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넘어야 할 높다라한 장벽 앞에 선 것 같은 아련함이다. 하지만 두려움은 아니다. 사십 평생 살아오면서 온전히 나를 테스트할 수 있는 기대감에 오히려 설렌다고 할까?...
2021년의 해를 수고했다며 바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줬고, 2022년의 해는 산에 올라 새해 일출꾼들과 함께 맞이 했다.
많은 것을 빌지 않았다. 2022년 나의 험난한 길을 잘 비춰줘라 애걸복걸하지 않았다.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은 행복만 빌었다. 우리 가족의 소소한 행복과 세계평화와 환경보호와 기근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없게만 해달라고...
그 작은 소망들을 들어주기라도 할 듯,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청량한 새벽을 뚫고 2022년의 해가 빠르게 고개를 들어 눈 부시게 한다.
어차피 매일 뜰 해를 2022년 첫날이라고 뭐 특별한 게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보는 당사자가 특별하게 만드니 특별한 것일 게다.
해맞이를 위해 어두운 산길을 오르는데 오늘은 유난히 검다. 새해 일출 산행만 아니더라도 새벽 산행은 종종 하는 편인데, 구름 한 점 없는데도 오늘처럼 어둡기는 처음이다.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 숲을 지나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따라 유난히 얇은 달... 그믐달이라는 것은 가장 작아진 달을 말하지만, 그 단어보다 더 얇아 보인다. 그 고즈넉한 얇음에 한 껏 취해 서있었다.
산행 중 만난 그믐달
헤드렌턴이 비추는 곳은 그 바깥쪽의 어둠 때문에 더 밝아 보인다. 헤드렌턴을 끄니 칠흑이다. 저 멀리, 그리고 저 뒤에 시끌시끌 한 헤드렌턴들이 어둠 속에서 밝다. 한참 지나니 그 얇은 그믐달에도 주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같은 어둠인데도 밝은 빛 옆에서 더욱 검은 어둠. 어둠 속에서 더 밝은 어둠. 그리고 저 멀리 있는 작은 빛이 눈에 띄는 어둠. 그 시선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도 비슷 할 것이라 최근 깨닫는 중이다.
나보다 더 잘 나가는 사람,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 나보다 더 외모가 뛰어난 사람, 나보다 더 인자한 사람, 나보다 더 웃긴 사람,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 나보다 더 잘 노는 사람... 그리고 작아지는 나... 그렇게 도망쳐 어두운 구석으로 갑자기 들어가면 눈이 먼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어둠이 무서워 눈을 감고 있으니 안 되겠다 싶어 눈을 뜬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보면 주위가 보이기 시작하고, 저기 저 멀리, 작게나마 보이는 나의 이상향을 향해 다시 발을 내딛게 된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2022년의 첫해는 더 밝게 뜨기 위해, 아직 2021년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그 어둠 속 그믐달 곁에서 떠오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