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해"란 말을 꺼내기가 너무 어렵다면

by Quat


당신은 어떠한 문제에 맞닥뜨렸다.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신과 타인,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상처를 받아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오늘은 "모두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행복하고 밝은 얘기들은 스스럼없이 꺼내지만, 정작 타인에 대한 서운함이나 부정적인 감정들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소중한 것처럼, 그들에겐 타인이 느끼는 감정 또한 소중하다. 그래서 혹여나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상처받진 않을까 고민하다, 되려 자신이 상처를 받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나는 그들이 보여주는 섬세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내 기준에서는 지나치게 타인의 감정을 살피다 보니 해야 할 말을 제때 하지 못하거나, 분명 용서해서는 안 되는 잘못을 덮어주려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의 세심한 배려에 감탄할 때도 많다. 그러나 때로는 '굳이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세심한 면이 오히려 독이 되어 타인의 감정을 넘겨짚거나, '나라면 이럴 때 서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고스란히 투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상대는 별 생각이 없는데, 혼자 초조해하거나 분주한 모습들도 보이곤 한다.



사람 간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러한 경향은 더욱 도드라지곤 한다. 내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그들이 어떠한 문제를 대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이었다.






먼저 그들은 '모든 사람이 상처받지 않길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받지 않아도 될 상처를 일부러 주려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때로는 어느 한 사람, 특정 집단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란 동화 같은 해피엔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그것을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이것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고 꺼리는 행동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이기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지나친 배려보다 때로는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지니는 게 빠르게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 되는 경우도 꽤나 있었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혹시나 타인에게 피해가 가진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가짐은 훌륭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러하듯, 너무 지나치면 그것을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돼버린다. 타인에게 느끼는 서운함을 마음속 깊이 묻어두거나,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빙빙 돌려 말하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오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유독 사소한 부분에도 서운함을 잘 느껴, 그러한 모든 것을 상대에게 말하는 게 상대에게 부담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것은 타고나는 성향이기에 고치기도 힘들며, 자연스레 느껴지는 서운함이란 감정을 굳이 부정할 필요도 없다.



물론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에서까지 서운함을 느낀다면 어느 정도 참는 부분도 있어야겠지만, 스스로 관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면에서 부딪힌다면 그런 것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자신이 느낀 서운함을 상대가 얼마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지는 본인의 몫이며, 그것을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상대의 몫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






상대로부터 느낀 서운함을 표현하기 전,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곤 한다. '이런 말까지 해도 되는 걸까' '괜히 말해서 우리 사이가 멀어지는 건 아닐까' '내가 지금 느끼는 서운함이 어쩌면 내 욕심 때문인 건 아닐까'



결국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건 나라는 사람이며, 상대와 오래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감정을 묵혀두기보단 표현해야 한다. 단 상대의 탓으로 돌리듯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현재 상대의 행동으로 인해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등 자신의 감정을 서술하는 것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을 위주로 말하는 연습을 하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가령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상대방과 연락이 잘 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서운하다고 해보자.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가 연락을 잘 안 해서 서운해'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의 입장에선 다소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연락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상이하기 때문이다.


소소한 일상의 공유가 잘 이뤄지는 연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중요한 사건 위주로 연락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에 상대방은 이미 충분히 연락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뜸 자신이 '연락도 잘하지 않는 연인'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다면 미안함과 동시에 억울함 또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서운함을 느끼는지, 상대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길 바라는지 언급한다면 상대방 또한 자신의 서운함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기가 쉬워진다.






자신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상대에게 털어놓는다는 게 두려워 계속 감추거나 아닌 척만 한다면, 언젠간 크게 터지게 될 것이다. 다툼이 두려워 회피하는 것이, 어쩌면 서운함을 바로 말하는 것보다 더욱 이기적인 행동일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기준이 자신에게 있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상대방을 좋아해서 자신의 기준까지 상대에게 맞춰버리면, 전과 달리 일상이 흔들리게 된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오랜 친구를 만나든 그 어떤 사람과 함께 있더라도 나는 나여야만 하는 것이다. 무조건 '내 말이 맞다'는 식으로 행동하라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의 유연함을 가지되, 평소의 자신과 지나치게 다른 '또 다른 나'가 되는 걸 경계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건, 사실 용기가 없어서라기보단 그만큼 감정을 편하게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당신의 말을 무조건 들어줄 거란 기대를 버려라. 그저 말해보는 것이다. 말을 하다 보면 점점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게 무엇인지를 차차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상대가 자신을 어떤 마음으로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사소한 서운함조차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우리가 반드시 곁에 두어야 할 사람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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