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가

by 은빛바다

트리처 콜린즈 증후군.


유전병이다. 철조는 한쪽 광대뼈와 턱뼈의 발달이 늦다.


얼굴이 비대칭이다. 눈이 처지고 입술 끝도 휘어진 그는 마치 얼굴 절반이 짓뭉개진 것 같다. 피부까지도 거무튀튀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 일반인처럼 음식을 씹고 대화하기는 가능하다. 과격하지 않으면 메스 스파링까지 할 수 있다.


처음 대했을 때 솔직히 섬찟했다. 만화 속 좀비가 튀어나온 인상이다.


“형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일찍 나오셨네요.”


인사성은 밝다. 체육관 붙박이다. 운동도 안 하면서 오후 내내 관장님과 잡담을 나눈다.


외모로 비하하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나는 더 상냥하게 대한다. 등을 두드려주고 실없는 농담도 건다.


가끔 스파링도 받아주는데 철조는 헤드기어를 쓰지 않는다. 자기가 착용한 것을 다른 관원이 꺼리기 때문이다.


KakaoTalk_20250907_185743273_15.jpg


다행스럽게 관원들은 철조는 피하지 않는다. 다시 생각을 해보니, 그게 아니라 철조를 피하지 않는 관원만 체육관에 다니는 것 같다.


종수의 경우도 그렇고, 까탈스러운 성격은 이 체육관에 다닐 수 없다.


가끔 철조가 자기 작업실로 구경 오라고 요구한다. 의외로 직업이 작사가다.


활동명이 자기 이름 첫글자를 따서 철맨(chun man)이다. 강한 어감이 들어서 좋다고는 하지만 사실 녀석의 성격은 그렇지 않다.


나무위키에서 프로필을 살펴본다. 철조가 참여한 앨범 중에는 내가 아는 발라드 가수의 수록곡도 있다.


호기심이 일어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작업실 방문을 미룬다. 내키지 않는 방문이다. 하도 집요하게 끌어당기기에 운동을 마친 뒤 그의 작업실로 찾아간다.


철조는 친구가 없다. 체육관 붙박이로 지내는 이유도, 작사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도 그의 얼굴 때문이라는 사실을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조명은 어두운 편이다. 그래야 감성이 잘 일어난다고 한다.


성인 남자 4명이 누우면 꽉 차는 공간이다. 한쪽에 마이크와 녹음 시설이 있다. 구석에 건반 키보드가 세워져 있는데 그것으로 음을 교정하며 간혹 작곡도 한다.


총을 쏴도 바깥에서 들리지 않을 정도로 방음이 견고하다.


철조와 단 둘이 앉아 있으니 왠지 그의 얼굴이 괴기스럽다. 나는 어떻게 작업하는지 묻는다.


“회사에서 메일로 이렇게 멜로디를 찍어서 보내줘요.”


마우스를 누르자 멜로디가 들린다. 모니터에 그래프 모양으로 음정이 나타난다. 잔잔하다.


“여기에서 음만 듣고 있으니 왠지 처량하고 궁상맞네.”


나는 우수개로 소리로 분위기를 띄운다.


“이걸 보고 제가 가사를 붙이는 거죠.”


“네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붙여도 되는 거야?”


“회사에서 요구사항을 줘요. 여성스럽게, 쓸쓸한 가을 분위기 나게 해 달라. 주제는 이별로 해달라. 저는 발라드를 작사하거든요.”


“회사라면 소녀시대를 키운 SM이나 혹은 원더걸스의 JYP 같은 거 말하는 거지?”


철조가 짝짝이 눈으로 흘긴다.


“형님, 확실히 노땅이에요. 소녀시대나 원더걸스가 언제 가수예요.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지도 않잖아요.”


신인이라 작사비가 많은 편은 아니다. 10곡 정도 해야 최저 임금이 나올 정도다.


더구나 회사에서 멜로디를 작곡가 한 명에게만 보내지 않는다. 신인에게 뿌리고 그중 가장 나은 것을 선정하기에, 작사를 보내고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자신이 작사한 노래가 대박 나면 러닝 개런티를 엄청 받는다. 그런 경우는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다.


나에게 노래를 불러보라고 마이크를 준다. 역시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내 18번이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방처럼 열창을 한다.


철조는 유심히 듣더니 컴퓨터로 조정해서 잘 다듬는다. 휴대폰으로 전송해 준 파일을 열자 평소 내 목소리가 아닌 훨씬 깔끔한 음성이 열창하고 있다. 클라이맥스에는 바이블레이션까지 가득 넣었다.


내 노래가 이랬나?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


아내에게 들려주니 내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휴대폰 벨소리로 지정하고 사무실에서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보라고 하면서 자랑한다.


인터넷으로 철맨의 작사한 노래를 찾아 들어본다. 조회수를 올리고,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내 가입을 시킨다. 다들 음악이 감미롭다는 반응이다.


아름다운 가사를 쓰는 얼굴이 괴물 같다는 걸 알기나 할까. 하긴 외모가 철조의 잘못은 아니지 않던가.




한동안 철조가 체육관에 나오지 않는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카톡을 보냈더니 몸이 좋지 않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간만에 만난 철조는 반쪽 얼굴이 더 반쪽이다.


평소 철조는 공황장애가 있다. 거리에 행인이 많으면 지나갈 수 없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빨대로 숨을 쉬는 것처럼 답답해진다. 더 심한 경우 숨이 가빠지면서 주저앉아 버린다.


24시간 동안 몽롱하게 깨어있고, 24시간 동안 죽은 듯 잠을 자기도 한다.


아침에 눈을 뜨니 몸이 마비 증세가 온다. 우측이 아예 움직이지 않는다. 왼팔로 꼬집어서 비틀어도 감각이 없을 정도다.


정신이 가물거린다. 이러다 죽을 것 같아서 간신히 휴대폰으로 어머니의 단축 번호를 누른다. 엄마…… 나……, 하고 말을 이을 수 없다. 꼬르륵거리며 물속으로 잠기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안방에서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후다닥 아들 방문을 연다.


철조는 거실을 황급히 가로지르는 발소리에 이제 살았다고 안심한다.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들어간다. 그게 철조가 한동안 안 보인 이유다.


내가 근무하는 도서관으로 놀러 오라고 하고 싶어도 부담스럽다. 직원에게 복싱하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지만, 어쩌면 친구없는 철조가 매일 찾아올까 봐 불안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철조가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


직업이 작사가라 자기 시간이 많은 편이다. 좋은 곡으로 쓰기 위해서 혼자 여행을 떠나도 되는데 버스 전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 아직 운전면허도 없다.


KakaoTalk_20250907_185704128_12.jpg


취업하기 전에 나는 장애인 봉사단체에서 일한 적이 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동갑이라 친구처럼 지낸다. 휠체어에 태우고 다니면서 공원을 산책하고 가장 뒷자리이지만 극장에서 영화도 관람한다.


봉사단체 선배가 소형차를 구입한다.


그때 그 친구에게 여행을 가자고 자신있게 제안한다.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데려다 주겠다고. 산이든 바다든.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들어가지 못할 거야.”


“왜 인마, 형님 차 타고 대한민국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부산 자갈치 시장 가서 회 먹고 올까?”


나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창문 열고 황호성을 지르는 낭만적인 상상을 하는 중이다.


“나이트클럽…….”


의외의 대답에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만다.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절대로 들여보내지 않더라. 잠깐 구경만 하고 싶다는데 그것도 안 된대.”


어떤 곳인지 호기심이 있을 것이다. 팔다리 멀쩡하면 누구든 어서 오십쇼 하는 곳인데, 나는 참담한 기분에 다시 떠나자는 제안을 할 수 없다.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봉사단체가 거리와 멀어지게 되었다. 자연히 그 친구와 연락도 뜸해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살 소식을 듣는다.


봉사단체에서 인연이 닿은 회원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곧장 어머니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에 옷장에서 목을 매단 채 발견된다. 하반신이 불편한 그가 줄을 걸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가 결혼식을 바라보면서 어떤 절망에 빠졌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체육관에 여성 관원이 등록한다. 키가 작고 눈이 똥글똥글 귀엽다.


병원 조무사로 근무하고 있다. 신입이 오면 관장님이 데리고 다니면서 인사를 시키는데, 철조의 눈에 들고 만다.


“누나라고 불러.”


의외로 여성은 호탕하다. 철조보다 두 살 위다.


그날 이후 철조가 체육관으로 나오는 횟수가 늘어난다.


걱정이 된다. 여성은 불쌍한 마음에 잘 받아준 것뿐인데, 철조는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줄 착각한다.


철조가 체육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자기 작업실로 가자고 집적거리는 광경이 종종 눈에 띈다. 아마 작사가라는 걸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두컴컴하고 좁은 공간에 철조와 단 둘이 있는 상상을 하면……


뭐라고 충고를 해줘야 하는지 고민하지만 굳이 나서고 싶지 않다.


복도에서 둘이 투닥거리는 언쟁이 지난 뒤 여성은 체육관에 나오지 않는다. 등록하고 고작 2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다.


한동안 철조는 우울하게 지낸다. 관장님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관장님은 철조의 공황장애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는 글러브를 끼고 링으로 철조를 부른다. 강도 높은 스파링을 한다.


일부러 관장님이 보는 앞에서 사정을 봐주지 않고 연타를 많이 넣는다. 헤드 기어를 안 써서 복부 위주로 공격한다. 철조는 저항하지 않는다. 마치 원한 것처럼 실컷 맞는다.


“속이 좀 후련해진 것 같아요.”


배를 맞고 꼬꾸라지면서 철조는 가쁜 숨을 추스른다. 피식 웃는데 얼굴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


더 맞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내가 때릴 기분이 아니다.


관장님도 이제 그만두라는 식으로 슬쩍 손을 젓는다.


샤워하고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며 어깨를 다독거리다가 링에서 내려온다.


철조가 그대로 앉아 움직이지 않는다. 돌아보니 눈을 껌뻑이며 뭔가 골똘하게 고민하는 것 같다.


“형님…….”


나는 헤드기어를 로프에 묶으면서 돌아본다. 평소 목소리가 아니다. 꽉 막혀서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음성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그것이다.


“나는 무슨 잘못으로 이렇게 태어난 거죠…….”


그가 애절한 가사를 쓸 수 있는 이유, 어쩌면 이런 경험 때문이 아닌가 싶다.

keyword
월, 수, 금, 토, 일 연재
이전 23화도둑과 유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