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요즘은 많이 줄이셨지만, 장모님께서는 벼농사를 하십니다. 농번기 때 일손을 보태고 있으면 제가 흘려 놓은 씨나락을 뒤에서 장모님이 조용히 허리 숙여 주우십니다. '그거 몇 톨이나 된다고...', 쉬이 치부할 수 있지만 농부에게는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는 거죠. 그렇게 평생 농사일에 전문가인 장모님도 씨나락 한톨한톨 소중히 여기는데, 아직 걸음마도 때지 않은 제가 단어 하나, 문장 한구절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뭔 호들갑이냐며 어이없어하실까 봐 미리 이실직고합니다.
우선은 토요일 정기적으로 발행하던 '날다'와 부정기적인 '독후감, 글스타그램, 보다' 모두 중단하겠습니다.
또, 댓글 달기도 중단하겠습니다. 여러 작가님들을 찾아다니며 소통하기 위해 열심히 댓글을 달았지만, 이 또한 미천한 저에게 있어서는 심각한 재료의 소비가 있을 것 같아 오버스럽게도 끼워 넣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구독하는 작가님들의 글이 업데이트되면 댓글은 달지 않아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이기적이게도 작가님들의 신선한 재료를 구경만 하겠으니, 노여워하지 마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회사를 그만두면 소설을 꼭 써보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재직 당시에 친한 몇몇의 동료들 단톡방에서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콩트 같은 단편소설들을 써재꼈더니,언제 다음편 나오냐며 안달하는 그들에 의해 자신감이 뿜뿜인 걸 수도 있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다 후배들이었군요. 아부성 반응을 눈치채지 못 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브런치에 와서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보니, 제 글쓰기는 실력을 논하지도 못할 정도로 하찮게느껴졌습니다. 때문에 소설 쓰기는 아예 뒷전으로 미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며 그 다짐이 희미해져 갈 무렵, 소중한 책 한 권을 읽었고 다시 의지가 타올랐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마구 채찍질 해봤습니다.
'실력이 없다느니, 뭐 인물 구성이 아직 안됐다느니, 스토리가 부실하다느니, 기획안이 터무니없다느니, 설정된 환경을 조사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느니...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핑계만 대고 있을 거야?'
우선 미친 척하고 써보기로 했습니다. 참가에 의의를 두겠습니다. 피땀 흘려 써내고 6월 첫째 주 토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발표가 9월이니, 제가 쓴 소설은 9월 이후에나 보실 수 있겠습니다. 본심에 오를리 만무하지만 낙방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면 그때 저의 상태에 따라(기대치가 얼마냐에 따라) 찢어발겨질 수도 있겠습니다. 혹시 심사위원들이 단체로 정신이 나간 상태로 심사한다면 수상작으로 여러분께 공개될 수도 있습니다.(가능성 0.001%)
거의 확실히 예상하건대, 아마도 제가 저에게 수여하는 참가상을 들고, 10월부터 여기 브런치에 조용히, 조금씩 풀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