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을 받는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어디선가 듣기만 했는데 직접 내 눈으로 보니 혼란스럽다.
처음에는 평범한 고등학생 남자 아이가 운동하는 거라고 여겼다. 줄넘기 하고, 박코치의 지도로 스텝을 밟는다.
딱 보면 안다. 나랑 같은 초짜다.
일반적으로 고등학생은 친구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얘는 항상 혼자다. 운동은 열심히 한다.
인사성 없고 말도 섞지 않아서 요즘 얘들이 그러려니 하면서 지나쳤는데, 얘가 운동을 마치고 여자 탈의실로 들어간다.
처음 그 광경을 목격한 순간, 멘붕이다.
도대체 쟤 뭐지?
분명히 남자다. 아니, 남자의 외모를 갖고 있다.
짧은 머리카락에 가슴이 없고, 무엇보다 하는 동작이 남자다.
다소곳하거나 뭐 그런 건 하나도 보이지 않고, 간혹 박코치와 대화를 나눌 때도 남자다운 모습을 목격한다.
어떻게 표현할 수 없지만 딱 보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인식이 든다.
당시 내가 느낀 그 감정은 뭐라고 할까? 거부감? 혐오감?
가까이 다가오면 슬금슬금 물러나게 되는 그런 태도다.
미디어에서나 보던 성소수자. 내 주위에서 직접 만난 건 처음이다.
“자기가 가진 여자의 성을 싫어한대요. 고등학교 졸업하면 남성 호르몬 맞고, 성 전환 수술을 한 대요. 재판 받아서 호적도 고치고요. 어디어디 여고 다니는데 학교에서 유명하대요.”
미트를 받다가 잠시 쉬는 동안 박코치가 알려준다.
“그런 얘기까지 해?”
“등록하러 왔을 때 엄마랑 따로 상담했어요. 정신과까지 갔대요. 수백만원을 들였는데 안 되더래요. 편견을 갖지 말고 도와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학교 선생님도 어떻게 할 수 없대요.”
“부모님 속이 썩어 문드러지겠다. 딸을 낳았는데, 나중에 아들이 되는 거잖아. 저런 건 정말 해결이 안 되나?”
“안 되겠죠. 세상에 해결할 수 없는 일도 많잖아요. 남북통일이 그렇고, 기후 위기도 그렇고. 지금 쟤한테 매달 1억을 준다고 해서 성 정체성이 바뀌겠어요? 자, 자세 잡고 들어오세요.”
수다 그만 떨고 시작하자고 박코치가 미트로 박수를 친다.
***
나는 그 아이와 마주칠 때 일부러 친절하게 인사를 건넨다.
“고등학생인가 봐? 어느 학교 다녀?”
싸늘한 반문이 돌아온다. 얼음 공주? 아니 얼음 왕자라고 해야 하나? 헷갈린다.
“그건 왜 물으세요?”
신경 끄라는 의도다. 박코치에게 들은 내용도 있어서 그 후로 아예 모른 척 한다. 그게 그 아이에게도 편할 것이다.
***
사건은 예상치 않은 곳에서 터진다. 철없는 중학생에게 그 아이는 신기한 인간이다. 지나치는 척 하면서 가슴을 슬쩍 건드린다.
벌컥 화를 내지만 웃음거리가 된다. 중학생은 건성으로 미안하다고 하면서 자기끼리 킥킥거린다.
“있어. 있어.”
이럴 때 남자의 대처 방안은 상식선에서 뻔하다.
아이는 잠깐 고민하다가 힘으로 제압할 거라는 판단을 내린다. 복싱을 배우는 이유도 남자처럼 강해지기 위해서이다.
주먹을 쥔다. 그 동안 단련한 스트레이트를 가장 가까이에 선 중학생의 얼굴로 날린다.
하지만 상대는 남자 중학생이다. 그것도 다수다.
곧장 반격을 당한다. 아이는 물러서지 않는다. 남자는 어떤 상황에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인식이 되었으니까.
“이야야아아아~~~~!”
아이가 비명을 지르는데 악에 받힌 여자의 날것 목소리다.
악착같이 치고 받으면서 큰싸움으로 번진다. 박코치가 달려가서 뜯어 말린다.
정황을 들은 박코치가 중학생에게 사과하라고 지시한다. 맞아서 눈언저리가 붉어진 그가 반발한다.
“저희가 먼저 때리지도 않았고요. 정말 남자면 가슴을 만졌다고 이렇게까지 화를 내지 않아요. 저런다고 남자가 되겠어요? 머리로만 알려고 하잖아요.”
똑똑한 한마디에 그 아이의 자존심이 무너진다.
그때 나는 어떻게든 울지 않으려고 아랫 입술을 깨무는 아이를 본다. 남자는 어떤 경우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 아이는 다시 체육관에 나오지 않는다.
아마 어디를 가든 버티기 힘들지 않을까 여긴다. 불쌍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동정심만 생기지는 않는다.
박코치가 맞다. 이건 수억을 주거나 두들겨 팬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긴 세상 대부분 문제가 이렇지 않던가.