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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쓰장 Apr 15. 2022

가족사진 찍는 날

행복을 만나러 가는 길

  집 집마다 한 장은 있을법한 가족사진!

 

  커다란 거실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환한 미소의 가족들도 보이고, 책상 위 자그마한 액자에 담겨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 내 지갑 속에서 쳐다볼 때마다 파이팅을 외쳐주는 가족들, 심지어 멋진 자리를 차지하고 장면을 바꾸어가며 쉬지도 않고 열정을 보여주는 디지털 속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 아무리 찾아도 가족이 보이지 않으면 먼지 쌓인 해 묶은 앨범을 꺼내거나 누렇게 바랜 종이봉투 속에서 잠자던 가족들을 깨워 손바닥에 올려놓고 가만히 들여다보기도 한다.       


  지금이야 간편한 휴대전화로 남기고 싶은 장면들을 포착하여 찍고 또 찍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가족은 싹 지우기를 반복한다. 영원한 순간을 남기고자 해 년마다 사진 파일을 정리하고 동영상 자료로 기록하고, 더 선명한 가족사진을 찍으러 스튜디오 사진관으로 향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가족들의 모습은 시간을 뛰어넘어 언제든지 만날 수도 있게 되었다.      


  내 기억 속 가족사진을 찍는 날은 온갖 멋을 부리고 무슨 특별한 기념일이 있을 때마다 사진관을 방문하곤 했다. 현재 걸려있는 가족사진은 결혼 20주년을 기념하여 찍은 사진이다. 지나간 가족사진들을 진열해보니 푸릇푸릇한 젊은 가족이 점점 나이 들게 변해가는 외모에서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옛날 필름을 현상하여 인화한 아날로그식 사진이나 현대의 디지털 사진 속에서 가족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오래된 사진들을 꺼내어 그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깔깔대며 추억여행을 하기도 하고, 지나간 시간을 회상하며 후회하기도 한다. 특별한 날을 정해 정기적으로 가족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을 느낄 수 있게 일상에서 잠깐씩 시간을 내어 자주 찍었으면 좋겠다.      


  오래된 사진 속의 가족들은 머릿속과 가슴속에 고스란히 찍혀있다. 시골집에 살면서 사진관에 갈 일이 별로 없는 탓이기도 하지만 몇 장 안 되는 빛바랜 흑백 사진들과 영정사진을 통해 만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추억이 활동사진처럼 느리게 스쳐 지나간다.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읍내로 이사하면서 시골 할아버지 댁에는 언니가 남게 되었는데, 두 분이 적적하실까 염려가 되어 시골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6년을 부모님과 생이별을 한 것이다. 지금 같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마지막까지 시골집에 남겨진 언니가 읍내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와의 이별 장면은 40년이 지난 지금 눈감아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2월의 눈 내리는 섬진강 나루터에서의 헤어짐! 눈물을 뚝뚝 흘리시며 나룻배가 건너갈 때까지도 어서 가라고 손짓하고 강가에 서 계시던 모습, 자꾸 뒤돌아보는 발걸음은 무겁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점점 멀어져 갔다.      


  어느 순간 가족의 수가 늘어나고 또 어느 순간 가족의 수가 균형을 맞추게 되는 날 가족들이 나를 기억해 주기를 바라면서, 얼마 전부터 추억의 자료들을 모아 SNS 가족방을 만들어 사진 파일로 기록하고 있다. 오래된 앨범 속에서 오밀조밀 오려 붙인 아이들 작품과 나의 젊은 시절을 끄집어내었다. 나이 들어 가족과 이별하게 된 후에도 남아있는 가족들이 먼저 간 가족들을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꺼내어 보면서 그리워하고, 후대의 가족에게도 삶의 이야기가 담긴 가족사를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사진 속에서 희로애락을 찾기 바라며 육체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지라도 가족을 생각하는 순간에는 혼자가 아니라 늘 함께한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변에서 가족관계에 금이 가고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다다른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가족관계를 봉합할 수 없다면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시간을 거슬러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보고 가족 간 위로가 절실하게 필요하리라. 가족사진은 나의 존재가 잊힐 때나 그리울 때 더 들여다보게 된다. 고난을 이겨내고 진정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려줄 가족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자.    

  

  내 옆에 있는 가족들! 멀리 떨어져 있다면 눈을 감고 가족을 떠 올려 보라. 우리 삶이 지치고 힘들었어도 가족사의 한 페이지로 당당히 기록될 순간을 상상해보라. 가족들의 힘찬 응원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가족사진은 인생의 가장 행복한 에 찍는 것 같다.

  행복을 만나기 위해서 자주 가족사진을 찍으러 가는 즐거움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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