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담이 인상적인 여성의 공간–자경전
- 대왕대비가 머물던 곳, 자경전
‘대비마마’
사극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호칭이죠. 대비는 왕의 어머니를 높여 부르는 말로 왕실의 어른이었습니다. 우리가 이번에 둘러볼 공간인 자경전은 대비의 생활공간이었습니다. 자경전(慈慶殿)은 ‘어머니의 복을 누린다’는 의미로,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만들면서 고종의 양어머니였던 신정왕후 조대비를 위해 지은 전각이죠. 그러다 갑자기 화재가 일어나면서 1888년에 새로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정왕후 조대비를 위한 공간, 자경전>자경전을 보면 어머니를 위해 특별히 신경 썼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뭔가 이 공간은 세심하고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역사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습니다.
신정왕후 조대비는 원래 24대 왕인 헌종의 어머니였습니다. 조대비는 고종이 26대 왕이 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인데요. 순조-헌종-철종, 이 시기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세도정치로 인해 나라가 매우 어지러웠습니다. 매관매직이며, 권력 독점까지 백성들이 참 어려웠던 시기죠. 그런데 철종이 후손 없이 승하 즉 돌아가시게 됩니다. 이때 왕위 선택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던 사람이 바로 신정왕후 조대비였죠. 조대비는 당시 세력이 컸던 안동 김 씨 세력을 견제하고자 대립관계에 있던 흥선대원군 이하응 쪽의 손을 들어줍니다. 흥선대원군의 둘째 아들인 고종을 조대비의 양자로 올리고 그다음 왕으로 만든 것이죠. 이에 대한 보답으로 흥선대원군은 조대비를 위해 궁궐 안에 크고 화려한 건물을 짓게 되는데, 그게 바로 자경전입니다.
이곳은 1888년 재건된 자경전을 중심으로 복안당(福安堂)에 온돌방이 있어서 겨울에 침전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하고, 청연루(淸讌樓)에는 누마루 설치하여 여름에 많이 이용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대원군이라는 호칭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자신은 왕이 아닌 왕의 아버지로서 후손 없이 죽은 왕의 뒤를 이은 왕의 친아버지를 말합니다.
자경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꽃담과 굴뚝입니다.
자경전 들어가는 입구 쪽을 보면, 멋스러운 꽃담을 볼 수 있는데요. 주변을 살펴보면 이 꽃담으로 인해 여성의 공간이라는 것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서쪽 담장 바깥쪽을 매화, 복숭아, 모란, 국화, 대나무, 나비, 석류 등을 색깔 있는 모양의 벽돌로 장식했죠. 복숭아는 무병장수를 의미하기도 하고, 모란은 부귀를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석류는 열매 안에 많은 씨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다산(多産)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자경전 꽃담, 여성스럽고 운치 있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꽃담의 복숭아>
<꽃담의 모란>자, 꽃담의 운치를 느끼셨다면 이제는 자경전 뒤쪽으로 이동해 보겠습니다. 여기에 보물이 있거든요.
<보물로 지정된 자경전 십장생 굴뚝>앞서 강녕전, 교태전 등의 굴뚝을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경복궁의 굴뚝들은 참 특별합니다. 굴뚝을 어쩜 이렇게 섬세하고 아름답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요. 여러분께서 보고 계신 이 굴뚝은 십장생 굴뚝입니다. 십장생은 오래 살기를 바라는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인데요. 해와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거북, 학, 사슴 등이 바로 그것이죠.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석류나 포도 같은 것도 보이는데, 십장생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다산을 상징하는데 여기에 함께 있다는 겁니다. 밑에 보이는 불가사리는 쇠와 불을 먹는 상상의 동물인데요. 불가사리가 있으면 불이 나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굴뚝 옆으로 잠시 발걸음을 옮기면 바로 이런 것들이 보입니다.
<자경전 십장생 굴뚝 측면에 있는 박쥐>
바로 박쥐입니다. 박쥐는 사실 우리에게 좋은 이미지는 아닌데요. 예전에는 ‘편복’이라고 하여 ‘복’과 음이 같아 좋게 여겼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궁궐에서 박쥐의 문양을 종종 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보물로 지정된 자경전 십장생 굴뚝까지 모두 살펴봤는데요. 이제는 꽃과 나무,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후원영역으로 함께 가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