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그럴 때가 있나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 적.
나만 그런 건가요.
내 안에서 심하게 요동치는 이 감정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불안과 조바심에 묻혀 살아요
항상 나의 목을 옥죄이는 건 나 자신임을 알면서도
나는 나를 놔주긴커녕 채찍질만 더 해대네요.
내가 좋아하는 당신은 너무나 강인해요.
당신의 곧은 심지는 하늘 끝까지 쏟아있죠.
내가 나의 고민들을 고심 끝에 말할 때면, 당신은 너무 쉽게 해결해 줘요.
나라는 나무를 뽑아 버릴 듯한 태풍은
당신에게는 낙엽을 떨구기도 버거운 가을바람 정도밖에 안되나 봐요.
그런 당신 앞에 서있을 때면
나는 초라함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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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말하죠,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나에게는 모자란 점 하나 없다고
하지만 당신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는 조금 다른가 봐요.
나의 어떤 점을 그리 좋게 봐주는 건지,
나의 내면에 얇은 가지들이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나의 껍데기를 지탱하고 있는지.
당신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당신이 알아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나의 나약함을 알아주고, 나를 꼬옥 안아줬으면 좋겠어요.
허물 뿐인 나의 모습, 그 뒤에 감춰진 허무하고 초라한 나의 모습을 보고도
떠나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외면했던 나의 초라함을 마주하는 순간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