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by Quat

<목소리로 듣는 글 >

https://youtu.be/MN9l4XRiOqU



누구나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가지고 싶었던 것을 사거나, 꼭 가보고 싶던 장소를 찾아가거나, 주말 오전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편하게 쉬는 시간 등등. 이러한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몇 가지는 될 테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행복한 순간은 따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늘은 "내가 느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친한 지인들과의 약속이 있던 날이 있었다. 지인 중 한 명에게 기쁜 일이 생겼고, 그것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이기로 한 자리였다. 만나기로 한 가게에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예약을 걸어놓고, 근처 카페로 이동해 잠시동안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가게로 장소를 옮겼다.



적당히 시끌벅적한 분위기, 맛있는 음식들, 서프라이즈 선물까지. 가벼운 장난을 치며 즐거웠던 동시에, 살짝은 진지한 얘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도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웃으며 많은 대화를 나눴던 그 시간들이 여전히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곤 한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생을 만나 새로 이사한 집을 잠깐 구경시켜 주고, 카페로 이동해 각자의 근황과 요즘 드는 생각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다. 단둘이 만난 건 꽤나 오랜만이었음에도 어색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 주제 덕분에 목이 말라 음료를 한 잔 더 주문할 정도였다. 이따금씩 대화가 멈췄을 때 느껴지는 공백조차 즐거울 따름이었다.






아무리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일지라도, 서로에 대해 모두 안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마음을 여는 속도'가 다를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가진 호감의 정도' 또한 상이하기 때문이다. 한쪽이 상대에게 호감이 있어 마음을 열고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더라도, 그것을 받는 상대의 입장에선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라고 느끼거나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람마다 가진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마음을 여는 속도와 호감의 정도가 비슷하더라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기준이 너무나 다르면 만남에 있어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서로가 잘 맞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한쪽이 맞춰주고 있었거나 맞지 않은 부분을 참고 있는 경우 또한 인간관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 중 하나다.






나이를 먹을수록,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곤 한다. 여기엔 부정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부분도 포함된다. 상대에게 느끼는 서운함이나 자신의 힘듦을 토로하는 것도 힘들지만, 자신이 상대를 얼마나 아끼고 좋아하는지를 표현하는 것도 힘들 때가 있다. 혹여나 자신의 애정을 상대가 고마워하기보단 당연하게 여기진 않을까라는 생각들.



우리가 살면서 타인에게서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은 조금씩 누적되어, '진심' 주변에 '두려움'이라는 벽을 쌓게 만든다. 처음엔 누군가에게 진심을 전할 때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상처들이 많아지고 두려움의 벽이 높아질수록 진심을 말하기 위해 더욱 큰 용기와 에너지를 소모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타인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걸 포기한 채 살아가기도 한다. 진심을 전하기 위해 힘겹게 내야만 하는 용기, 그렇게 용기를 짜내 진심을 전달했음에도 상대에게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그만큼의 용기를 내어 상대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하는 그 순간 말이다. 사람이 무언가에 진심을 담아 말할 때, 평소와는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진다. 눈빛, 표정, 목소리까지. 가식을 벗어던지고 깊숙이 숨겨놓았던 '진짜 자신'을 꺼낼 때야말로, 한층 더 상대와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비록 표현은 조금 투박할지라도, 온전히 진심을 담아 말하는 사람이 좋다. 누군가에게 미움받기 싫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본심과는 다른 표현을 자주 하는 사람보다, 누군가에겐 '아주 별로인 사람'처럼 느껴지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나를 정말 아껴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으로 비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일상 속 짧은 대화에도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당신 곁엔 얼마나 있는가. 당신 또한 그런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가. 나는 지금까지 '난 솔직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이 봐왔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의외로 막상 결정적인 순간엔 솔직하지 못하거나 상황 자체를 회피하곤 했다. 매사에 솔직한 건 중요하지 않다. 진심을 전해야 하는 그 순간이 닥쳤을 때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중요한 건 바로 그것이다.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상대의 진심에도 담담히 대할 수 있다. 당신이 상대에게 진심을 전하는 것이 유독 힘든 이유는, 그러한 사람이 곁에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한 손만으론 박수를 칠 수 없는 것처럼,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것을 잘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의 존재 또한 서로에게 솔직해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상대가 가진 특정한 무언가 때문이 아니라, '상대 그 자체'가 필요하다는 것. 어쩌면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인생에서 가장 특별하고 행복한 순간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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