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험을 이주 앞두고 우린 여행 계획을 세웠지.
내가 알아보겠다고 너는 공부에 집중하라고 했음에도 같이 알아보겠다고 안그럼 자기가 불편하다며 시간을 할애했지. 너의 고집이 센 것도 알고 있었고 괜히 강요하듯이 말해 좋은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가만히 있었어.
그날 밤 너는 모의고사를 망치고 나에게 말했지, 아마 연락을 줄여야겠다고, 그리고 여행도 못 갈 수 있을 거 같다고. 여느 여자들이라면 굳이 하지 않았을 말들, 아니면 빙빙 돌고 돌아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 티는 팍팍 내며 말했을 말들, 어쩌면 나였어도 끝까지 그렇게는 말 못 했을 거야. 근데 너는 직설적으로 말해줬고, 나는 그게 좋더라.
평소의 나였다면 묵묵히 알겠다고만 하고 겉으로는 열심히 응원해 줬지만, 내심 가고 싶었던 마음은 끝까지 숨기며 그 실망감이 내 마음속에서 곪게 놔줬겠지. 하지만 너였기에 나는 용기 내서 서운하다고 말했어. 너무 소심한 고백이라 너는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알아봤는걸, 내가 바뀌고 있다는 걸.
물론 아직도 아쉽고 서운해, 그래도 이렇게 바로 말할 수 있는 네가 대단하고 부러워. 그래서 다시 한번 다짐해. 너를 끝까지 믿고 따라가 보겠다고, 너라면 내가 하지 못했던 정말 사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르겠다고.
다음에 물어봐야 할게 생겼어. 너는 전애인들하고 자주 싸웠는지. 나는 싸운 적이 한 번도 없어. 무조건 회피하기만 했었거든.
나는 나를 속이고 내가 사랑하는 이를 속여왔어. 나의 내면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를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거든. 나의 음울한 속내를 보고 나를 떠나갈까 두려웠거든, 그래서 항상 나를 속이며 상대가 좋아하는 이쁜 모습만 보여주려 했지. 그러다 겉과 속이 너무 다른 탓에 그 사이 틈에서 길을 잃게 될 쯤에 나는 항상 이별을 말했었지.
너는 누군가에게 상처받았던 적이 없는지, 어찌 그리 용감할 수 있는지. 어찌 그리도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보여줄 수 있는지.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나의 그런 속내를 보여줘도 너는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지, 네가 나를 드러내게끔 나를 이끌어 줄 수 있을지, 왜냐면 나 혼자서는 도저히 못하겠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