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녹턴 op.9-1
원래 뮤즈라는 신은 춤과 노래ㆍ음악ㆍ연극ㆍ문학에 능하고,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는 예술의 여신을 말합니다. 여러분은 특별히 어떤 순간에 뮤즈가 필요하신가요?
많은 분들이 답하시길 밤이 되면 이런 저런 생각이나 영감이 좀 떠오르더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비슷한데요. 저도 해가 떠 있는 순간보다는 달이 있는 시간에 훨씬 집중을 잘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아주 늦은 밤이나 칠흑 같은 어둠이 있는 새벽에 전문용어로 ‘필빨’이 생겨요.
제가 좋아하는 황현산 선생님이 쓰신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이 있는데, 전 그 제목 격하게 공감합니다. 밤은 많은 걸 가르쳐주고 떠오르게 하더라고요.
밤이야기 하는 것 보니 대충 짐작하셨죠?
오늘 소개할 곡은 밤의 음악 쇼팽의 녹턴입니다. 녹턴이란 라틴어 ‘녹스’에서 나왔는데 이게 ‘밤’이라는 뜻입니다. 녹턴은 야상곡이라고 하는데, 쇼팽은 21곡의 밤의 음악 녹턴을 작곡했습니다. 그가 작곡한 21곡 중에 가장 유명한 곡은 작품번호 9-2인데, 오늘은 그 앞 작품인 9-1 들어보겠습니다.
이 곡은 내림 시 그러니까 흰건반 시에서 반음 내려온 검은 건반 시 플랫에서 시작하는데요, 1831년에 작곡된 곡으로 카뮈 플레이엘 부인에게 헌정되었습니다. 평론가 니크스는 ‘밤과 그 정적에서 생겨나는 정감을 암시한다’라고 평했는데요, 사실 전 9-2 보다 이 곡을 훨씬 좋아합니다.
이건 우리가 아는 녹턴 9-2 보다 더 애절한 느낌입니다. 이 음악은 쇼팽의 나이 21살에 작곡된 곡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옛날 사람의 감성이 지금보다 훨씬 깊은 느낌이 들어요.
어떻게 21살에 이런 감정을 표현할 수가 있을까요? 저는 그 나이에 그저 노느라고 정신없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미 세상의 모든 경험을 다 한 느낌이에요. 제 생각엔 아마도 쇼팽이 20살에 조국 폴란드를 떠나면서 일찍 애어른이 되서가 아닌가 싶어요. 일찍 사랑의 감정도 느꼈고 일찍 철도 들고 세상의 달고 쓴 경험을 모조리 다 해버려서 말이에요.
저는 특별히 이 곡을 좋아하는데, 여기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연주자 입장에서 이 곡을 연주하다보니까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고요, 다른 하나는 제가 굉장히 힘들 때 이 음악을 자주 들었어요. 그러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던 곡입니다. 이 곡을 연주하다보면 오른손, 왼손이 딱딱 맞아떨어지지가 않아요. 이런 걸 보고 잇단음표라고 하는데 보통 우리가 피아노 연주할 때 양손이 맞지 않으면 되게 불편하게 여겨지거든요. 엇박자로 대충 융통성 있게 밀고 당기면서 연주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인생도 꼭 딱 맞아 떨어지진 않잖아요. 밀기도 하고 당기기도 하고! 착하게 살았는데도 고통이 많이 따를 때가 있고, 규칙을 지켰는데도 오히려 손해를 볼 때도 있고 말이에요. 예전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일어나는 이런 인생의 일들에 화가 많이 났는데, 이 곡 연주하면서 마음의 응어리가 많이 풀렸어요.
인생의 뮤즈가 필요한 순간 영감을 떠올리고 싶은 순간에 쇼팽의 녹턴을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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