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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쓰장 Apr 23. 2022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인간관계 2미터

코로나 제발 저리 가!

  2020년 5월 개학 날!

     

  내 생애는 물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신학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1월 겨울방학에 이어 2월 졸업식도 생략하고 3월 입학식도 없이 개학이 여러 번 연기되고 4월 온라인 개학에 이어 5월이 되고서야 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길!

  교문 앞에서 몇 달 만에 마스크 너머로 새 학년 친구들 새 담임 선생님과 눈인사를 나누며 현관에 설치된 발열 측정용 화상 카메라에 얼굴을 보이며 한 줄로 천천히 걸어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면역력이 약한 학생들의 집단 감염 우려 및 지역사회 전파 확산을 막기 위한 개학 연기에 학교에서는 학생생활지도 방안과 비대면 온라인 학습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모두 들 분주히 움직였다. 특히 학교보건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나는 비상 상황이라 재택근무도 못하고 매일 출근하여 날마다 긴급으로 쏟아지는 공문처리와 학교 감염병 관리 대처방안을 마련하느라 애간장이 타들어 갔었다.


  꽃피는 봄날이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19 (COVID-19)’라는 신종 감염병 때문에 잔인한 봄날의 충격이 중국, 한국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알리는 방송 매체에 눈과 귀를 모두 빼앗기고 있었다. 오죽하면 한글을 막 배우기 시작한 옆집 다섯 살 꼬맹이는 코끼리의 ‘코’ 자 보다는 코로나의 ‘코’ 자를 외치며 손 씻기와 마스크를 잘 써야 한다고 엄마에게 자랑스럽게 재잘거렸다.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한 재난 상황에도 대한민국 국민은 서로서로 응원하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계각층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 번째는 정부 주도의 방역을 통한 지역 감염 확산을 막는 일이 중요하고

  두 번째는 시민 주도로 2주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잠시 멈춤’ 캠페인을 통해서 국민이 서로를 보호해 주는 것이다. 침이 튀거나 손을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 특성상 만남을 자제하는 일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 간 거리를 2미터 이상 떨어져 있기를 강조하다 보니 식당에서는 1인 가림막이 설치되고 마치 개인 독서실을 보는 듯했다. 외출 자체를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식당, 학원 등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어려워졌고 그에 따라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인터넷에서 1인 가구의 위험성과 서러움에 관해 실린 기사를 읽었다. 아플 때 돌봐줄 사람도 없고 인간관계 단절을 경험했다는 내용이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도 인간관계를 벗어나면 혼자서 생존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엄마, 이렇게 학교 가고 싶어서 안달 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일상의 평범함이 무너지니 너무 우울해요” 

     

  대학생 딸은 친구들을 넉 달이나 만나지 못해 학교 가고 싶어서 힘들다고 했다. 온라인 강의도 혼자라 재미없고 친구도 보고 싶고 대학 강의실은 그대로 잘 있는지 궁금해했다. 급기야 코로나 발발 직전 2월에 방세 1년분을 한꺼번에 주고 계약해 놓은 학교 근처의 원룸으로 거처를 옮겼다. 대학 4학년 졸업반인데 친구들을 못 만나고 온라인 강의를 듣더라도 학교 근처에 있어야 불안한 마음이 놓일 것 같단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사람 간의 거리를 2미터 이상으로 권장하는 걸 보니 문득 친밀감의 거리는 몇 미터나 되는지 궁금해진다. 얼굴을 맞대고 2미터 이내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 분명 가까운 사람이다. 친밀감의 거리는 2미터라고 해도 좋으리라. 친밀하지 않은 사람과 업무 관계를 제외하고 다정하게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가족을 제외하고 나의 2미터 반경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는지 손가락으로 꼽아보자. 손발을 내어줘도 부족한 걸 보니 얼마나 다행인지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평소 교육 현장에서 내가 꼼꼼하게 잘 지도할 수 있는 영역이 개인위생 실천 내용이다. 

  올바른 손 씻기와 기침 예절교육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서, 보건교육 시간에 실제로 손 씻기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좋은 건강 습관 실천 방법을 잘 지도하면 평생 자기 건강관리 능력이 향상되고 가정에까지 파급되어 결국은 지역사회, 국가가 건강해진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학기 초에 실시한 학생 건강조사 결과를 보면, 희귀 질환을 비롯하여 갈수록 환경파괴가 심해지면서 그로 인해 아토피 피부염, 비염, 천식 등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학생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호흡기 문제를 호소하는 민감 군 학생들에게는 코로나-19나 미세먼지 때문에 큰 피해가 생길 수 있어 평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보건실을 찾는 학생들은 대부분 건강 문제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한두 번의 응급처치만으로 해결되는 일도 있지만 내 능력 밖의 일들도 많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불안감을 해소하고 교실로 올라가는 아이들의 뒤통수가 예뻐 보이는 날도 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어떤 아이는 솔직히 반갑지만은 않을 때도 있는데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땐 더욱 안타깝다. 관심을 쏟지 못하는 사정이 이해되기도 하지만 무관심한 보호자들이 조금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찾아오는 아이들을 그냥 보낼 수도 없고 만족할만한 해결 방법이 없을 땐 난감하기 짝이 없다. 병원 진료가 필요한 일인데도 매일 같이 보건실에만 찾아오니 약 한두 알 준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나 싶어 괜히 나 자신에게 툴툴거리는 날도 있다.

    

  학교에서 늘 위축되어있는 아이들이 보건실에 오지 않으면 어디로 가겠는가?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방문하는 이런 아이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방법은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때로는 침대에서 1시간 안정을 취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가능할 때가 있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또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학 연기와 재택근무, 자가격리 등 가족관계 단절, 장례식장과 예식장의 풍경 변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간관계 단절 등 힘겨운 시간이 지나가리라. 그동안 서로에게 피해를 줄까 만나지 못해 섭섭한 마음이 들었더라도 오랜만의 만남은 더 반갑게 친밀감을 높여주리라.

 

  2미터가 아니라 1미터 이내로 간격을 좁혀도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2022년 4월, 계절을 두 바퀴 돌고 다시 찾아온 봄!


  코로나와의 전쟁이 3년째 이어지면서 누적된 피로감과 망가진 경제 상황, 일상생활의 파괴 등이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새로운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누적 확진자가 날마다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만 명에서 40만 명이라니.

     

  유행 정점을 지나며 감염되지 않은 집을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3월 개교에 이어 학교 현장은 그야말로 총 없는 전쟁터가 따로 없다. 격리자에 신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니 학교마다 학급 단위로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일은 다반사다. 그나마 우리 학교는 학급수가 적어서 교장, 교감, 전담, 교육청 장학사까지 파견되어 임시 담임교사로 활약하고 있지만 기간제 교사 구하기가 무척 어렵다. 교실마다 결석한 학생 자리는 점점 넓어지고, 학생 감염으로 교직원이 감염되고 다시 가족들에게 연쇄 감염으로 이어지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4월 중순 유행 감소세를 보이는 양상이 나타났지만, 누적 확진자 수를 보니 학교 인구의 절반이 넘어간다. 이러다 국민이 모두 감염되어야 끝나는 게 아닌가 싶다.


  3월과 4월 기간에는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있는 자가검진 키트를 1주일에 학생 1인당 2개씩 나누어 주었다. 동시에 전국의 학교에 검진 키트를 배부하려다 보니 1개 개별포장이 어려워 20개 또는 25개 단위로 벌크(무더기) 포장되어 매주 학교에 배달되어 왔다. 학교 교직원들은 모여서 키트를 1개 분량으로 나누어 재포장하는 일에도 동원되었다. 위생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쓰고 마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횟수가 거듭될수록 점점 속도가 빨라졌다. 누군가 이렇게 외쳤다.

     

  “작업 반장님 오늘 작업량 완료했습니다. 다음 물량은 언제 들어오나요?”


  한바탕 웃고 나서 코로나로 인한 역사적 장면을 추억 사진으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는 소리에 마음은 씁쓸하기만 했다.


  3차 예방접종까지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3월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 달이 넘도록 기침과 인후통, 호흡기 증상으로 고생한 나에게도 잔인한 봄날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동안 잘 버티나 싶더니 이번에는 남편이 직장 동료에게 감염되어 확진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재택 치료라는 새로운 방역지침으로 이번엔 내 역할을 바꾸어 자가격리 1주일을 또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심란함이 몰려왔다. 퇴근 후에 남편을 안방에 감금시켜야겠다고 이야기했더니, 인생 친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고 딱하네요. 감금~~ 쯧.

  나는 언제 걸리려고 여적 안 걸리나?

  적군을 기다리는 느낌! 오히려 떨려요.”

      

  적군은 아군들 속에 가까이 숨어있다.

  가까운 가족이나 아는 사람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적군이다.

  조심하자 아는 사람! 다시 보자 우리 가족!

     

  언젠가 끝이 나겠지, 참고 기다리면 좋은 시절 다시 오겠지….

 

https://mblogthumb-phinf.pstatic.net/20160402_196/69snowman_1459588224592hu0Nq_PNG/5.png?type=w800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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