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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pr 23. 2022

울타리 밖 어둠 속을 벌벌 떨며 걷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성향이 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즐기는 사람, 해봤던 것 중 좋아하는 것을 반복해서 하는 사람, 말수가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 리드하는 사람과 맞춰가는 사람. 상대방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이든 자기만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것이 장점이 되기도, 단점이 되기도 한다. 만약 자신의 성향이 단점으로 부각되기 쉬운 환경 속에 있는 시간이 많다면,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도 갈수록 의기소침해지고 주눅이 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속한 환경을 쉽게 바꾸려 들지 않는다. 용기가 부족해서도 있지만, 바꾸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 시선들이 여전히 많다. 오래 알고 지냈다는 이유 때문에 만날 때마다 눈치를 봐야 하는 친구와의 관계를 꾸역꾸역 유지하거나,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는 회사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어느 상황에서든 나름대로의 힘듦은 있다. 사람 간의 힘듦이나 육체적인 고통,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 말이다. 평생 함께 살 동반자를 만나 결혼한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전처럼 자유로운 자기만의 시간을 누린다는 것은 힘들어질 것이다. 대기업에 들어가 많은 연봉을 받더라도 그만큼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우리는 무언가를 얻는 동시에 또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만약 자신이 어떠한 이유로 많이 힘든 상황이라면, 자신이 그것을 하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우리가 힘든 이유는 A와 B 중 어느 것 하나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동등한 가치를 지녔고, 그 둘 사이에서 망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 하나를 예로 들면, '잘할 수 있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있다.




두 가지 중 무엇을 선택하든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동시에 존재한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을 때 얻는 것이라고 한다면 일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것, 자신에 대해 높아지는 동료들의 신망, 연봉 협상 시의 이점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을 잘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이 자신에게 몰려 스트레스가 높아질 수도 있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동료들도 있겠지만, 이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도 생길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다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성취감과 행복이 가장 크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신나게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느껴본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삶은 냉정하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행복할지언정, 그것으로 인한 수입이 없다면 일을 계속하기란 매우 어렵다. 가장 슬픈 건 좋아하는 마음은 크지만 이것을 잘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느끼는 순간이다. 한 단계씩 발전하는 성취 감 없이 만족감만으로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사람을 만나고, 맞는 일을 한다면 스트레스로 힘들어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삶이다. 우리는 싫어도 누군가와 관계를 지속해야 할 때가 있고, 당장이라고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채 출근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힘을 키운다. 고통을 견디는 나름대로의 방법도 터득한다. 어찌 됐든 귀중한 경험이다. 어떤 곳을 가더라도 힘듦은 존재하기에, 힘듦에 저항하는 내면의 근육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힘듦의 정도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버겁다면, 상황을 바꿔야 한다. 먹고살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이지, 회사를 다니기 위해 먹고사는 건 아니다. 과거에 비해 일자리의 종류와 수가 아주 많아졌고, 이제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한 사회가 되었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겠지만, 나는 열정을 강조하며 '버티면 된다'라는 입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삶을 자의로 놓거나, 타의에 의해 놓게 된 사람들의 소식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쉽게 힘들다는 말을 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힘든데도 괜찮은 척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힘들다'라는 기준이 사람마다 매우 상이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힘들다는' 기준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대부분 했음에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힘든 것이다.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화를 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넘어가며, 화가 날 땐 화를 냈음에도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이것은 유지해서는 안 되는 관계인 것이다.








변화는 언제나 두렵다. 자신이 여태껏 하지 못했던 행동일수록 사람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 하지 않으면 내일도, 한 달 뒤에도, 내년에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일 뿐이다. 당장 내일, 아니 몇 시간 후에라도 사고가 나서 제대로 걷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확실한 근거가 있는가? 삶에는 어떠한 제한도, 추측도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단 하나, 가능성뿐이다.




우리 삶의 울타리 밖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다. 당장이라도 한 발을 내딛으면 무서운 생물체가 달려들까 겁이 날 정도다. 뒤를 돌면 나의 집이 있다. 맛있는 식사가 있고, 푹신한 침대가 있는 곳이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안락한 집에서 편히 쉬며 매일을 보낼 수도, 어둠을 뚫고 불안함에 떨며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날 수도 있다. 고심 끝에 떠난 울타리 밖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해 몇 달을 헤매다 지친 상태로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도 있을 것이다. 어디로 갈지, 얼마나 갈 지도 당신의 선택이다. 매번 허탕을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시 아는가. 누구도 보지 못한 드넓은 초원과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곳에 도달하는 날이 있을지. 무한한 가능성에 자신을 내던지는 것. 도전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인생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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