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사임당 Mar 18. 2024

온봄달 열여드레 한날

네가 온다면, 봄.

봄.


시작.


주제어가 정해졌습니다. 다음 '토요글방'의 글감으로요. (매달 모여 주어진 글감으로 뭐든 써 오는 모임입니다)


지난달 단어를 받고는 '곧 봄이 올 테니 계절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에 관해 쓰면 좋겠다. 햇살이 미리 보기 하듯 따스할 때도 있으니 괜찮겠어. 너무 이른 기다림은 아닐 거 같다.' 생각하며 좋아했더랬지요. 봄이 조금의 여유를 부릴 만큼은 떨어져도 있고, 사는 게 꽤 호시절이라 언제든 꺼내려 들면 쿠쿠 밥솥 안 밥알처럼 살아있으리라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었네요. 한 달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어째, 아직도 봄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저는 저대로 그녀를 기다리는 감정이 남아있는지 길어 올려보는 글 써 보겠습니다. 그럼, 제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여성성을 끌어올려, 다소곳이 스따또~!


너를 바라, 봄


나뭇잎을 흔들던 녀석이

나를 본다

꼬리를 흔들며

내게로 온다


그래놓고는

까닭을 모르게 잠시 머뭇도 한다


다가온 공기 파도는

머리카락을 만지고

난 또 서늘한 간지러움에

목을 집어 넣는다


미리보기의 호기심과 설렘

예상과 똑같지 않음에 마뜩찮아

언제 보았냐는 듯

다시 내외를 한다


귀밑

목덜미에 있는 숨구멍이 오소소

춥다며

입을 오무릴 것 같은

서로를 밀어내는

반사행동


꼼꼼히

공간을 이동하며 지나가는 그것은

어느새

내 채온으로 제법 따스해져있다


겨울을 이겨낸 따뜻한 피는

지나가는 바람을 데우고

서로 손 잡는 공기방울들은

온기가 되어

봄을 만든다


반나절 해를 쬐어

나는 바람의 해가 되고

데워진 바람이 파고를 높이며

봄을 옮긴다


봄이 춤을 춘다

내게로 온다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네게로 간다


언제 그랬냐싶게

가까워질 우리

봄. 괜찮겠다

기다릴만 하겠다


 



다음 주면 이쁜 벚꽃이 필 것 같아요. 어디든 벚나무가 지천으로 널린 우리 동네는 굳이 유명한 어느 곳을 찾을 필요를 주지 않습니다. 아이가 학교 가는 길도, 마트 가는 길도. 도서관 가는 길까지 아름답게 봄임을 자랑하고 있을 겁니다. 봄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지난달의 설렘 가득하던 느낌이 옅어져서 조금 곤란하네요. 그래서 함축한 척 하면서 시를 적어봅니다. 봄에 관한 글쓰기는 완료하지 못했지만, 오늘이 의미 없진 않겠지요. 겨울잠을 흩어놓을 의식을 몇 번 더 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온봄달 열이레 한밝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