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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RED BUTTON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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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Oct 30. 2022

제4장. 아빠

소설 RED BUTTON


 “엄마, 아빠는 내일이 어린이날인 줄 아실까?”

 “글쎄, 하늘나라에 기념일이 있을까?”

 한성이는 그런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다. 윤미는 한성이가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알면서도 일부러 반문으로 대답한 것이다.

 “그냥, 내일 다른 데 가지 말고 집에서 맛있는 거 시켜 먹자. 장난감은 안 사줘도 돼”

 “너, 집에서 또 게임만 하려고 그러지?”

 “아니야! 그냥 엄마 힘들까 봐 그렇지, 엄마도 어린이날 쉬는 날이잖아.”

 윤미는 한성이가 대견해 보인다. 아직은 천진난만해야 할 초등학교 3학년이 엄마를 배려해주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어린이날 밖에 나가면 온천지에 아빠 엄마에 둘러싸인 행복한 아이들일 것이고, 윤미도 그런 가족들 눈치를 보느라 안절부절못할 것을 한성이는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 약속해. 내일 게임 조금만 하기로”

 “응 약속할게. 엄마랑 같이 시간 보낼 때는 게임 안 할게. 근데 엄마 피곤해서 좀 낮잠 좀 자고 할 거지요? 고 때만 할게”

 한성이는 엄마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맞긴 맞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일 게임에서 어린이날 특별 이벤트를 한다는 것이다. 아이템이 많이 쏟아질 것이라고 한다. 어린이날 밖에 나가봐야 엄마나 나나 아빠 없이 고생일 것이고, 별로 행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게 밖에서 아등바등 보내고 오면, 이 이벤트는 종료되고 기분도 나쁘고 아이템도 못 먹고, 꿩도 못 먹고 알도 못 먹을 바에 엄마를 설득하길 잘했다고 한성이는 생각한다.

 “요 녀석이 결국 게임이었구나?”

 “아니에요! 진짜 엄마를 위해서 그런 거야. 그리고 내일은 어린이날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거 해야 하는데, 엄마 낮잠 잘 때만 한다고 했으니 나도 많이 양보한 거다, 뭐”

 “아이고, 그래그래,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아들 나으리”

 이렇게 아들과 말이 통하는 것만 해도 윤미는 고맙다고 생각한다.      

 한성이가 게임을 시작하게 된 시점은 용대가 사망한 이후부터였다. 한성이에게 아빠란 존재가 있을 때는 게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혼날 때는 크게 혼났지만 언제나 한성이와 놀아주려는 아빠, 용대였다. 한성이는 심심하지 않았었다. 아빠한테 하고 싶다고 말하면 웬만해서는 다 들어주고, 또 같이 해줬다. 야구가 하고 싶다면 야구를, 축구가 하고 싶다면 축구를, 농구가 하고 싶다면 농구를….


 용대가 사망한 것은 한성이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왜 착한 우리 아빠를 하늘이 데려가는지 한성이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이 놀아줄 아빠를 왜 데려갔는지 하늘을 너무나도 원망했다. 그것은 윤미의 원망과는 질적으로 다른 원망이었다. 투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윤미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한성이를 챙길 시간이 부족했고, 한성이도 자연스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때 따돌림당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그 이후로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지만, 학교를 마치면 학원으로 빠지는 아이들이 많아 사귐의 깊이가 깊지 않았다. 한성이에게 아빠의 빈자리는 점점 커졌다. 아빠가 게임은 다 커서 성인이 되면 하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지금 아빠는 어디에도 없다며 원망하듯, 아니 투정 부리듯 게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곳은 마치 신세계 같았다. 그곳에는 아빠도, 엄마도, 원래 있지도 않은 동생도, 삼촌도, 이모도, 아저씨도, 아줌마도, 친구도, 형들도, 누나도, 가득가득 있었다.


 이제 한성이에게 게임은 아빠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한성이는 오늘도 아빠를 느끼고 싶어 컴퓨터를 켠다. 어린 나이에도 분명 그것은 중독인지 느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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