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t Jul 17. 2022

우리는 비슷한 수준의 사람과 사랑하게 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 중에서 가장 정의 내리기 힘든 감정은 무엇일까.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많은 지식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랑이 무엇이며, 어떤 게 사랑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르다. 소설, 시, 노래, 영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가장 많이 다룬 주제 또한 사랑이다.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누군가를 깊게 생각하는 마음'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평소와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곤 한다. 아침마다 알람을 몇 개씩 맞춰놔도 힘겹게 일어나는 사람을 한 번에 일어나게 만들거나, 평소 싫어했던 음식도 아무렇지 않은 척 먹기도 하며, 10분 만에 쇼핑을 끝내는 사람을 1시간 이상 걷게 만들기도 한다. 이 모든 행동들의 시작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건, 생각의 주체가 '나'에서 '너'로 바뀌는 것을 뜻한다. 즉, 자신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사랑하면, 우리는 자신보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이러한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나온다.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상대방의 욕구나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행위를 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나와 상대방의 마음이 항상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사랑한다는 보장이 없고, 서로가 사랑하더라도 사랑의 방식이 다른 경우도 있다. 관계에서 '편함'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설렘'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사람마다 사랑에 대한 정의와 방식이 다르다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서로가 사랑한다'는 사실은 같지만, '무엇이 사랑이냐'라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주는 사랑을 '사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랑을 '편함'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와, '설렘'이라고 생각하는 여자가 만났다. 각자 바쁜 한 주를 보낸 뒤 금요일 저녁, 둘은 메신저로 주말에 만나 데이트를 할 계획을 세운다. 남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여자 친구도 힘든 한 주를 보냈기 때문에,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하다가 일찍 들어가 쉬자고 말한다. 반대로 여자 친구는 서로가 힘든 한 주를 보냈기 때문에, 주말에 만나 즐겁게 데이트를 하며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무난한 데이트 코스보단, 놀이공원에 가거나 근교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이럴 때마다 둘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한다. "이번 주 내내 피곤하다고 해서 쉬자고 한 건데, 주말만 되면 자꾸 어디로 나가자고 하는 걸까?" "주말 동안 여행도 가고 새로운 것도 해보고 싶은데, 왜 자꾸 쉬자고만 하는 걸까?"



아마 연애를 한 사람들 중엔, 이런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서로가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똑같다. 그러나 각자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가 달라서, 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대를 사랑하려고 한다. 남자는 한 주간 직장에서 바쁜 시간을 보냈고, 상대도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은 피곤할 때 휴식이 가장 최우선이기 때문에 상대도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주말에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 뒤, 각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린다.



여자는 다르다. 자신 또한 힘들었지만 주말에 남자와 데이트를 하며, 힘들었던 주중보다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받길 원한다. 주말을 알차게 보냄으로써, 돌아오는 다음 주 출근도 잘 견디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아마 이런 마음을 남자도 가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매번 똑같은 데이트를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하든, 자신에게 익숙한 방법이 옳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이것은 사랑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연애관이나, '사랑한다면 당연히 이래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것을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방 또한 자신에게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연인 사이에서 자주 다투는 '연락'이라는 문제로 예를 들어보자. 사람에 따라 애초에 연락을 잘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고, 연락이 잘 되는 것에 비중을 두는 사람도 있다. 이 두 사람이 만나 연애를 하면 어떻게 될까? 전자의 경우엔 자신이 연락을 잘하지 않는 편이기에, 상대방 또한 연락이 잘 되지 않아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연락이 잘 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할 것이다. 이것이 계속 반복되면, "이 사람은 날 사랑하긴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즉, 전자에게 연락이란 '소통의 수단' 정도의 의미를 지는 반면에, 후자에겐 연락이 '상대방이 자신을 얼마나 생각하는지'에 대한 기준인 것이다.  



만약 전자가 연락을 좀 더 잘해주길 바라는 후자에게 "연락 좀 안될 수도 있지, 겨우 그거 가지고 너무 화내는 거 아냐?"라고 말한다면, 후자는 어떤 기분이 들까? 자신에겐 '연락'이 애정표현이자,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걱정의 수단이었고 그만큼 상대를 생각하기에 연락을 자주 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자신에게, 마치 연락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말을 하는 상대의 모습을 보며 서운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후자가 전자에게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 너 정말 나 사랑하는 거 맞아?"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자신에게 연락이란 건 말 그대로 연락일 뿐이며, 실제로 만났을 때 잘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그래도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원래 자신이 하는 것보다 더 노력하고 있는데도 이런 말을 듣는다면, '노력해도 알아주질 않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전보다 훨씬 연락하는 빈도가 낮아질지도 모른다.






결국 사랑에 정답은 없다. 자신이 믿고 있는 사랑에 대한 정의도, 자신의 삶에서 답이라고 믿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대방을 사랑하려고 할수록, 상대와 자신 모두 힘들어지는 결과만을 초래한다. 왜냐하면 나의 사랑이 상대에겐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그것이 상대에겐 부담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사랑을 '누군가를 깊게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사랑의 방식보다는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장단점은 존재한다. 내가 노력한 만큼 상대가 그것을 사랑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 자칫 '나'를 잃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단점이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책임은 스스로 지는 것이다. 누구나 상처받지 않고 성장하길 원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성숙해진다는 건 언제나 아픔을 동반한다. 사랑도 그렇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치고도, 반조 차 돌려받지 못할 때도 있다. 받기만 하는 사랑만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랑을 하든 간에 그것은 본인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이다. 다만 진심으로 사랑받기를 원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진심은 진심으로만 통한다. 진심으로 사랑받길 원한다면, 당신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믿어왔던 사랑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자신이 해왔던 사랑의 방식이 타인에게 진심으로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랑이었다면, 그것을 고치려는 의지와 행동이 있어야 한다.



결국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자신보다 낮은 수준이라면 자신이 먼저, 자신보다 높은 수준이라면 상대가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할 확률이 높다.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은가? 답은 간단하다.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결코 쉽지 않지만, 그 대가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얻는 것이라면 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받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을 먼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다 그렇다.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