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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Jan 01. 2022

EP8. 세상 바라보기

드디어 새해가 밝았다. 이제껏 맞이한 새해와는 사뭇 다른, 아니 차원이 다른 새해다.

커다란... 넘어야 할 높다라한 장벽 앞에 선 것 같은 아련함이다. 하지만 두려움은 아니다. 사십 평생 살아오면서 온전히 나를 테스트할 수 있는 기대감에 오히려 설렌다고 할까?...


2021년의 해를 수고했다며 바다 멀리, 수평선 너머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줬고, 2022년의 해는 산에 올라 새해 일출꾼들과 함께 맞이 했다.

 

많은 것을 빌지 않았다. 2022년 나의 험난한 길을 잘 비춰줘라 애걸복걸하지 않았다.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은 행복만 빌었다. 우리 가족의 소소한 행복과 세계평화와 환경보호와 기근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없게만 해달라고...

그 작은 소망들을 들어주기라도 할 듯,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청량한 새벽을 뚫고 2022년의 해가 빠르게 고개를 들어 눈 부시게 한다.


어차피 매일 뜰 해를 2022년 첫날이라고 뭐 특별한 게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보는 당사자가 특별하게 만드니 특별한 것일 게다.


해맞이를 위해 어두운 산길을 오르는데 오늘은 유난히 검다. 새해 일출 산행만 아니더라도 새벽 산행은 종종 하는 편인데, 구름 한 점 없는데도 오늘처럼 어둡기는 처음이다.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 숲을 지나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따라 유난히 얇은 달... 그믐달이라는 것은 가장 작아진 달을 말하지만,  그 단어보다 더 아 보인다. 그 고즈넉한 얇음에 한 껏 취해 서있었다.                                                                        

산행 중 만난 그믐달


헤드렌턴이 비추는 곳은 그 바깥쪽의 어둠 때문에 더 밝아 보인다. 헤드렌턴을 끄니 칠흑이다. 저 멀리, 그리고 저 뒤에 시끌시끌 한 헤드렌턴들이 어둠 속에서 밝다. 한참 지나니 그 얇은 그믐달에도 주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같은 어둠인데도 밝은 빛 옆에서 더욱 검은 어둠. 어둠 속에서 더 밝은 어둠. 그리고 저 멀리 있는 작은 빛이 눈에 띄는 어둠. 그 시선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도 비슷 할 것이라 최근 깨닫는 중이다.

나보다 더 잘 나가는 사람,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 나보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 나보다 더 인자한 사람, 나보다 더 웃긴 사람,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 나보다 더 잘 노는 사람... 그리고 작아지는 나... 그렇게 도망쳐 어두운 구석으로 갑자기 들어가면 눈이 먼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어둠이 무서워 눈을 감고 있으니 안 되겠다 싶어 눈을 뜬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보면 주위가 보이기 시작하고, 저기 저 멀리, 작게나마 보이는 나의 이상향을 향해 다시 발을 내딛게 된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2022년의 첫 해는 더 밝게 뜨기 위해, 아직 2021년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그 어둠 속 그믐달 곁에서 떠오르나 보다...

해돋이 전 그믐달.





* 2022년 처음 떠오르는 태양을 공유합니다.


 모두에게 영광을...

2022년 새해 해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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