의 통장 잔고가 전부지만 ‘사람 일 모르잖아? 언젠가 몇 배로 돌아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