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운동하던 관원이 샤워 중이다. 지난 주에 등록한 관원인데 경력이 화려하다. 전국 생활인 복싱 체육대회 준우승.
아직도 샌드백이 시계추처럼 까닥거린다. 샤워실로 들어간 관원이 조금 전에 땀을 쏟아내면서 두드린 흔적이다.
그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세계 타이틀 전에 도전한 관장님이 운영하는 체육관을 찾아냈다. 전에 다니던 체육관 관장의 지도력이 부족하자 곧장 이쪽으로 옮긴 것이다.
관장님을 처음 만날 때 그의 소감은, ‘영광입니다’ 였다. 다음에는 우승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마감 시간이 가까운 체육관에는 아무도 없다. 유튜브와 연결된 스피커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요가 나오고 있다.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관원이 운동하는 중에는 밝고 신나는 댄스 음악을 튼다. 특히 관장님은 록키 OST만 계속 돌린다. 질리지도 않는지.
체육관에 퍼지는 조용필의 목소리가 정감이 간다. 나는 정리를 시작한다.
러닝머신 전원을 끈다. 바닥에 흩어진 아령을 반듯하게 세워서 진열한다. 줄넘기 길이대로 구분해서 나란히 벽에 건다. 스파링용 글러브 짝을 맞춰 링 언저리에 놓는다. 링 코너 기둥마다 헤드기어가 끼워져 있다. 주걱미트도 아령거치대 옆에 차곡차곡 포갠다.
한코치가 군대 갔다. 떠나기 전에 따로 불러서 삼계탕을 먹었다.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다가, 혹시 전역하면 다시 신정철 복싱 체육관 코치로 돌아올 거냐고 묻자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관장님과 성격이나 운영하는 면에서 서로 맞지 않았다.
새로운 코치를 뽑아야 하는데 임대료를 낼 돈도 없다며 관장님은 맨날 앓는 소리만 한다.
저녁 늦게까지 혼자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이곳을 접어야 하는지 결정을 못 내린 상황이다.
구석에 놓인 진공청소기로 눈길이 간다. 잠깐 청소를 할까 고민하지만, 내가 여기 직원도 아니고 운동기구를 정돈하는 차원에서 마무리한다.
관장님은 감기 기운 때문에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다른 관원에게 옮기지 않도록 마스크를 쓴 채 미트를 받았다.
아무래도 체력에 무리가 오지 않았나 싶다. 관장님에게 몸이 안 좋거나 부득이한 약속이 있는 경우에는 내가 늦게까지 남아 체육관을 정리해 준다.
관원이 머리를 털면서 탈의실에서 나온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의외인지 잠시 집중해서 듣는다. 시원하게 웃으면서 운동가방을 어깨에 건 채 인사한다.
“좋은 노래 들으시네요. 수고하세요. 먼저 갈 게요.”
“들어가세요. 내일 봐요.”
아직 친하지 않아서 서로 존칭을 쓰고 있다. 마치 나를 코치처럼 대하고 있다.
준우승이면 어느 정도 실력인지 궁금해서 스파링을 해봤다. 확실히 주먹이 들어오는 수준이 다르다. 잠시만 집중력이 떨어지면 빈곳을 찌르는 게 방어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5연속 우승의 소방관과 매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가 소방서에서 비상근무 대기 기간이기 때문이다. 만일 두 사람이 링에서 붙으면 체육관 최대의 빅매치가 될 거라고, 벌써 기대가 된다.
모두 나가자 여자 탈의실과 남자 탈의실을 확인한다.
밤새 환기를 위해 문을 열어놓는다. 사물함을 전부 닫고, 전자기기의 스위치를 끄며, 혹시 수돗물이 흐르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세탁기에 운동복을 넣는 건 관장님의 몫이다.
드디어 마무리가 끝나자 나는 유튜브의 음악을 끈다. 조용필의 목소리가 뚝 끊긴다.
지난 주에 관장님이 물었다.
“정년 퇴직하면 무슨 뭐 할 거야?”
그 동안 아내와 이것저것 상의하기는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세우지 않았다.
“이 체육관을 같이 운영하는 건 어때? 나 은퇴하면 아예 넘겨 받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관장을 내가 맡고, 코치는 취업 사이트를 통해 채용하면 된다.
학창 시절에 복싱하다가 그만둔 선수가 수두룩하다. 20대 초반 청년에게 기본급만 주면 이력서가 몰린다.
“관원을 가르치는 거 어렵지 않아. 대부분 복싱을 알고 오는 경우는 드물거든. 너는 기본기가 됐으니 그 정도만 가르쳐도 충분해. 미트만 잘 받아주면 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모르는 것은 같이 배워나가는 거지.”
올스타의 노관장도 이런 식으로 선수 생활을 거치지 않고 체육관을 차린 경우다. 나라고 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특히 생활 체육인 지도자 자격증을 따면 코치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관장님이 필요없는 한마디 덧붙인다.
“너는 도서관에서 일하니까 똑똑해서 잘할 거야.”
관장님도 스스로 체육관을 운영에 0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링에서 주먹질만 잘할 뿐이지 아무것도 모른다.
지난 겨울에 순간온수기가 얼었다.
관원은 추운 날에 냉수 샤워를 해야 했다. 관장님은 어쩔 줄 모르고 나에게 물었다.
“토치에 불을 붙여서 파이프에 대면 녹지 않을까?”
부탄가스를 들고 엉거주춤 선 그에게 나는 황급히 말렸다. 여기 홀라당 태워 먹을 일 있냐.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잠시 이마를 누르고 있다가 짜증을 냈다.
“괜한 짓 말고 얼른 배관공을 부르세요. 아마 전기로 파이프를 녹이는 기계가 있을 거예요.”
작년 겨울에는 파이프가 얼지 않았다고 하기에 나는 의문을 갖는다.
테라스에 설치한 순간온수기에 커버는 없었는지, 혹은 파이프에 동파방지용 열선은 감기지 않았는지 물었지만 관장님은 모른다는 대답만 할 뿐이다.
어떻게 체육관을 운영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링으로 올라간다. 중앙에 선다. 이제 샌드백이 요동을 멈추고 차분하게 매달려 있다.
평상복으로 링에 올라서기는 처음이다. 천천히 체육관을 둘러보다가 양팔을 벌리며 큰대(大)자로 드러눕는다.
천장에 열을 맞춘 삼파장 전구가 보인다. 중앙 1개, 구석 1개가 들어오지 않는다. 조만간 갈아야겠다.
만일 체육관 운영을 맡으면 바꾸고 싶은 게 꽤 있다.
일단 신정철 이름은 계속 사용한다. 벽에 대형 브라운관을 붙이고 알리나 타이슨 같은 유명 복싱 선수의 시합 동영상을 계속 상영한다. 그 안에 신정철 세계 타이틀전도 넣을 것이다.
상담을 받으러 온 신입에게 호감이 갈 것이다.
사물함의 절반을 복도로 내놓아 체육관 공감을 확보한다.
옆에 사무실이 만기되어 공실로 나오면 내가 계약해서 헬스 기구를 전부 옮겨 놓는다.
헬스 기구도 인바디 체지방 측정기 같이 최신식 장치도 들여놔 구색을 갖춘다.
이런 운동 사업은 초기 자본금만 많이 들 뿐이다. 운영은 코치 월급 빼고 임대료 빼고 나가는 돈이 거의 없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복싱 배우러 문의하는 관원이 들어온다.
그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잘 잡으면 충분히 체육관은 확장될 것이다. 당연히 지금 운동하는 관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진태에게 글러브를 주고 언제든 편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도어록 번호를 알려줄 것이다. 녀석이 장가 가서 손주를 보면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복싱 체육관이라고 손잡고 들어와야지.
승진이 잘 되면 도서관 관장까지는 달 수 있다. 운이 좋은 경우다. 대부분 동기나 후배가 관장을 달면 사직서를 낸다.
나도 얼마 남지 않았다. 꾸준하게 복싱을 배우다가, 사직 후 밑에 코치진 두고 체육관 관장님 대우를 받으며 인생 말년을 설정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아내에게 제안하자 그럴 수도 있냐며 고개를 꺄웃거린다. 체육관을 차릴 정도로 내가 복싱 실력이 대단하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
식당에서 건달에게 찍 소리도 못하던 내가 복싱 체육관 관장님이 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눈치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원투를 날리며 아내 앞에서 허세를 떨어 본다.
“과연 당신이 그걸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내가 불안하게 묻지만 나는 모른 척하며 계속 원투를 날린다.
20년 동안 부은 적금이 만기되면 아내는 커피숖을 차릴 계획을 세웠는데, 내가 적극적으로 말렸다.
그 적금으로 내가 체육관을 차린다고 하니 아내는 내키지 않는 기색이다.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린다. 상체를 세우면서 휴대폰을 꺼낸다. 관장님이다. 나는 링 한가운데에서 양반 다리로 앉아 통화한다.
“먼저 가서 미안해. 오늘 몸이 좀 안 좋아……. 아직도 운동하는 관원 있냐?”
걱정이 돼서 전화를 건 것 같다.
“방금 마지막으로 신참이 나갔어요. 지난 번에 등록한 준우승 친구 있잖아요. 열심히 하던데요.”
“너도 얼른 문 닫고 들어가라. 수고했다. 다음에 내가 밥 살게. 그런데…….”
전화를 끊으려는 나의 손목을 붙잡는다.
“전에 내가 제안한 거 생각해 봤냐?”
나는 잊고 지낸 것처럼 뜸을 들인다. 일단 튕겨야 한다.
“아, 그거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요. 와이프에게 슬쩍 비춰봤는데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저희 노후 자금을 운영하는 거니까요.”
초조해하는 관장님이 보이는 것 같다.
“제가 계속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하니까, 와이프가 망설이는 눈치예요. 좀 더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주도권은 내가 잡고 있어야 한다. 계약에 유리한 선점을 할 수 있다. 이제 관장과 관원이 아닌 비즈니스 관계다.
“언제쯤 결정이 날 것 같아?”
딸의 보증금이 급한 모양이다.
“오늘 집으로 들어가서 얘기를 다시 해볼게요. 만일 동업하려면 계약서를 확실하게 쓰라고 하던데요.”
“알았어. 걱정하지 말고. 결정되면 연락 줘.”
관장님이 전화를 끊는다.
나는 허리를 숙여 링줄 사이를 지나 내려간다.
샌드백 향해 우다다 뛰어가 발바닥으로 거칠게 찬다. 관장님이 가장 싫어하는 행동이다.
복싱은 샌드백을 주먹으로만 쳐야 한다. 발로 건드리는 경우는 없다.
다시 샌드백이 시계추처럼 까닥거린다.
이 체육관에 처음 왔을 때 아이들이 껴안고 천장으로 오르려 해서 기겁하던 그것이다. 얼마나 세게 찼는지 무릎이 시큰거린다.
수첩에 적은 계약 조항을 꺼내 다시 읽어본다.
계약금 지불과 동시에 신정철 복싱 체육관의 전권 인수, 관장님은 계약직으로 고용해서 선수 양성으로만 맡도록 한다.
올스타에서 알고 지낸 코치를 불러 전임시킨다. 아내가 오후에 들리고, 내가 퇴근 후 들려서 운영 상황을 점검할 것이다.
신입 관원이 등록하면 인센티브를 준다. 잔금은 내가 완전히 체육관을 인수받은 뒤 지불한다.
이 정도 선에서 관장님에게 제안할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고 불만도 생기겠지만, 관장님을 섭섭하게 대할 생각은 없다. 계약이 되면 체육관에서 활동을 못할 때까지 잘 대접할 계획이다.
이제 내가 갑의 입장이다. 체육관을 넘겨받는 금액을 꼼꼼하게 따져보니, 일반 체육관에 비해 3분의 2 정도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면서 기대가 부풀어 오르는데 다시 휴대폰이 울린다.
관장님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전화를 거는지 확인하는 순간, 발신자의 이름이 혁진이다.
“형님, 뭐 하세요? 운동 끝나고 노관장이랑 맥주 마시다가 생각나서 전화했어요. 집이에요?”
“아, 노관장이랑 같이 있어?”
전에 올스타에 들렸을 때 혁진을 만나지 못 했다.
미리 약속을 정하지 않고 간 내 잘못이다. 항상 체육관에 나오던 그가 마침 그날 아버지 제사였다.
“체육관 아래에 호프집 있죠? 거기에서 맥주 마시고 있어요. 지금 시간 되면 오세요.”
가끔 운동을 마친 뒤 관원과 들리던 곳이다. 버펄로 복싱과 시합한 뒤 회식을 열었던 곳이기도 하고.
“내가 나가기가 좀 그러네……. 시간도 좀 늦었고. 다음에 보지.”
“아, 어쩔 수 없죠. 다음에 술 한잔 해요. 어? 잠깐만요. 노관장님 할 말이 있대요.”
휴대폰을 넘겨주는 소리가 들린다. 이거 불편하게…….
“형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목소리에 술냄새가 난다. 노관장은 주량이 약한 편이다.
“잘 지내지. 요즘 올스타는 괜찮은 것 같더라. 새로운 코치도 영입하고. 페이는 어떻게 지불하는 거야.”
벌써 올스타의 영업 방식을 물어보고 있다. 나중에 따로 만나 그의 노하우를 캐야 겠다.
“전에 왔다가 그냥 가셔서요.”
“다들 바쁘더라고. 내가 운동 가방을 들고 오지도 않았고.”
“챙겨 드리지 못한 거 죄송해서요.”
“뭘 죄송해. 일하면 그럴 수 있는 거지. 거기는 노관장이 돈 버는 곳이잖아. 일이 먼저지.”
“형님…….”
갑자기 긴 한숨과 더불어 노관장의 목소리가 무거워진다.
“전에 죄송했습니다……. 제가 너무 버릇이 없었어요.”
하긴 이 자식도 어른이지. 중학교에 다니는 딸 둘을 키우는. 이제까지 가슴에 담아두고 있던 모양이다.
“뭘 말이야. 왜 분위기를 잡고 그래.”
“다음에 시간 맞춰서 오시면 제가 좋은 술집으로 안내할게요.”
뭐라고 뜨문뜨문 하소연 같은 말을 하던 노관장이 휴대폰을 혁진에게 넘겨준다. 내 가슴을 막고 있던 무엇이 쑥 빠져나간다.
어색하게 인사를 마친 혁진이 다급하게 전화를 끊는다. 혹시 노관장이 술기운에 울고 있던 건 아닐까. 나중에 만나면 서로 관장님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나는 다시 샌드백을 발로 찬다. 크게 흔들리는 샌드백이 호응하는 것 같다.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본다. 늦은 시간이다. 집에서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가방을 들고 체육관을 나선다. 전등 스위치에 손을 얹고 체육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아직도 샌드백은 까닥거린다.
그래, 다 잘될 것이다.
이런 글을 뭐라고 할까?
굳이 언급하면 ‘읽을거리’입니다.
늦은 나이에 복싱 체육관에서 운동하며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확실히 힘드네요.
가끔 작사가인 철조의 작업실에 놀러 갑니다.
저한테도 작사를 해보라고 권하는데, 아무나 하는 재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입에서 흥얼거리는 소리가 컴퓨터에 녹음하니 악보로 나오더군요. 철조의 재주가 정말 신기했습니다.
아직도 신정철 복싱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늦은 저녁에 관장님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요. 관장님은 아직 10년은 더 체육관을 운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체육관은 인수받지 못했습니다. 계약 도중에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았지요.
노관장에게도 느낀 점이지만 운동 선수 출신과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건 저희 편견인지도 모릅니다.
관장님 따님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보증금으로 메꿨습니다. 매달 이자 내기가 어렵다며 관장님에게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어느 집안이나 먹고사는 문제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끔 올스타의 혁진에게 연락이 옵니다.
어쩌면 다시 올스타로 옮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으니까요.
체육관 계약이 무산되자 신정철 관장님과 관계가 껄끄럽기도 하고요.
여전히 거리가 소란스러워지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호기심에 일부러 다가갑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학생들이 몹쓸 짓을 벌이지는 않는지 둘러보고, 지하철역에서 취객이 벌어지는 다툼을 말리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제 힘을 과신하지도 않습니다.
역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하고 정직하게, 이 사회가 버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제 주위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서요.
예전처럼 비굴하게 굴지 않으면서요. 제 영역이 조금 더 커진 게 뿌듯합니다.
복싱을 배워서 일상 생활이 더 나아지는 건 없습니다. 제가 격투기 선수로 UFC에 출전할 것은 아니잖아요?
다만 그 안에서의 삶이 의미가 있었습니다. 인간이 바라보는 시선이 좀 달라지고, 몸도 건강해졌습니다.
살아 있으면, 할 수 있는 때까지는 글러브를 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