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은 나이에 복싱 체육관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참 어린 코치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푸릇푸릇한 초등학교 아이들과 기본 스텝을 밟으며 원투 치는 법을 익혔습니다.
저녁마다 체육관에서 땀 흘리는 즐거움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습니다.
운동하는 관원들이 나이 먹은 아저씨를 어색하게 대할 때 괜한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민망하게 여길 때도 많았습니다.
같이 어울리고, 땀을 흘리면서, 주먹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돈독해지며 복싱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어디를 가든 꼬이는 인간관계는 항상 있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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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을 배우면서, 왜 사람이 사람을 때리면서 승부를 가르는 일에 열광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강해지고 싶다, 또 자기 힘을 인정받고 싶다, 인간의 가장 강렬하면서 기본적인 열망입니다.
인간은 그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수준 높은 싸움을 보여주고 돈을 받습니다. UFC 선수는 엄청난 파이트머니를 받습니다.
관객은 서로 치고받는 주먹에 열광합니다. 승자에게 환호를 보내며 대리 만족을 합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더 강한 자가 등장해서 강렬한 주먹으로 상대를 때려눕히면 더욱 열광합니다.
인간은 승리를 갈망합니다. 일단 이겨야 합니다. 패자는 돌아보지 않습니다. 전쟁에서 진 나라의 백성은 죽거나 노예로 끌려갔습니다.
자연히 삼국지의 관우, 조자룡 같은 투사를 칭송합니다. 그런 전쟁 영웅이 없었으면 백성들은 죽거나 노예로 끌려갔을 테니까요.
하지만 훌륭한 격투기 선수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나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그들이 싸움은 열광의 대상일 뿐, 현실에서 벌어지는 나의 싸움과 관계가 없습니다. 단지 좋은 프랜차이즈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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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보다는 친구를 사귀고, 이기는 복싱보다는 사람을 사귀는 복싱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스파링을 하다가 뒤통수를 맞고 머리가 띵했습니다. 약국에 들러 두통약을 달라고 하니 약사가 아픈 이유를 물었습니다.
복싱을 배운다고 하니 갑자기 웃음을 거두고 의아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왜 그런 운동을 하느냐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런 거부감이 드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 직접 사람을 때리는 행동은 비인간적인 짓이라고 여기니까요.
하지만 저는 복싱을 배우면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일단 건강이 좋아지고요. 담력도 생겼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인연이 소중합니다. 그들에 대해 아주 편안하게 쓰고 싶었습니다.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책장을 넘길 정도로요.
대부분 직접 만난 인물이지만 어쩔 수 없이 가상의 형식을 빌렸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자기만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그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다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