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스펙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과연 나는 대기업에 갈 만큼 좋은 스펙인가? 누군가를 만나기에 괜찮은 스펙을 갖고 있는가? 조금 더 나아가 입사를 목표로 지원했던 회사에서 떨어지거나, 호감 있는 이성에게 거절을 당하게 되면 스스로의 스펙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하기 전 가장 먼저 그 대상의 '스펙'을 본다. 직장과 연봉, 외모, 키 등등. 하지만 우리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타인이 볼 때 스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걸 하는 순간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아이들이 레고를 쌓는 것. 비가 오는 날 장화를 신고 웅덩이에서 첨벙거리는 것. 강가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것. 멍하니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사람들에게 행복했던 순간들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이와 같은 답변들을 들었다. 스펙이라던가 쓸모 있음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행동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들은 쓸모와 관계없이 우리를 '행복하다'라고 느끼게 한다.
사회생활을 할 때 자신의 능력을 잘 갈고닦아서 발휘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보내는 일상과 삶의 모든 순간에서까지 스펙과 쓸모 있음을 논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잠시도 쉬지 않는 것은 언젠가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때로는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남들이 보기엔 그가 하고 있는 게 쓸모없고 전혀 수입이 없는 것이라도, 즐겁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물론 자신이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이것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누구나 '쓸모없음을 만끽하며 행복할 시간'을 언젠가 한 번은 반드시 맞이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한 가치를 누군가 폄하했을 때 그것에 상심하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그 사람의 기준으로 말을 한 것뿐이고 실제로 그것을 하고 있고,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니까 말이다.
매사 모든 면에서 스스로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살면서 그런 사람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는 반면, 그에 상응하는 면을 가지고 살아간다. 설사 당신이 쓸모없어 보이는 것을 하고 있더라도 그것을 쓸모 있다 말해주는 사람, 반대로 누군가 쓸모없어 보이는 것을 하고 있더라도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봐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곁에 두어야 할 좋은 사람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