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레벨 얼마냐?”
“아, 아직 5뿐이 안돼….”
“너 혹시 무과금? 돈을 써야 빠르게 레벨이 오르지, 봐봐, 나 벌써 레벨 11이야.
캐릭터 일곱 개 모음.”
친구가 모바일로 연계된 게임 화면을 한성이 앞에서 자랑한다.
“와, 장난 아니네. 난 아직 세 개뿐인데, 그것도 다 비실비실해.”
한성이가 시무룩하다. 당연히 돈을 쓰면 레벨을 빠르게 올릴 수 있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엄마가 게임에 돈까지 쓴 것을 알게 되면, 당장 컴퓨터 던, 핸드폰이던, 안에 프로그램을 모두 싹 다 밀어버릴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선뜻 친구들처럼 게임에 돈을 쓸 수가 없다.
한성이는 아빠가 없다는 게 창피하지는 않다. 돌아가실 때 용감한 시민상도 받으셨고, 동네에서 아빠는 굉장히 좋은 분이라고 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에서 지는 건 싫다. 왜냐하면 아빠가 없어서 못 배워서 그런다는 말이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친구들보다 잘하고 싶다.
사실 게임이 아주 재미있는 건 아니다. 물론 자극적일 때는 한참 빠져버리기도 하지만, 골치 아플 때도 있고, 스트레스받을 때도 있다. 정성 들여서 레벨을 올린다고 해도, 그만큼 또 어려워진다. 맥이 풀려 던져 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친구들에게 지고 싶지 않아 다시 마음을 잡고 레벨을 키운다.
“야 그럼 해킹 프로그램 써볼래?”
“아, 나도 얘기 들어봤어, 근데 그거 쓰다가 걸리면 그냥 계정 삭제된다고 공고 떴던데?”
“졸보야, 그럼 계속 그렇게 힘들게 키워.”
“에이, 맞아, 난 못하겠어. 그런 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한성이는 순간 고민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가르쳐왔다. 항상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어느 순간 그 정직이 고민이 될 때가 오지만, 묵묵히 너의 길을 간다면, 정의는 항상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한성이는 갑자기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
“오 이한성, 너 졸라 멋있다.”
“우리 아빠가 한 멋있음 했잖아.”
“ 그래, 넌 용감한 시민의 아들이잖아. 파이팅이다!”
지금은 무한 경쟁 시대다. 그래, 남들이 어떠한 술수를 써서 경쟁하더라도 한성이는 정직하고 우직하게 가자고 다짐한다. 아빠가 가르쳐 준 정신을 잊지 말자고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한성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집어던지고 컴퓨터를 켰다. 윤미가 데워먹으라고 식탁에 음식을 놔두고 메모장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놓았지만, 눈에 들어올 리가 만무하다.
순수하게 경쟁에서 이기려면, 그것은 노력밖에 없다고, 한성이는 결의를 다지는 중이다.
‘딸깍딸깍’
게임 메인 화면이 한성이의 까만 눈동자 밝게 떠오른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ID:SonofBraveman’
‘비밀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