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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y 09. 2022

해봐야 하고, 해봐야 '안다'


혼자 산 지 어느덧 4개월이 되었다. 모든 상황엔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혼자 사는 상황 또한 다르지 않았다. 혼자 사는 생활의 가장 좋은 점이라면 자유로움이다. 무엇을 하든 간에 나의 선택이다. 휴일에 집에서 하루 종일 뒹굴거리는 것도, 몇 일째 청소를 하지 않아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단점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에 없는 물건이 있으면 알아서 사야 하고, 문제가 터지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자유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것을, 혼자 살면서 많이 느끼는 중이다.



   





처음에 이사를 온 직후,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불편함을 느낀 적이 종종 있었다. 가령 택배 상자를 뜯기 위해 칼을 찾는데, 문득 칼을 사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다. 저녁에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냄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포기한 적도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땐 손만 뻗으면 있던 것들이 없으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사모으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먼저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늘었다. 퇴근 후에 혼자 있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더라도, 결국 마지막엔 '나'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비해 스스로를 더 챙기는 행동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지만 상대방의 텐션을 맞추려고 노력하기도 했었고, 재밌지도 않은 농담들에 억지로 웃어주기도 했다. 요즘엔 그렇지 않다. 180도 달라졌다곤 할 수 없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전보다 빠르고 구체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엔 전혀 관심 없었던 부동산이나 재테크 등에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미 혼자 산 지 오래된 지인들의 집에 놀러 가면, 각자만의 방식으로 꾸민 공간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 것들을 보며 나도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 간 다면 어떻게 꾸며볼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지금보다 넓고 좋은 집'을 상상하다 보니 돈을 어떻게 모을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고, 부동산과 관련된 뉴스에 좀 더 눈길이 가게 되었다.








아마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다면 지금보다는 힘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독립하기 전부터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지금은 하루하루가 즐겁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글쓰기'라는 행위에 2시간 가까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롯이 혼자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독립을 하고 싶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했을 때, 그들은 내게 각자 한 마디씩 했었다. "혼자 사는 거 쉬운 거 아니야. 한 번 살아봐라." "숨만 쉬는 거 빼곤 다 돈이야, 돈." "처음엔 좋지. 그런데 시간 좀 지나고 나면 외롭고 심심하더라고." "나가면 돈 모으는 건 포기해야 돼."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살았을 때의 좋은 점보다는 힘든 점 위주로 언급했었다.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나 또한 의지가 약해졌고, 좀 더 준비가 된 다음 독립을 해야겠다는 결론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혼자 살고 있는 지금은 어떨까? 매달 몇십만 원을 적금으로 넣고 있지만, 독립한 첫 달 빼고는 돈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월급을 받고 있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머리를 굴리다 보니 나름대로의 방법도 터득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청소를 하고 글도 쓰고 유튜브를 보며 맥주 한 잔을 마시면 외롭고 쓸쓸할 틈 없이 다음 날을 위해 침대에 눕는다. 결국 남들이 경험한 것과, 스스로 경험해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머릿속으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당신의 행동을 막는 장애물들이 꽤 있을지 모른다. 가족 또는 지인들의 조언, 스스로 느끼는 두려움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지만 해봐야 한다. 그리고 해봐야 안다. '그때 한 번 해볼걸'이라는 후회를 하기엔 인생은 짧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당신은 언제 또다시 그것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뛰어드는 사람은 없다. 어느 정도의 준비만 되어있다면, 그다음부터는 해보면서 익히는 것이다. 눈 딱 감고 도전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전혀 다른 일상을 맛보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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