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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하면 떠오르는 그곳... 바로 경회루!

- 경회루에 실제로 들어가 본다면...

by Twinkle

전편 둘러보기 : 궁궐 내 잔디들의 정체는? 궐내각사 이야기


수정전과 궐내각사 권역을 돌아 나오면 뒤쪽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멈춰 서게 됩니다.


경복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경회루일테데요, 한국을 소개하는 엽서나 책자에 많이 나와서 익숙하기도 하지만, 왜 이렇게 낯이 익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과거에는 만 원권 지폐에 그려져 있었더라고요. 기억나시죠?


선선하게 부는 날씨와 잘 어울리는 경회루!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경회루 전경.jpg <그림 같은 경회루의 모습>

경회루(慶會樓)는 임금과 신하가 덕으로써 만난다. 모여서 경사를 기뻐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나라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연회를 하거나 외국 사신이 방문했을 때 접대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경회루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단일 목조건물로는 가장 큰 규모이고 국보로 지정되어 있죠. 사실 조선 초에 경회루는 없었고 작은 누각만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러다가 태종 때 이 작은 누각이 기울어지면서 문제가 생기자 수리를 하게 됩니다.


이때 수리를 담당한 사람이 그 유명한 박자청이죠. 혹자는 박자청을 조선에서 가장 출세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는데요. 과거에 응시를 했다거나 출신이 매우 좋은 사람도 아니었는데 경회루뿐 아니라 궁궐의 각종 전각, 능, 사찰 등을 만드는데 참여하기도 했고요, 공조판서자리까지 오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건설부 장관 정도에 해당하는 높은 자리죠. 사실 당시에 왕은 작은 누각을 수리하라고만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박자청은 큰 누각을 새로 짓고 연못까지 크게 팠다고 하니,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분께서 지금 보고 계신 경회루의 모습은 고종 연간인 1867년에 다시 만들어진 것인데요. 지금은 아무 무늬가 없는 돌기둥이지만, 고종 중건 전에는 화려한 용무늬가 새겨져 있었다고 전해지죠.


성종 정유년에 있었던 일인데요. 현재 일본의 오키나와에 유구국(琉球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유구국 사신이 경회루를 방문했는데, 경회루 연못에 비친 용을 보고 조선의 세 가지 장관 중 첫 번째 장관이라고 극찬했다고 기록이 있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웠길래 장관이라고 표현했을지... 여러분께서도 상상이 되시나요?




경회루는 평소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일정기간 특별 관람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해야하는데요. 매회차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늘 인기가 많지만, 치열하게 클릭을 한 보람은 분명 있습니다. 실제로 경회루 2층까지 올라가서 왕의 시선으로 경복궁 곳곳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죠. 20분 정도 설명을 듣고, 20분 정도는 1층과 2층을 오가며 멋진 풍경을 자유롭게 담아갈 수 있어서 특별한 추억을 남기실 수 있을 겁니다. 올해는 10월31일까지 특별 관람을 진행하니 놓치지 말고 꼭 한 번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대기장소.jpg <경회루 특별관람은 이곳에서 시작합니다>

자, 그럼 저희들도 마음을 좀 가다듬고 경회루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어도.jpg <왕이 이용했던 다리>

들어가는 다리가 총 3개가 보이는데요. 왕이 이용했던 다리는 어떤 것일까요?


많은 분들이 가장 가운데에 있는 다리라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 실제로 가장 남쪽에 있는 다리가 바로 왕이 이용했던 다리입니다. 왜냐고요? 바로 이 다리에 어도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기둥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둥을 전체적으로 보시면, 바깥쪽은 사각, 안쪽은 둥근 모양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것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라는 동양의 ‘천원지방(天圓地方)’사상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렇게 건물에 담기 의를 찾는 것도 궁궐의 매력이죠.


기둥.jpg <기둥을 잘 보시면 천원지방 사상이 반영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 우리는 슬리퍼로 갈아 신고 2층으로 올라갑니다.


두근두근.....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쏟아집니다. 사실 경회루 2층에 올라가면 여러 번 놀라게 되는데요.


첫 번째는 풍경이 아름다워서, 두 번째는 시원하고 분위기가 멋져서, 세 번째는 생각보다 관리가 잘 되어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이렇게도 기분 좋고 시원한 것이었는지 경회루 2층에 올라오니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저절로 눈을 감고 그 바람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저만 그런 게 아니네요? 여기저기서 감탄사와 함께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게 힐링이죠.




여러분, 앞서 궁궐에는 이름도, 건물의 구조들도 모두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없다고 말씀을 드렸었죠. 경회루도 마찬가지입니다.


경회루 같은 경우는 ‘경회루전도’라는 것을 통해서 경회루의 건축학적인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데요. 2층으로 올라가시면 우선 나무바닥은 3단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입니다. 당연히 가장 가운데, 왕이 앉는 공간이 제일 높았습니다. 가운데 공간은 3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삼재(三才) 즉 하늘, 땅, 사람을 가리키는 천지인(天地人)을 의미하고요. 각 단은 기둥과 문으로 구분했습니다. 그 바깥 12칸은 1년 12달을, 가장 바깥쪽의 외곽 기둥 24개는 24 절기를 의미하죠.


경회루 3단&분첩문.jpg <경회루 2층의 모습, 3단으로 나뉜 바닥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왕이 앉았던 자리에서 남쪽을 바라보며 찰칵찰칵 연이어 사진을 찍으시네요!


그런데 경회루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하이라이트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낙양각인데요!


몇 년 전, KBS의 1박 2일이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경복궁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1박 2일 멤버들에게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찾아라’ 이런 미션을 내린 적이 있었는데요.


정답은 바로 경회루 2층 낙양각에서 본 경복궁의 풍경이었습니다. 액자 속 풍경처럼,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느낌! 지금 우리가 보는 창문은 단조로운 직사각형 네모 모양인데, 어떻게 그 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낙양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할 생각을 했는지 참 놀랍고 감탄스럽습니다.


낙양각1.jpg <낙양각을 통해 본 인왕산>
낙양각2.jpg <낙양각을 통해 본 경복궁 후원과 북악산>
낙양각3.jpg <낙양각 너머로 보이는 경복궁의 전각들>



경회루는 연회나 접대를 위해 활용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뿐 아니라 경회루에서는 과거시험을 보거나 활쏘기 시합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특히 기우제를 하는 곳으로도 활용했는데, 경회루에서 기우제를 하면 비가 잘 내렸다고 하네요.


왜인지 아시나요? 기우제는 비가 내릴 때까지 하기 때문이죠^^


이유야 어쨌든 경회루는 다양하게 활용되었고 중요한 곳으로 인식되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그건 잡상의 수를 봐도 알 수 있는데요.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잡귀를 막는 것이 잡상이죠? 이 잡상 수가 많으면 그만큼 계급이 높은 전각이고요.


혹시 경회루의 잡상 수가 몇 개인지 알고 계신가요?


바로 11개입니다! 경복궁에서 가장 잡상 수가 많은 전각이 바로 경회루인데요. 경회루가 얼마나 중시되었는지 이것만 봐도 알 수 있겠죠?


그리고 경회루 연못에 청동용을 넣었다고 하는 기록이 있습니다. 1865~1868년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남긴 기록인 <경복궁 영건일기>에는 화재를 막기 위해 경회루에 청동으로 만든 용 한쌍을 가라앉혔다는 기록이 남아있는데요. 이 중 하나가 1997년 발견된 거죠. 용은 물을 다스린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용으로 불의 기운을 눌러 불이 나는 것을 막고 궁궐을 지키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 용은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에 가시면 보실 수가 있습니다. 나머지 한마리의 행방은 묘연한데요. 혹시 찾는 분이 계시다면, 엄청난 이슈가 되겠죠?

경회루 용.jpg <고궁박물관에 전시된 경회루 연못 속 청동용 한마리>


경회루에는 얽힌 일화도 참 많습니다.


세종대왕 시기, 원래 경회루는 담에 싸여 있었습니다. 아무나 함부로 경회루를 보거나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숙직을 서던 정 9품(조선시대 18등급 벼슬 중 밑에서 2번째)의 구종직이라는 신하가 경회루 모습을 보고자 몰래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우연히 세종대왕과 마주치게 된 거죠. 화를 낼 줄 알았던 세종대왕은 오히려 구종직에게 노래도 해보라고 하고, 경전도 외워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구종직은 세종대왕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요청도 모두 다 잘 해냈는데요. 그리고 머지않아 곧 종 5품으로 초고속 진급을 하게 되죠. 바로 이 에피소드가 전해지는 곳이 경회루입니다.


또 경회루 하면, 연산군을 빼놓을 수 없죠. 연산군일기를 보면, 경회루 연못에 만세산을 만들고, 왕이 타는 배를 만들어 띄워두기도 했으며, 흥청, 운평 등 기생들과 모여서 놀았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집니다. 연산군은 흥청관이라는 것을 세우고, 전국의 기생들을 불러 모았다고 하죠. 특히 예쁘고 재능이 많은 기생을 흥청(興淸)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연산군이 기생인 흥청과 나랏일을 뒷전으로 미루고 놀았다는 일화에서 ‘흥청망청’‘흥청거리다’ 등의 말이 생겨났다고 하네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경회루 옆 쪽으로 보이는 작은 정자는 무엇이냐고 물어보시는데요. 그 정자는 하향정으로 이승만 대통령 시기에 만든 것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자주 애용했다고 알려져 있죠.


만세산.jpg <연산군의 일화가 얽혀있는 경회루 연못 안의 만세산>
하향정.jpg <사진 속 오른쪽 끝에 보이는 작은 정자가 바로 하향정>



자, 이렇게 경회루 곳곳을 돌아봤는데요. 밖에서 봐도 멋있지만 안에 직접 들어가 곳곳을 살펴보니 느낌이 더욱 새롭죠? 문화유산을 이렇게 직접, 더 가까이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설레면서도 소중한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우리는 좀 더 힘을 내서 경복궁 뒤쪽으로 이동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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