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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Mar 13. 2024

온봄달 열사흘 삿날

3월 13일 수요일

오늘은 조금 바쁠 것 같아. 도서관 연체를 더 모른척하면 안 되는 데다가 그림 동아리 회원분들께 딸기잼도 드릴 거야.(사랑받고 싶어) 그러고 나면 불쑥불쑥 내킬 때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아무도 없는데 그건 왜-울기도 해야 해서 곧장 집으로 들어갈까 하거든.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 날씨가 너무 좋아 조금 더 있고도 싶었지만)


전에는 눈에서 물이 나온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콧물이 더 많이 나더니 이번에는 눈물이 많이 나더라. 아마 묵혀둔 감정이 -나는 눈물이 난다고 생각했지만- 배출되듯 '우우우'소리를 내며 터져 나올 때는 염증처럼 고여있던 콧물이 힘없이 흐른 거고, 지금은 신선한 감정이 깨끗한 눈물로 터지는 게 아닐까 싶어. 콧물이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 건 좀 이상하잖아. 눈물이 유전에서 터지듯, 만화처럼 360도 분수 상태로 나오는 건 상상도 되고 말이야. 맞아. 눈물을 흘리면서, 많은 눈물이 난다는 것에 이상하다는 생각이라니.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울고 있는 내가 웃기더라. 어이없음에 웃겨서 하는 생각이었어.


뻔한 우울증인데 이번에는 숙취가 좀 심했어. 하루 이틀 달고 다닌 증상도 아닌데, 행복에 눈이 멀어 그런 거 속에 없다고 생각했나 봐. 행복으로 희석할 수 있다는 교만함에 빠져있었던지도 몰라.

이제 우울증 끊을까 봐. 숙취가 싫네. 술값으로 들던 돈이 약값으로 변신하는 나이는 먼 것도 같은데. 우울증이 '죽여버려!' 하듯 확 밀려오는, 화끈하게 온몸과 정신을 감싸는 상태가 아니라 피로처럼 자꾸 붙어서 무겁게 나를 눕히네.


하루 8시간만 깨어있었더니 날들이 너무 잘 간다. 눈 떠보니 수요일이야. 그것도 오후 5시 46분이네. 어쩔. 방통대 공부에 그림에 글에.... 하루들을 허투루 보내놨더니 밀린 일들이 쌓였고 근육은 녹아버렸네. 없는 근육이니 카페인 힘을 빌려 기상하려 커피까지 마셨더니 호흡곤란이 온다. 커피 부작용인데 별거 아니야. 그러든지 말든지 꾸준히 마시면 몸이 적응하고 그런 거야. 행복이 너무 일상을 꽉 채우고 있어서 우울함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면, 그래서 몸도 적응하고 정신도 적응해서 죽고 싶다면서 떡볶이 먹는 사람들을 측은지심으로 볼 날이 온다면 좋겠네. 죽고 싶은 나를 내가 쳐다보는 건 신선하지도 않고 측은한 마음도 들지 않으니까.

별소리를 다 한다. 이성과 감정의 막이 얇아졌나 봐. 아무 소리나 하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내게 필요한 것과 정확히 반대되는 행위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말은 그만 떠들도록 기회를 뺏고 해야 할 일을 하는게 맞는거 같다.


지난번에 이 책을 한 번 공부했어. 한 번으로 부족하기도 한데 소개도 해야하니 겸사겸사 복습하려고 했지. 그런데, 지난번에 그렸던 것이 처음 그림이니 더 솔직한 공부의 흔적이란 생각이 들었어. (더 잘 그릴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지난번 20개의 그림과 일주일 복습한 그림까지 이번주 숙제로 다 올리려고 해. 그러고 나면 다음 주에 또 다른 책을 하려고. 이제 꽃 그림은 그만 그리고 싶네. 좋아하는 대문이나 아기자기 귀여운 작은 집들 같은 직선을 긋고 싶어. 게다가 전시하려고 날짜는 잡았는데 어반스케치를 해 놓은 게 없어서 그걸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고. 아직도 말하고 있네. 그만 적고 그림 올릴게.


지난 번 그림과 이번 주에 그린 그림들

좋아하는 동네 좋아하는 오래된 성당을 빌려(?무단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책을 보여드릴게요. <나도 수채화 잘 그리면 소원이 없겠다>인데요. 20일 4주 과정이라 부담은 없습니다. 그림체도 이쁘고 연습시간을 들인다면 꽤 실력도 늘 것 같습니다. 대신 종이는 좋은걸로.... 면 100%거나 셀루로스 종이라도 캔손 몽발(저렴하고 좋아요)캔손 몽발 수채화 스케치북 패드 1+1 세트 24cm x 32cm /300g 1면제본 : 화방일기 (naver.com)정도는 하셔야 물이 번지니... 실력도 없는데 종이까지 아이들 스케치북을 쓰시면 아마 수채화 책을 집어던지실지도. 난 안돼!!하면서요. 아시다시피 준비에 시간과 돈을 더 들이는 저라서 실력은 없습니다만 미술 재료는 조금 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집에 종이는 이것 저것 더 있는데 만만한 가격에 좋은 품질은 가성비 인정이라 말씀 드리며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책 보며 따라 그리기.

물 번지기 기법 연습.

식물에 적용하여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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