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하나 이상의 무리에 소속되어 살아가고 있다. 가족, 친구, 회사, 모임 등등 다양한 공동체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사람들과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게 맞는 걸까?'라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신만의 가치관과, 공동체 속에 있는 사람들 또는 공동체 자체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오늘은 "소외감이 두려워 애매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주말 오전, 유튜브를 보다가 한 드라마를 요약해 놓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현재 시즌 1이 종료된 이 드라마는 평화로워 보이는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기존에 마을에서 살던 순경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파헤치다 사직서를 냈고, 후임으로 가족들과 함께 마을로 온 또 다른 순경이 뒤이어 그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이었다.
순경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공통으로 간직한 커다란 비밀을 지키기 위해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와 관련된 예시로 그 마을의 실세로 보이는 이장에게 순경이 말 한마디를 잘못했다가,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 온 마을 사람들이 순경과 그의 가족을 냉담하게 대하는 장면이 있다. 결국 순경이 이장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자, 곧바로 마을 구성원 모두가 원래대로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준다.
여러 명이 모여 형성된 공동체는, 목적에 따라 커다란 결속력을 발휘한다. 서로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거나, 기쁜 일이 생기면 다 함께 축하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을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아주 든든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결속력도 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사이비종교처럼 잘못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집단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사회적,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목적을 추구하며 만들어진 무리는, 내부에서 그것을 바로 잡으려 하는 사람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우리는 때로 자신이 속한 집단이 추구하는 방향과 행동이 잘못되었단 걸 알면서, 배척당하는 게 두려워 입을 굳게 다물기도 한다. 꼭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친구 사이에서도 종종 이런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사람의 언행이 별로라고 느낄 때, 먼저 나서서 "그건 아니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자기 자신을 '강하고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포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집단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거나, 스스로 자신을 포장해 높이 치켜세우는 듯 행동하는 이들 말이다. 또한 자신의 감성적인 부분을 숨긴 채 이성적인 면을 강조하며, 마치 모든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며 자랑하듯 말하는 사람들.
누구나 편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땐 문제가 없다.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고 안정된 상황에서조차 부정적이고 걱정이 많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나는 평소 자신이 걱정이 없고 긍정적이라는 이유로 자기 자신을 고평가 하는 사람들 중에서,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쉽게 무너지는 사람들을 꽤 많이 봐왔다.
힘든 순간에 닥쳤을 때에도 자신이 평소 말하는 것을 지키는 사람이야말로 '진짜'라고 할 수 있다. 오늘 내가 본 드라마 속 주인공 또한 그랬다. 물론 그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경찰로서의 능력은 출중하지만, 범인을 체포할 때 폭력적인 성향이 두드러져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곤 했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상황에 처하든, 그는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가족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그는 마을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밝히고 억울한 사람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해 가족을 외면한 것도 아니었다. 실어증을 앓고 있는 딸이 마을에 온 후 조금씩 차도를 보이자, 마을에 더 머무르기 위해 이장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또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기 전엔 가족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고 혈혈단신으로 마을을 뒤지며 증거를 찾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새부턴가 '아닌 것'을 못 본 척 넘어가거나, 자신이 속한 무리 또는 지도자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면서도 모른 체 하는 게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처럼 되어가는 듯하다. 물론 자신의 처지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나서는 것 또한 좋은 판단이라 하긴 힘들다. 하지만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무리에서 배척당할지도 모른다'는 소외감이 두려워, 해야 할 말도 못 하고 제 발로 나가지도 못한 채 애매하게 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속한 무리가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확실하게 행동할 용기가 필요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만만한 사람에게 자신의 힘듦을 털어놓으며 순간의 편함만을 추구하며 살지는 말라는 것이다. 정말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면,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던 적응 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두려워 자신과 맞지 않는 환경에 스스로를 내버려 둔다면, 그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좀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만나던, 어디에 있던 비굴해지지 마라.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자신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 해야 할 것을 미루지 않으며, 곁에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것이라도 미루지 않고 제때 하다 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이 쌓인다. 비록 조금 더 손해를 볼지라도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면, 관계가 끝나더라도 결코 후회가 남지 않는다. 혼자여도 좋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어도 괜찮은 상태가 되어야 어디를 가더라도 비굴해지지 않게 된다. 속된 말이긴 해도 적어도 스스로에게 쪽팔리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단순하지만 중요한 인생의 한 가지 진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