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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RED BUTTON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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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Oct 30. 2022

제13장. 성장

소설 RED BUTTON

 “호호호, 하하하”

 사장실에서 환호성이 울린다. 아까 김신애 팀장님과 신영자 팀장님이 뛰어 들어갔는데 무슨 좋은 일이 있나 보다. 뭔가 새로운 도전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와, 파이팅, 사장님 잘됐습니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우리의 실력만 보여주면 되겠습니다.”

 의자 뒤편 사장실에서 흘러나오는 김신애 팀장님의 아부성 맨트가 심상치가 않다. 설마…. KS INVESTMENT 프로젝트?…. 와, 주신영 과장님도 곧 떠날 텐데, 그런 큰 건이 진행되면 우리 팀은 죽어 나갈 것이 뻔하다. 김선우 팀장님은 요리조리 빠져나갈 생각만 할 테고, 새로 입사한 사람은 버벅거릴 것이 뻔하고, 주신영 과장님 퇴사하면 내가 그 자리 맡게 되면서 진급한다고 했는데, 이거 독이 든 성배를 마시게 되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은 된다. 하지만 어떤 일이 펼쳐질지 설레기도 한다.

 “호호호, 모두모두 수고했어요”

 “박수!”

 분위기상 내가 예상했던 것과 일치하는 것 같다.     


 (카톡) 이석정: 박 대리 뒤에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카톡) 박정구: 대리님, 뭔가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아요.

 (카톡) 이석정: Why??

 (카톡) 박정구: KS INVEST 입찰 붙은 것 같아요.

 (카톡) 이석정: OMG...

 (카톡) 박정구: 저희 팀은 이제 잣 됐죠^^. 주 과장님도 그만둔다고 하고^^

 (카톡) 이석정: GOOD LUCK~

 (카톡) 박정구: 아이 진짜 대리님 놀리실 거예요~?ㅎㅎ

 (카톡) 이석정: 쏴리 쏴리, 어떻게 술 한잔 사줘?

 (카톡) 박정구: 됐어요~ 근데 저번에 사장님이랑 술 한잔했다면서요? 또 끝까지?

 (카톡) 이석정: 진짜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 박 대리한테만 공유하는 거 알지?

 (카톡) 박정구: 아, 못 믿어요? 빨리 이야기해봐요. 갑자기 궁금해지네.

 (카톡) 이석정: 한잔하자길래 사장인데 또 어떻게 거절해, 그래서 저녁 먹고.

 (카톡) 박정구: 메뉴는?

 (카톡) 이석정: 소고기~

 (카톡) 박정구: 와우. 술은?

 (카톡) 이석정: 와인~

 (카톡) 박정구: 와인은 별로 다^^ 나는 소주 스타일이잖아요. 그리고 또 사장님댁에 갔어요?

 (카톡) 이석정: 아니, 또 치근덕대길래, 그냥 피곤하다고 대리 불러 가라 했어.

 (카톡) 박정구: 와, 밖에 있을 때는 그냥 여자 취급하네.

 (카톡) 이석정: 여자는 무슨. 그냥 사장이니까 만나주는 거지.

 (카톡) 박정구: 아니 그래도 대리님이 자꾸 사인을 주니까 사장님이 빠지지.

 (카톡) 이석정: 이제 그만하려고. 지겨워. 만나는 여자도 있고.

 (카톡) 박정구: 아 저번에 그 클럽? 어, 두 팀장들 나오네요. 하여튼, 파이팅!


 이석정 대리님은 같은 회사 사람이지만 왠지 다른 회사 소속인 것 마냥 나를 무심하게 위로 하고 있다. 뭐, 저런 시크한 모습에 내가 존경할 만한 대상으로 삼는 건지도 모르겠다.

  

 “김선우 팀장, 우리 이번에 KS INVESTMENT 프로젝트 건을 따냈어요, 우선은 제일 급한 것은 인력관리팀이 될 것 같은데 미리미리 준비해놓도록 합시다.”

 김신애 팀장님은 자신이 사장이라도 된 것처럼 우리 팀에 통보하고 있다. 저 여자는 밉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에 사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밑에 사람들에게 살근하게 대해주고는 있다. 조금 바뀌긴 했다. 그나저나 우리 팀장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주신영 과장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만둔다고 결정하길 잘했다는 눈치다.     


 (카톡) 주신영: 박 대리, 미안해서 어쩌지? 저렇게 큰 프로젝트가 들어왔는데….

 (카톡) 박정구: 과장님이 미안할 게 뭐가 있어요? 어차피 회사는 어떻게든 돌아갑니다.

 ‘조금 원망스럽기는 하다.’

 (카톡) 주신영: 그렇긴 하지만, 박 대리가 고생할 게 뻔하다.

 (카톡) 박정구: 뭐 고생이야 하겠지만 또 그만큼 성장하겠죠. 과장님 덕분에 저 진급도 빨라지잖아요.

 (카톡) 주신영: 역시 박 대리는 진취적인 사람이야. 그 성장 마인드가 부러워.

 (카톡) 박정구: 이왕 하는 거 사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사, 전무까지는 가봐야죠. 뭐 한번 까라면 까보죠. 뭐.

 (카톡) 주신영: 그래, 맞아 회사에는 박 대리 같은 사람이 필요해.

 (카톡) 박정구: 그리고 저 대학원도 다닐 거예요. 업무를 수행하면서 공부해보고 싶은 게 생겼거든요.

 (카톡) 주신영: 회사 업무량도 이렇게 많은데 공부까지~ 나 같으면 생각도 못 할 텐데. 대단해, 대단해.

 (카톡) 박정구: 감사합니다~ 하여튼 과장님은 걱정하지 마시고 인수인계 좀 잘 부탁드려요~   


 주신영 과장님은 곧 회사를 그만 둘 거면서 진심으로 아랫사람을 걱정해주고 있다. 그런 면이 인간적으로는 좋지만, 어찌 보면 이 삭막한 사회 생활에 어울리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주신영 과장의 앞 날을 진심으로 응원 해준다.

  

 주신영 과장님이 하던 업무가 워낙 방대한지라 두려움은 조금 있다.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걱정이다. 하지만 난 지금 내 업무를 확실히 하고 있고, 비록 주신영 과장님 업무를 내가 맡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버벅거리겠지만, 충분히 치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은 어떻게라도 한 발짝 나갔을 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어떤 일이든지 시도해보는 사람이 되자고 끊임없이 되새기며 살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복잡한 서울에 사는 것이 너무 좋다. 각종 문화생활, 끊임없이 새롭게 변하는 분위기, 도시 풍경, 새로운 유행, 글로벌화되는 환경…. 변화, 시도. 경상북도 영양 출신에게 이런 것들은 충분히 삶의 의미를 부여해준다. 사람들은 나에게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 야망이라고 하면 야망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단지 그런 것들이 좋을 뿐이다. 가장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고 싶을 뿐이다. 그것이 직책이 됐건, 업무가 됐건, 명품이 됐건.

 이석정 대리님의 생활방식이 맘에 들지는 않지만, 서울에서 오랜 생활을 해왔고, 우리 회사에서는 나름 젊은 편이다. 나랑 한 살 차이라 벤치마킹하기 딱 좋은 연령대다. 그와 친해지려고 노력했고 친해졌다. 처음 시골에서 상경했을 때 촌스러운 나의 모습을 보면 나조차도 정말 소름이 돋는다. 이석정 대리님을 따라다닌 덕에 그나마 지금은 사람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주 과장, 박 대리 잠시 봅시다”

 김선우 팀장님이 우리를 부른다.

 “주 과장은 한 달 안에 퇴사할 건데, 이렇게 큰 프로젝트가 걸렸으니 어쩌지? 여기 인력 충당할 수 있겠어?”

 “제가 나가면서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솔직히 이 프로젝트, 너무 걱정됩니다. 우리 팀을 위해서 안 되길 바랐는데…. 우선 입찰을 위해 예산을 너무 쥐어짜 놔서 이 예산으로는 좋은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주 과장 말이 맞지. 근데 뭐 어쩌겠어. 사장님이 결정하시고 입찰 넣으셨으니까 어떻게든 해봐야지.”

 “팀장님, 주 과장님은 이제 나가실 거니 너무 부담 주지 마시고요. 제가 주 과장님께 잘 인수·인계받고 한번 잘 진행해보겠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첫 프로젝트다. 무조건 들이 밀어 본다.

 “박 대리 괜찮겠어? 새로 들어오는 직원 인수인계도 해줘야 하고, 이 프로젝트도 진행해야 하고….”

 김선우 팀장님이 미덥지 않아 하는 눈치다. 팀장으로서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주 과장과 함께 일하는 건 봤지만 내가 주체가 된 적은 없었으니까.

 “모르면 물어보면서 하겠습니다. 한번 해보시지요.”

 “그러면, 박 대리만 믿는다. 주 과장도 인수인계 좀 잘 좀 해주시고요.”

 역시 김선우 팀장님은 뱀같이 쓱 빠진다. 하긴 김신애 팀장님이나 신영자 팀장님보다 우리 김선우 팀장님 같은 스타일이 나한테 더 잘 맞을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폭주하는 전화, 쏟아지는 이메일, 여기저기 부탁, 이곳저곳 확인, 보고서 작성, 사장님 결제…. 여기저기 터지는 사고…. 스트레스, 스트레스….

 프로젝트가 진행된 지 세 달이 넘어간다. 나의 머리는 항상 엉클어져 있고, 책상 위에 서류들은 쌓여만 간다. 신영자 팀장님, 김신애 팀장님은 우리 팀에게 연일 볼멘소리다. 그럼 너희들이 가서 사람 구해오던가! 사장실에 불려 갔던 우리 팀장님도 고개를 푹 숙인 채 나오기 일쑤다. 연신 한숨을 쉰다. 압박이 심해진다. 하지만 이런 고난 예상한 거 아니었나? 시련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이 조여 오는 압박감을 즐겨보자.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요즘은 명품을 많이 산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이것만 한 것이 없다. 바쁘지만 짬을 내서 인터넷으로 봐놓고, 매장 가서 한 번 더 확인한 다음, 최저가 검색을 해서 사내면 그만한 성취감이 없다.

 여자 친구와도 잘 되고 있다. 청년 임대 주택도 청약 당첨이 돼서 2년 뒤에 입주한다. 일 년 뒤에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하고, 거기서 신혼집을 차릴 예정이다. 힘들긴 하지만 모든 것이 만사형통이다.

 짬짬이 모아둔 주식도 요즘 많이 오르고 있다. 물론 거의 푼돈 수준이지만 목돈이 되는 그날까지 계속 공부해볼 생각이다. 단타 매매가 아닌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생각으로 주식을 사 모을 작정이다. 스타벅스 주식도 사놨는데 커피를 마실 때마다 맛과 상품성을 분석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음, 이런 맛은 구매자들에게 반감을 사지 않을까?, 어, 이 컵 디자인은 괜찮아’ 이런 식으로 말이다.

 회사 업무가 끝나고 녹초가 된 채로 대학원 수업을 듣는 것은 여간 곤욕이 아니다. 잠이 쏟아지기도 하고, 멍하니 있을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업무 후에 이렇게 성장을 위해 교육에 발을 담그는 행위 자체가 나를 성장시킨다고 믿는다. 나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멈출 수가 없다.     


 모든 도전은 나를 즐겁게 한다. 나의 심장이 터질 듯 울린다. 앞으로의 내 삶이 기대된다. 희망이 가득 차 있다!

 .

 .

 .


수신: 전 직원     


업무에 노고가 많습니다.     


 수개월간 진행된 KS INVESTMENT PROJECT에 대단히 고생이 많았습니다.


 공식적인 계약기간은 1년이었으나, KS INVESTMENT 측에서 비공식적으로 계약 파기를 요청해왔습니다. 여러 가지 사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우리 업무역량의 부족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질타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좀 더 성장하는 각 개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계약 파기는 되었지만 좀 더 분발하자는 의미로 이번 프로젝트로 인한 이익금을 직원들에게 배분하려고 합니다. 총액에서 직급 상관없이 똑같이 나누어 배분하겠습니다.     


 성과급 지급일: 3월 급여 지급일.     


사장 서수진.


 .

 .

 .

 ‘이건…. 나 때문이야!, 나 때문이야!’


 설움이 복받친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가슴이 미친 듯이 울린다. 그렇게 노력했는데, 세상에 안될 건 없었는데! 나 박정구는 이렇게 무너질 수 없어! 왜! 왜! 갑자기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는 거야!

 온 천장이 흔들린다. 내가 지금 여기 왜 서 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붕 뜨는 느낌이다. 너무 흥분한 것 같다. 주위가 빙글빙글 돈다.


모든 것들이 네모반듯하게 잘리며 흐릿해졌다, 또렷해졌다, 반복이다.


1,600만 픽셀, 900만 픽셀, 400만 픽셀, 200만 픽셀, 100만 픽셀, 50만 픽셀, 10만 픽셀….

 .

 .

 .

 ‘캐릭터를 재설정하시겠습니까?’

 .

 .

 .

 -예-, -아니요-

 .

 .

 .

 한성이는 ‘예’라고 적힌 빨간색 버튼에 포인터를 가져다 댔다.


 ‘딸깍’



 그리고 클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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